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말랐으나 물을 마실 수 없었습니다. 배가 고팠으나 먹을 게 없었습니다.
비가 오면 피할 데 없이 비를 맞아야 했지만 목은 축일 수 있었으며, 간혹 음식 쓰레기라도 던져지는 날에는 무언가를 목구멍으로 욱여넣을 수는 있었습니다.
뙤약볕이 내려쬐어 땅이 메마르고, 무관심으로 음식 쓰레기마저 사치가 될 때에는 소변과 대변을 핥고 씹으며 비천한 목숨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7월, 동물권단체 케어가 급습한 천안 화형식 개도살장의 동물들은 그렇게 삶을 버텼냈습니다.
이제는 ‘설악이’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배럿’에 이어 ‘휘슬’이가 가정을 찾아 미국 라스베가스로 떠났습니다.
휘슬이는 ‘그로넨달’이라는 품종견입니다. 천안 도살장에는 품종견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하고 싶어하는 품종견들이 왜 도살장에 묶여있던 걸까요.
소위 품종견이라 불리는 개들도 도살되고 한낱 고깃덩어리로 팔려나가는 게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 안에서 개들을 ‘식용견’과 ‘반려견’으로 구분 짓도록 방치하는 것이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입니다.
케어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참히 도살되는 동물들은 수없이 많고, 케어에 구조를 요청하는 문의 역시 쏟아집니다.
케어는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비루하고 비참한 이 현실을 단 한 명의 시민들께라도 더 알리고 싶습니다. 언젠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이 케어가 무너질 수 없고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재정상황임에도 현장으로 향하는 이유입니다.
휘슬이가 무사히 해외입양을 떠날 수 있도록 보호를 해주신 분이 계십니다. 임시보호자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천안 도살장에서 구조된 동물들의 입양은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한 아이 한 아이 입양이 완료될 때마다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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