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 케어(이하 케어)와 한국동물보호연합(이하 동보연)은 26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역업체’에만 책임을 떠넘긴 채 불법 생매장 살처분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를 규탄했습니다.
케어와 동보연은 지난 17일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확진판정을 받은 이후 파주·연천·김포 등 현장을 다니며 살처분을 감시해왔습니다.
그 결과 방역 통제 때문에 직접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음에도, 이산화탄소(CO2)를 이용한 살처분 과정에서 상당수 돼지들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생매장당하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파주시와 김포시 같은 경우 직접 가축방역팀장과 면담을 하고 법과 매뉴얼에 따라 살처분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답변을 받았음에도 막상 현장에서는 버젓이 생매장 살처분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케어와 동보연은 20일 파주시장을 ‘동물보호법 위반’ 및 ‘직무유기죄’로 고발했으며, 24일에는 생매장 살처분 과정을 직접 촬영해 실상을 폭로했습니다.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 안에 동물방역국을 신설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방역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생매장은 없을 것이라며 공언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오로지 용역업체에게만 책임이 떠넘겨진 채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을 준수하지 않아 살아있는 돼지들이 상해를 입고 출혈이 발생하는 등 도리어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더 가중될 수도 있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구제역·조류독감·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은 전염병의 1차적 근본원인은 전적으로 무분별한 ‘공장식축산’ 시스템에 있습니다.
케어와 동보연은 2011년 겨울,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생매장 현장을 잠입해 전 세계에 폭로한 뒤 문제제기를 지속해왔음에도 현실은 크게 달라진 바가 없습니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예방법이 없는 만큼 살처분이 불가피함을 인정하더라도, 동물의 살과 피를 일방적으로 취하는 인간이 동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우는 보여야만 합니다.
케어와 동보연은 기자회견장에 나온 청와대 관계자에게 이러한 저희의 뜻을 담은 문서를 전달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돼지들이 살처분 될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케어와 동보연이 모든 현장을 감시하기에 여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각인해야만 합니다. 또한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국격’을 확인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만 합니다.
‘고기’가 되기 위해 태어나 오물 속에서 생을 강요받다, 세상 밖으로 내디딘 첫 걸음이 생매장이 된 수만 마리 돼지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