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에이지.오타니준코| 양윤옥 역| 작은씨앗| 2008.01.10

어느 날 오타니 가족에게 맡겨진 아기원숭이 한 마리. 팔다리 없는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어미에게 버림받은 원숭이다.
300그램도 채 되지 않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다이고로를 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들어온 아빠의 행동에 다들 머뭇거리지만 곧 장애를 가진 원숭이라는 편견따위는 그들 사이에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씩씩하게 크라는 뜻으로 ‘다이고로’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지는 포토에세이.
후지텔레비전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아버지(오타니 에이지)의 생생한 기록 사진과 가족들의 따뜻하고도 솔직한 일기는 독자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2001년 출간되어 한국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다이고로야, 고마워]가 한결 편안한 문체와 고급스러워진 양장본으로 독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앙코르” 출간되었다.

출판사 서평

의무감으로 시작된 가족의 인연
‘너무도 딱한 모습의 원숭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기도 했고, 그 기록 사진이나마 반드시 찍어두어야겠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이것이 다이고로를 집으로 데리고 온 아버지의 짧은 변이자, 가족의 인연이 시작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후지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근무하던 아버지, 오타니 에이지는 풍경이나 인물 같은 일반적이고 아름다운 피사체보다는 일반인들이 돌아보지 않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주제로 삼아 전국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사람이 주는 먹이로 인해 기형원숭이가 많아진다는 사실이 한창 문제가 되던 때여서 기형원숭이들을 기록하는 사진촬영을 하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매번 촬영을 끝내고 딸들에게 선물꾸러미를 사오던 아버지였기에 그날 역시 가족들은 아버지의 선물보따리에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고, 그렇게 선물이 되어 가족들에게 맡겨진 기형원숭이한 마리가 바로 다이고로였다.
당시 일본은 사회적으로 기형원숭이 발생이 큰 문제가 되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그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간이 주는 먹이를 먹기 시작한 후로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입시를 압두고 있던 큰딸 세이코, 일곱 살 가즈요와 네 살의 막내 마호의 세 딸을 두고 있던 엄마로서는 아무리 동물을 좋아하는 가족들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야생원숭이를 어떻게 집에서 길러야 할지 도무지 짐작도 가지 않고 눈앞이 캄캄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보여준 엄마의 사랑
여덟 살 때 히로시마에 살던 엄마는 원자폭탄의 피해를 실제로 지켜보았기 때문에 생명체가 겪는 고통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원폭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으며 그때 겪은 슬픔과 가족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잊혀지기보다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공해 때문에 기형의 몸으로 태어난 다이고로 생명 역시 어떻게든 지켜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지만 이미 세 딸을 출산하고 여러 차례 수술로 인해 몸이 약해질대로 약해져 있던 상황이기에 다이고로를 쉽게 맞이할 수는 없었다.
면봉에 우유를 적셔 입안에 넣어줘야 30분에 겨우 한 방울이나 먹을 정도로 약하고 밤에는 잠도 잘 자지 못하며 가족들을 불안하게 하기 일쑤였던 다이고로. 일주일이 지나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을 정도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다이고로의 모습에 엄마는 유산으로 잃은 아들아이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 채 떠나간 아들아이가 돌아온 것처럼 다이고로에게 사랑을 기울이는 나날이 이어졌다.
다이고로를 바라보며 어떻게 돌봐주어야 할지 공황상태에 빠져있던 가족들과 달리 어쩌면 다이고로는 스스로 삶을 위해 강한 의지로 삶의 불꽃을 피워 올렸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누구로 인해서가 아닌 생명체가 갖는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은 아닐까.

 

인간의 감정을 닮은 원숭이
원숭이란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이고로는 표정과 감정이 풍부했다.
엄마가 화장을 하고 외출 준비를 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거나 어디로 외출이라도 하려 할 때는 옷을 물어뜯으며 못가도록 잡아당기곤 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소리를 내며 좋아하기도 했다. 얼굴이 붉게 상기될 정도로 온힘을 다해 테이블로 올라가기도 했는데 이런 성장들은 거의 죽은 상태에서 보자기에 쌓여와 첫 대면을 했던 순간들을 무색케 했다. 다이고로의 이런 모습들은 오히려 우리들에게 노력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다이고로는 또한 사교성이 좋은 원숭이었다. 특히나 아이들과 쉽게 가까워지곤 했는데 이런 대목에서는 외형으로 편견을 갖고 마음을 닫아버리곤 하는 우리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어린아이의 마음이야말로 세월이 지나도 변치 말아야할 우리들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막내 마호와 다이고로는 그야말로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 마호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언제 어디서나 함께 움직일 정도로 돈독한 우정을 뽐내고 다녔지만 그만큼 막내자리 차지에 치열한 싸움이 일기도 했다. 엄마의 품속을 차지하려다 다이고로에게 빼앗기는 날이 다반수였고 그런 날이면 어린 마호는 울며 잠이 들곤 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은 미어졌지만, 약자에 있는 다이고로에게 어쩔 수 없는 양보와 배려였다.
언젠가 우연히 거울을 본 후 경악을 하게 되었다는 다이고로. 일말의 여지도 없이 자신은 사람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본인이었지만, 거울에 비춰지는 것은 복슬복슬 검은 털이 가득한 원숭이의 모습이었다. 그후 오랜시간 우울해하며 감정을 다스리는 다이고로의 모습에서는 인간과 너무도 흡사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차가운 말의 보이지 않는 상처들, 우리를 반성하게 하는 사건들.
가족모두 여행을 가게 된 장소에서 “저 더러운 원숭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무심코 내뱉은 주위의 말이었지만, 가족들이 받은 순간의 상처보다 오히려 그 말을 들은 어린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자라나게 될지 걱정이 앞서게 된다. 다양한 사람이 있고 다양한 성격을 지닌 인물들이 있으니 취향 또한 얼마나 다양하겠는가. 하지만 단지 외모와 편견만으로 마음의 벽을 닫아버리는 이러한 행동은 바로 나 스스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창피함에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한다.

 

2년 4개월 동안의 시간, 다이고로가 남긴 것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 따위는 아주 조금의 도랑을 메워버리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당연한 이치를 깨닫게 된다.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단지 외형으로 편견을 갖기보다는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신뢰관계를 쌓아가는 어린아이의 마음이란 실제로는 몹시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혀 본다면 언제나 두팔 벌려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2년 4개월의 짧은 기간동안 다이고로가 오타니 가족들에게 남긴 것들, 그리고 우리에게 보여준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는 각자의 독자 몫에 맡기겠다.
오타니 씨는 정년 퇴직 후 고향 유후인에 <오모야>라는 이름의 여관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자들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여관을 만들겠다는 꿈의 실현이었다. 그 꿈을 키워준 것은 팔다리에 중증의 장애를 가진 기형 원숭이 다이고로의 존재였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삶에 대해, 그리고 가족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는 따스함이 독자들의 마음을 힘껏 부풀게 할 것이다. [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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