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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동반자들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새 삶을 선사하는 동반견들 이야기)

제인 비더| 박웅희 역| 바움| 2006.03.20

<인생의 동반자들>은 영웅적인 동반견들과 그 주인들에 얽힌 감동적인 실화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동반견들은 심한 장애를 입은 주인들이 좀더 풍부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영국의 봉사단체인 ‘독립의 문을 여는 동반견 협회(Canine Partners: Opening Doors to Independence)’는 10년 넘게 장애인들의 삶을 크게 바꾸어오고 있다. 어떻게든 독립적으로 살아가려는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설립한 이 단체는 매년 20마리의 개를 엄선해 훈련한 다음 알맞은 사람들에게 도우미개로 분양하며, 지금은 도우미개 60마리가 장애인들을 도와 갖가지 일상사를 거들고 있다. 이 개들은 단순히 주인의 눈이나 귀 노릇을 하는 데서 그치지 않으며, 세계에서 최고도의 기술을 자랑하는 전문견이다. 다양한 상황에서 100가지가 넘는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동반견들은 신기에 가까운 기술뿐만 아니라 주인과의 놀라운 협력관계로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인류 역사상 사람에게 개보다 더 친근하면서도 특별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은 없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개가 훨씬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그들에게는 개가 지능, 공감, 헌신 등 생활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위안을 안겨준다. 그들은 쇼핑을 하거나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등 일상적인, 그러나 아주 중요한 일들조차 만만찮은 도전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고립되어 친구들이나 가족과의 관계가 뒤틀리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런데 동반견들은 그런 상황을 바꿀 수 있고, 실제로 바꾼다. 개들은 말벗이 될 뿐만 아니라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는 생명유지장치로 장애인의 삶에 도움을 주고 기쁨까지 안겨준다.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고, 찬장에서 시리얼 봉지를 내리고, 재킷이나 양말 벗는 것을 거들고……. 이 개들이 해낼 수 있는 일들은 우리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예를 들어, ‘밀레니엄 도그’ 상을 받은 엔돌은 주인을 위해 변기 좌대를 들어줄 뿐만 아니라 아침 7시에 잠을 깨우고 옷을 꺼내다주며, 심지어 재킷의 지퍼를 올려주기까지 한다. 어떤 개는 잃어버린 열쇠를 찾아오고 전등 스위치를 올린다. 또 다른 개는 주인이 추워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카디건을 가져다준다. 이처럼 사람과 개가 단순히 우호적이면서도 종속적인 유대관계를 뛰어넘어 인생의 동반자로서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어떤 훈련을 거쳐 얼마나 기쁘게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느냐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사람과 개가 특별한 사랑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13편의 실화는 깊은 울림으로 우리를 먹먹하게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엔돌은 병술년인 올해 초 신년특집 SBS 스페셜 『개가 사람을 살린다』(1월 1일 방영)와 『TV 동물농장』(슈퍼도그 시리즈 3탄-네발의 천사, 엔돌 / 1월 22일 방영)에 깜짝 출연해 많은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능력과 감동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걸프전 참전 이후 기억은 물론 두 다리를 잃고 절망에 빠져 있던 앨런 파턴. 그에게 엔돌은 제2의 삶을 살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으며,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서로간에 형성된 유대를 바탕으로 모든 것을 함께 해결해나간다는 점에서 사람과 개의 관계가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삼성 SDI 도우미견 훈련센터, 이삭도우미개학교 등에서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을 위한 개들을 육성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매년 애견 관련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도우미개 양성에는 아직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삼성 그룹 이건희 회장의 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때 200마리의 개를 기르기도 한 그는 진돗개의 세계화에 앞장섰으며, 용인 에버랜드에 국내에서 하나뿐인 맹인안내견학교를 세워 119구조대와 시각,청각장애인에게 안내견과 구조견을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2005년 <주간조선> 기사 일부 발췌)

한 마리의 개가 수렁에 빠진 사람을 일으켜세워 잃어버린 자신감과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와 감동을 전해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동반견들은 사회활동을 돕고 자존감을 높여주어 동반자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 때문에 인간 동반자들이 하나같이 그들 덕분에 새 생명을 찾았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동반견 협회가 걸어온 길

1991년에 설립되어 어느덧 15년이 된 동반견 협회는 영국 서식스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인터넷 사이트 : www.c-p-i.org.uk) 매년 20마리 정도의 강아지를 엄선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적인 동반견으로 훈련시킨 다음 파킨슨병 환자며 손발 절단 환자, 교통사고 희생자 등과 맺어주고 있다.

그런데 협회 설립 초기만 해도 어려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기금조성활동에 활용할 만한 자료라곤 네덜란드에 있는 비슷한 단체의 활동을 담은 비디오 한 편이 고작이었다. 냉소적이고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도우미개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줘야 기금을 조성할 수 있는데, 당시에는 그런 개가 한 마리도 없었다. 변변한 훈련시설조차 없는 상황에서 자원봉사자들은 동반견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강아지들을 찾아내어 훈련시키고 그 개들과 맺어질 딱 맞는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또한 협회와 동반견들의 탁월한 능력을 세상에 알리는 한편 개와 인간의 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시범 공연을 하고 설명회를 개최해야 했다.
그러한 노력이 점차 결실을 맺기 시작해 오늘날 이 협회의 동반견들은 도우미개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재능과 뛰어난 능력으로 각종 상을 휩쓸고 있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 비슷한 단체에서 동반견 협회만의 독특한 강아지 교육체제와 그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동반견 협회는 매년 150명이 넘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 엄밀한 훈련과정과 완전히 기부금에 의존하는 사정 속에서도 지금까지 100여 쌍의 짝을 맺어주었다.

‘인생의 동반자’로 맺어지기까지

가장 이상적인 도우미개는 주인의 일상생활을 도울 뿐만 아니라 주인의 행동이나 능력에 변화가 있는지를 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스스로 나서서 돕는 개다. 그렇게 주인과 교감이 잘 되는 개는 지시를 잘 따를 뿐만 아니라 정서적 자양과 안정도 제공한다. 누구나 온갖 별난 행동을 하도록 개를 훈련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상대의 필요와 희망과 두려움을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다.

특별한 개, 동반견을 길러내는 데는 동반견 협회의 기획이사인 니나 본다렌코가 개발한 강아지 교육체제가 큰 힘을 발휘한다. 구분동작 연습과 ‘실수 없는 학습’을 결합한 이 교육체제는 강아지가 바르게 행동하면 즉시 칭찬을 하고 ‘잘못’ 행동하면 모른 체하는 것이 요체다. 그러려면 개가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영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어려움이라도 부딪쳐 이기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동반견 협회에서는 나쁜 버릇이 들기 전인 생후 7주부터 강아지수업을 시작한다.

훈련은 강아지가 협회에 들어와 강아지부모에게 맡겨지는 즉시 시작된다. 강아지부모는 일종의 수양부모 역할을 하지만, 따뜻하고 다정한 가정을 제공하는 한편 매주 한 차례의 강아지 수업에 데리고 나와야 한다. 거기서 강아지는 명령에 순종하는 법을 배우고, 강아지부모는 집으로 돌아가 그 명령들을 실행한다. 몇 주가 지나면서 이들 명령과 수업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강아지들은 줄이 달린 목걸이에 머리를 집어넣는 법이나 주인이 부르는 대로 오는 법을 배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훈련은 전등 켜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이는 전등 스위치에 손이 닿지 않는 미래의 동반자를 위해 긴요한 기술이다. 강아지는 호기심에서 스위치로 다가간 다음 그 냄새를 맡는 수가 있다. 이때 즉시 째깍이로 소리를 들려주는 동시에 보상으로 맛있는 먹이를 준다. 째깍이 소리를 들려주는 즉시 두 팔을 크게 벌려 껴안아주거나 맛있는 먹이를 주는 등의 보상을 해주면 강아지의 바람직한 행동이 강화된다. 강아지가 코로 스위치를 확실히 건드리면 조련사는 보상과 째깍이 소리를 멈춘다. 그러면 강아지는 이러면 안 되나 보다 싶어 이번에는 앞발로 스위치를 만진다. 바로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째깍이 소리를 들려주고 보상을 해준다.

강아지들은 9~14개월 동안 강아지부모 집에서 지낸 뒤 조련센터로 들어가 3개월 이상 집중훈련을 받는다. 이 과정을 마치면 강아지는 찬장 문이나 서랍을 여는 것과 같이 한층 더 복잡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훈련을 모두 마친 도우미개는 어떤 학습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일상생활에서 주인을 돕는 방법을 찾는 데 아주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한편, 동반견을 집에 들이고자 하는 사람은 신청서를 작성해 협회로 보낸 다음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가 살 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지원자가 개를 맡을 만한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협회 직원이 직접 방문하기까지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며, 지원자들 중 약 4분의 3은 탈락한다. 설령 2주간의 합숙훈련과정 참가 허락을 받는다 해도 자기에게 맞는 개를 만나야 한다. 만약 그런 개가 없다면 몇 달, 아니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정식 동반자가 되려면 2주간의 합숙훈련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 2주 동안 지원자들은 개들의 심리에 대한 교육을 받고, 개의 몸짓을 보고 개의 감정을 해석하는 법과 명령법, 상황에 맞는 대처법 등을 배운다. 그러면서 협회에서는 다양한 개들과 짝지어 누가 어떤 개와 상호작용이 잘 되는지를 꼼꼼히 살핀다. 이 과정의 말미에는 정식 커플이 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최종 테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지원자들은 협회의 조련사들이 곳곳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여러 가게를 들르고, 도로를 횡단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고, 쇼핑몰의 붐비는 곳에서 개에게 기다리라는 명령을 내린 다음 1~2분 동안 개를 혼자 놓아두는 등의 과제를 별탈없이 수행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동반견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권하는 글 – 니나 본다렌코(동반견 협회 기획이사)

1992년에 맨 처음 들어온 동반견 네 마리를 훈련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 개들이 사람의 일상생활에서 무슨 일을 도울 수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들이 실제로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고,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쳐줄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개들은 인간 동반자들과 기가 막히게 잘 협력하는 듯합니다. 나는 합숙훈련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용기와 결단을 보여줄 때마다, 그들이 동반견과 함께 졸업하기 위해 어떤 고통과 시련도 극복하려 애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개들은 인간 동반자에게 변화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그를 돕는 독창적인 방법들을 생각해내기도 합니다. 이 일을 시작할 때 나는 어느 개가 손에 힘이 없어 지갑조차 들 수 없는 사람을 보고 그의 입에 지갑을 물려주면 되겠다는 생각을 해내리라곤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어떤 개는 명령을 받지 않았음에도 씹고 있던 뼈다귀를 제 주인의 무릎에 올려놓고 주인이 떨어뜨린 수화기를 집어 건네준 다음 다시 뼈다귀를 물고 갔습니다. 또 어떤 개는 남이 제 발을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박힌 파편을 빼달라고 동반자에게 앞발을 들어 보였습니다. 우리 개를 데리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처럼 감동적이고 재미있고 경이로운 이야기 하나씩은 들려줄 수 있습니다.

이런 개들을 10년 동안 훈련해왔지만, 나는 지금도 개를 보아서 곤경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을 돕고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우고 즐겁게 하며 그들의 짐을 덜어주는 개들을 보면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납니다. 합숙훈련과정에서는 능력의 한계와 현실적 조건에 직면해야 하지만, 많은 참가자들이 수년 동안 웃었던 것보다 더 많이 웃습니다. 단지 개가 자기와 함께 있기를 좋아하고 저희 생명을 기꺼이 자기에게 나누어준다는 이유만으로.

개들은 선(禪)의 달인 같습니다. 매순간을 최대한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우 치유력 높은 경험입니다. 개들이 그토록 한결같이 인간 동반자와 협력하는 것이 내겐 놀랍기만 합니다. 개들이 무슨 일을 하고 안 하고는 저희 마음입니다. 인간이 충성과 순종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돕고 싶어야 하는 것입니다. 영국과 아일랜드 곳곳에서 동반견들은 필요하면 언제든 도울 결심을, 인간에게 혜택을 베풀고 의무를 다할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놀라운 이야기들은 개들이 저희 임무를 얼마나 진지하게 택하는지, 그러나 또 얼마나 흔쾌히, 얼마나 기쁘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들입니다. 동반견은 정말로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경이의 선물입니다.

[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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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문의: 02-313-8886 내선 2번, care@fromca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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