-입마개 견종 극소수, 따로 있다. 모든 대형견이 입마개 해야 하는 것 아냐,
-무지한 법 상식으로 타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바다와 진주는 각각 골든리트리버와 골든리트리버+진도의 혼종입니다.
골든리트리버는 맹인안내견으로 대표되는 견종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와 진주의 엄마는 며칠 전 바다와 진주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큰 곤혹을 치러야 했습니다.
바다와 진주가 산책하는 것을 본 지나가던 행인이 다가와 시비를 건 것이었습니다.
큰 개를 데리고 다니며 입마개를 왜 하지 않느냐며 크게 나무란 것이지요.
“ 이렇게 큰 개를 둘이나 데리고 다녀!!”
100미터 전방부터 태세를 갖춘 행인은 달려와 큰 소리를 칩니다. 바다와 진주는 엄마를 나무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엄마 뒤로 냅다 숨어 버립니다. 남성 행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고 계속 시비를 붙여 급기야 서로 언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고 날씨 좋은 날, 즐거운 산책을 하며 행복했던 기분은 결국 망쳐 버리게 되었습니다.
바다와 진주 엄마의 경우는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개를 기르며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늘상 눈치를 보고 죄를 지은 듯 숨죽이며 다녀야 하는 반려인들이 매우 많습니다. 타인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은 채 함부로 판단하고 간섭하며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입니다. 더욱이 큰 개를 기르는 반려인들은 더 심각한 상황들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하물며 자신의 반려견들이 오해를 받을까 봐 길에 보이는 다른 배설물까지 죄다 치우고 다니기도 하는데 배설물을 즉각 치우는 것을 보면서도 개가 길에 똥을 쌌다며 나무라기 일쑤.
무는 사고. 어찌됐든 큰 개가 무는 사고들이 발생하고는 있고 그럴 경우 작은 개보다 위험하다고 해서 특정 견종 5종에게는 정부에서 법적으로 입마개를 의무화했습니다. 입마개 의무 견종 중에서도 사람을 물지 않는 개가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 종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평생 입마개를 한 채 밖을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외에 다른 큰 개들까지 입마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잘못된 법 상식으로 지나가는 반려인들을 향해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심한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덩치가 좀 크다고 해서 덩치 큰 모든 개들이 입마개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이 먼저 가해를 하지 않는 한, 전혀 사람을 물지 않는 개들이 실은 더 많습니다. 이들에게도 입마개를 씌운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극소수의 무는 개들과 이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씌워 사고를 원천차단하자는 것은 매우 몰상식한 방식이며 규제이기에 정부에서도 시도하려 했던 적이 있지만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동물의 행동을 억제하는 방식은 오히려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오히려 없던 공격성이 나타나거나 커질 수 있으며, 입마개를 한 개들은 무조건 무는 개라고 인식될 수 있어서 개들에 대한 혐오는 더 극대화될 것이고 이를 느낀 개들은 사람들을 경계함으로 인해 오히려 방어적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입마개 견종이 아닌데도 함부로 타인의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강요하는 것은 타인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성폭행 사건이 그토록 비일비재하게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모든 성인 남성에 대해 전자발찌를 채운다고 생각할 수도 없고 절대 그래서도 안 되는 것처럼 특정 사안 발생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해야지, 대상을 일반화 시키는 것은 온당하지 않습니다.
농장 한 두 곳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인근 모든 농장동물을 살처분 하고 한두 마리 대형견이 문다고 해서 특정 견종에게 모두 입마개를 씌우게 하고 어떤 개는 입마개, 어떤 개는 먹는 개, 어떤 개는 사랑받는 개로 인식하는 인간들의 행위양태, 지극히 인간이 중심이 된 편의주의적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닐까요?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정말 그 개가 무서워 보였다면
개를 데리고 있는 반려인이 남성이었다면
개를 데리고 있는 반려인이 혼자가 아니라 무리였다면
그들이 그렇게 다가와 소리를 지르고 간섭을 했을까요?
오히려 피해가기 마련이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들의 그 행위는 그개가 안 무서워서가아닐까요? 견주가 만만해서가 아닐까요? 또 만만한 개와 사람을 괴롭히고 싶은 심술궂은 심리에서 기인한 행동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문제는 개들이 아니라 그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