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투스 B. 드뢰셔| 이영희 역| 이마고| 2003.04.29
약육강식,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폭력이론, 난잡한 성생활로 알려진 동물세계에 대한 상식화된 믿음을 뒤집는 책. 200여 종의 동물이 등장하는 동물행동학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저자는 동물들이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권력’과 ‘지배’에 대한 인간들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책이다.
이 책은 우선 수많은 사례를 통해 다윈주의에 기초한 남성적 생물학의 폭력이론이 오류임을 밝히려 한다. 공격성이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는 사회적 협력이 동물사회의 성공적인 생존전략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동물행동학의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위대한 업적은 여성학자들에 의해 가능했음을 소리높여 주장한다. 여성학자들은 동물의 공동체와 실제로 함께 생활하며 현장에서 연구를 진행했지만, 남성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출세의 길을 닦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동물들이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믿어왔던 것보다 훨씬 더 ‘인간적’으로 행동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수컷이 우두머리가 되는 늑대나 야생닭의 세계에서도 보스의 역할은 폭력으로 무리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리의 협조와 이해를 바탕으로 지혜롭고 민주적으로 무리를 이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매우 이념적이며 논쟁적이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한쪽으로 구부러진 우리 인식의 균형추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독할 만한 책이다.
[리브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