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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잘린 장미와 아픈 장미를 끝까지 돌본, 9 마리 떠돌이 개들의 이야기 –  

“사람들은 장미를 버렸지만 떠돌이 개들은 장미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재개발 지역을 떠돌던 9마리 녀석들은 소위 ‘들개’라 불리던 이름 없는 개들이었습니다. 한 마리 당 무려 50만 원의 포획비를 지자체로부터 받는, 그래서 포획자의 먹잇감으로 쫓겨야 했던 개들이었습니다. 

9마리의 녀석들은 두 무리로 보였습니다. 주로 3-4마리씩 몰려다녔고 검은 털옷과 누런 털옷을 각각 입었습니다. 철거되어 모든 것이 다 무너져 버린, 그렇게 모두 다 사라져 버린 휑한 옛 동네 빈 터와 그를 둘러싼 더 큰 광활한 지역을 서로 무리 지어 의지하며 먹이를 찾고 사람들을 피해 혹독한 겨울 내내 정처 없이 떠다녔습니다. 

먹을 것이 말라 가는 만큼 몸도 야위어 갔습니다. 결국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기도 했고 그런 녀석들을 걱정하는 고마운 사람들도 나타났습니다. 무리 중에 다리 없는 녀석 때문이었을 겁니다. 다리가 잘려 없었고 절룩이며 다른 개들을 따라다녔고 그래서 눈에 띌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사람들은 다리 잘린 개에게 ‘장미’라는 예쁜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장애가 남은 개는 빠르게 달릴 수도 없었고 눈에 띄기 십상이었습니다. 무리는 장미로 인해 더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습니다. 급기야 녀석들의 이동은 뉴스 카메라에까지 잡혀 어느새 더욱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연일 들개의 포획이 지역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잡으라는 사람들과 잡지 말라는 민원이 대치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는 들개를 잡겠다는 정책에 흔들림이 없었고 장미와 친구들도 무자비하게 포획되어 뿔뿔이 흩어진 채 언제 끌려가 죽을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삶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동료들은 장미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장미로 인해 더욱 위험할 수 있었지만 장미를 낙오시키지 않았습니다. 앞다리 하나가 잘린 장미는 세 다리로도 당당하게 무리와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배를 곯다가 겨우 먹을 것을 발견하여도 어느 정도 먹고 남기며 서로를 위해 비켜 주는 녀석들. 서로들 굶주려 있었지만 사이좋게 남기고 양보하고 나눠 먹으며 그 가혹한 환경을 꿋꿋하게 버텼습니다. 서로 뭉쳐 잠을 자며 지난겨울 긴긴밤을 그렇게 버텼을 녀석들. 녀석들이 누운 냉기 가득한 찬 바닥 저 건너엔 이미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 환한 조명을 켜고 따뜻한 밤을 맞고 있었습니다. 

“배고픔보다 더 큰 것은 목숨을 위협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인간의 편의 위주로 구성된 도심 속 생활은 동물의 생태와 전혀 다르고 위협적인 것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떠돌이 동물들에게 늘 도사리는 교통사고. 그리고 불법 올가미.  장미라는 리트리버 혼종의 개가 다리가 잘린 이유는 둘 중 하나라고 합니다. 잘린 다리가 아파 오래도록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을 장미. 그런 장미가 어떻게 무리를 이탈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장미의 친구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상상할 수 있습니다. 장미가 뒤처지지 않도록,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절룩이며 따라오는 장미를 무리 친구들은 기다려 주었고, 장미의 앞에서 그리고 뒤에서 장미를 보호했습니다. 빠르게 달릴 수 없는, 절룩거리는 장미를 위해 속도를 맞추며 이동했습니다. 장미는 그렇게 차별받지 않으며 살아남았습니다. 

다리 아픈 장미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애 타 하는 사람들은 케어에 도움을 요청하였고, 케어는 그 모두를 구하고 데려올 공간과 재정적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안타깝지만 아픈 장미만 구조하고 보호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케어의 구조팀은 5일 밤 낮, 포획틀을 설치하고 장미를 기다렸습니다. 무리 안에 있는 장미만을 따로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잘 나타나지 않는 개들을 기다리며 무려 5일 동안 공터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기다리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장미 외에 한두 마리가 더 들어와 잡힌다면, 그 녀석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현실적 고민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5일 후 드디어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3-4마리가 아니라 8마리 정도는 돼 보였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전체 무리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모두 한꺼번에 약속이라도 한 듯 제 발로 덫 안에 걸어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개들이 다 들어오며 장미도 따라 들어왔습니다. 8마리가 다 들어와 버린 상황은 상상도 하지 못하던 구조팀은 고민을 하다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미마저 놓칠 순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다음 상황. 녀석들은 문이 닫혀도 전혀 놀라지 않았습니다. 반항도 하지 않았고 탈출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구조에 함께 하던 활동가들이 들어가자 그 손길에 기대고 앉거나 누워서 쉬고, 심지어 꾸벅꾸벅 졸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녀석은 놀라 달아났지만 근처에서 앉아 먹이를 받아먹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케어로서도 처음 있는 일, 덫 안에는 무려 7마리가 한꺼번에 들어와 졸고 있는 상황. 녀석들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모두 얌전히,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덫 안으로 들어와, ‘이제 우리 그만 이렇게 살래요’ 하는 얼굴로, 언제 자신들이 사람을 경계했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앉아있는 녀석들. 각자 떠돌다 뭉친 것인지, 같은 동네에서 살다 한꺼번에 버려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녀석들은 소위 들개가 아니었습니다. 버려진 개들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챙기고 보살피며 살아남은 한 가족이었습니다. 도저히 그 모두를 외면하기 어려웠습니다. 

“모두 포획됐어요! 이걸 어떻게 하죠?” 구조팀의 소식을 들은 케어의 다른 활동가들은 하늘에 맡기는 심정으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대책은 없었지만 녀석들의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고 도움이 오는 만큼이라도 우선 구해보자는 심정으로, 아니 도움이 없다면 그냥 덫 안에 우리 모두 들어가 나오지 말고 같이 있자는 심정으로 현장에 가서 덫 안에서 인스타 라이브를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 만에 사연이 퍼져나갔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을 보며 많은 분들이 모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녀석들도 케어도 그 덫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장미를 살려준 것이고, 장미가 친구들을 살려준 것입니다.”

다리 없는 장미가 유독 사람들 눈에 띄었고 다리 없는 장미로 인해 친구들이 모두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실은 친구들이 장미를 보호해주었기 때문에 장미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일 겁니다.

결국 친구들이 장미를 살려준 것이고, 장미가 친구들을 살려준 것입니다. 

사람들은 건강한 장미를 버렸지만 떠돌이 개들은 다리 없는 장미마저도 버리지 않았습니다. 

이름 없는 개들은 그렇게 이름을 얻었습니다. 녀석들의 이름은 장미, 나리(개나리), 릴리(백합), 유채(유채꽃), 수련(수련화), 칸나(칸나꽃), 초롱(초롱꽃), 슈슈입니다.

* 언제나 장미 옆에 꼭 붙어 장미를 지켜 준 검둥이 녀석 하나는 그날 밤 포획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혼자 남아 배회하고 있고 목격이 되고 있습니다. 8마리 친구들을 모두 구조하기로 하여 매우 벅찬 상황이지만 남은 녀석을 혼자 둘 수 없기에 다시 구조를 하고자 합니다. 먼저 구조된 장미를 포함한 8마리 녀석들은 건강 상태가 많이 좋지 않습니다. 1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심장사상충에 걸려 있고 피부 상태도 매우 좋지 않습니다. 입양을 가거나 가지 못할 시엔 보호소에 남아 오랜 시간 돌봐야 할 것입니다. 녀석들의 대부, 대모가 더 필요합니다. 두 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녀석들의 이동경로를 추적한 활동가들, 케어의 대표와 활동가들도 모두 대부, 대모를 자처하며 모였습니다. 

우리 인간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차별 없는 삶이란 무엇인지 고맙게도 깨닫게 해 준 녀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다립니다. 이들의 더 많은 소식을 기대해 주세요. 

장미와 친구들을 위한 대부 대모 방=> 인천 미추홀 떠돌이개들 살려 주세요

https://open.kakao.com/o/gQSC7v6c

장미와 친구들 단독 인스타 계정 #care_for_wander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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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문의: 02-313-8886 내선 2번, care@fromca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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