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돈벌이에 이용되는 당나귀
지난 5월 초, 동물권단체 케어에 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경상남도 하동군 박경리 생명 문학관 앞에 주말만 되면 당나귀와 개가 끌려 나와 마차 호객행위에 이용되며,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케어는 세부내용을 파악했습니다. 아기 강아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호객행위를 위해 당나귀 등에 올라 타 엎드려 있어야 했습니다. 어린 강아지가 당나귀 등에 올라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고 얌전히 앉아만 있는 것도 어려웠을테니 강요에 의한 부자연스런 행동이 분명했습니다.다행히 이 강아지는 공지영 작가님께서 구조를 해주셨습니다.
더 큰 문제는 당나귀였습니다.
사람을 태우는 일을 계속하며 묶여 있을 땐 옴짝달싹도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하게 하여 더위에 헉헉거리는 당나귀의 건강이 매우 걱정되는 상태였습니다. 지역 동물활동가 손지연님등 몇몇 분들의 항의 민원에도 하동군청은 아무 제지도 하지 않습니다.
당나귀 구조를 위한 2박 3일 간 분투의 시작
케어는 당나귀 구조를 위해 지난 23일 하동군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노예 당나귀는 한 마리가 아니었습니다. 약 5백미터 떨어진 사육장에 세워진 트럭 위에는 어린 당나귀 한 마리가 더 있었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당나귀의 뒷 다리 둘을 줄로 묶어 꼼짝도 못하게 해놓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트럭 바닥은 온통 배설물, 어린 당나귀는 하루 종일 뒷 다리가 묶여 괴로운지 비명을 지르며 온 몸으로 괴로움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두 당나귀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습니다. 지자체로 하여금 격리조치를 발동시켜야만 했습니다.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 다짐한 케어 활동가들은 당나귀를 구조하기 전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당나귀의 자유를 위한 2박 3일 간 분투의 시작이었습니다.
케어는 현장 상황을 수의사 선생님께 전달해드렸습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당나귀의 상태를 보시고 “당나귀의 다리는 매우 심각한 상태”라며 “사람으로 치자면 발 하나에만 하이힐을 신고 불균형한 상태로 아스팔트를 하루종일 걷는 것과 같다. 다리 불균형이 오래 지속돼 고통을 많이 받고 있는 매우 안좋은 상태”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직접 당나귀를 보시고, 정확한 진단을 내려주시기 위해 24일, 경기도에서 하동군까지 먼 길을 걸음해주셨습니다.
케어는 수의사 선생님의 진단을 근거로, 하동군청에 긴급격리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시민분들께도 적극적인 민원항의를 요청드렸습니다.
명백한 동물학대, 긴급격리조치를 위하여
동물보호법 제8조 제2항 1호에서는 ‘도구를 이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 3호에서는 ‘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4호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해는 행위’는 동물학대라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당나귀의 입에 재갈 물려놓고 물도 주지 않고 먹이도 주지 않고 땡볕에서 무거운 쇳덩이를 끌었습니다. 어린 당나귀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트럭에 있는 단 한번도 트럭에서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어제 재갈을 물려놓고 두 다리를 꽁꽁 묶어놔서 활동가들이 풀어줬습니다. 근데 오늘 아침 가보니 학대자는 다시 재갈을 물리고 두 다리를 꽁꽁 묶어 놨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학대자가 가학적인 훈련을 계속 하였고 심지어 즉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하며, “불쌍해서 더이상은 두고보지 못하겠다. 제발 당나귀를 살려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습니다.
담당 공무원들은 “다른 자자체에서의 사례가 없다, 강제집행할 동물학대 근거가 없다”며 격리조치를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케어는 공무원들을 설득하고, 긴급격리조치를 관철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치는 25일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새벽 2시가 다 돼서야 격리조치 시행을 약속받을 수 있었습니다. 치료비용 및 관리보호 비용에 대한 적정금액 기준에 대해서는 날이 밝으면 다시 상의하기로 했습니다.
극적인 협상타결! 자유를 되찾은 당나귀들
날이 밝자마자 케어는 다시 공무원들과 면담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극적으로 군청에서 당나귀를 주인으로부터 인계받아 소유권을 케어에 이전하겠다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긴급격리조치를 시행하더라도, 주인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법의 허점까지 고려한 최상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렇게 구조된 당나귀들에게 공지영 작가님께서 ‘당실이’와 ‘당아’라는 이름을 붙여주셨습니다. 당실이와 당아는 무사히 경기도의 임시보호처로 이동했습니다. 임시보호처에서 안정을 취하며 치료를 받게 한 뒤, 공지영 작가님께서 마련해주신 제주도 입양처로 이동하게 될 예정입니다.
당실이와 당아를 구조하기까지 애써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제보자님, 강아지 동백이를 직접 구조해주시고 당나귀의 입양처까지 마련해주신 공지영 작가님, 적극적인 민원으로 함께해주신 시민여러분, 경기도에서 경상남도까지 달려와주신 수의사 선생님, 당나귀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려주신 군수님과 계장님 그리고 현장에서 케어와 함께해주신 많은 활동가분들.
많은 분들의 힘이 모여 학대현장에서 당실이와 당아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케어는 언제나, 끝까지, 동물의 편으로 남겠습니다.
One Response
너무나 고생하셨습니다! 케어 화이팅입니다! 늘 존경하고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