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몇 개월째 박스 안에 갇혀 있어요.”
성남시 모란시장은 대한민국 최대의 개고기 유통시장입니다. 폭염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던 지난여름, 모란시장 육견협회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 의외의 제보자분은, 모란시장 근처의 야산에 좁은 박스가 버려져 있고, 그 안에 아홉 마리의 개들이 몇 개월째 갇혀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나도 개고기 장사를 하지만 이건 뭐 눈뜨고 볼 수가 없이 처참해요. 개들이 지들끼리 붙어서 꼼짝달싹을 못하고 있더라니까. 오죽하면 내가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고 말을 다 했다니까요.”
처참한 상황에서도 사람에게 꼬리를 흔드는, 어린 개들을 만나다
케어 활동가들은 바로 모란시장 근처의 야산으로 출동했습니다. 5분만 땡볕에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더위 속에서 개들을 찾아냈습니다. 풀숲 안쪽에 있는 작은 공터에서 문제의 박스를 발견했습니다. 박스 밖에는 개 두 마리가 묶여 숨죽여 다가오는 이들을 지켜보았고, 벽면이 철망으로 된 좁고 낮은 박스 안에 개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사람을 보더니 반가운지 연신 꼬리를 흔들어 대는 모습이 애처로웠습니다. 부패된 음식과 배설물, 가끔씩 내린 비로 개들의 몸은 온통 축축해 보이고 사방에는 냄새가 지독했습니다. 살인적인 더위와 이렇게 더러운 공간을 참고 있기에는 개들은 아직 어려 보였습니다. 모두 생김새가 닮아 있는 것이, 한 어미의 배에서 나온 새끼들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홉 마리의 개들, 4개월 만에 세상으로 나오다
제보자에 의하면 견주는 그곳에 살지 않고 가끔 닭을 돌보러 올 뿐, 개들은 그냥 방치해 두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덩치가 커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지요. 케어는 구조에 앞서서 견주의 동의를 받아야 했기에 하루 이틀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케어는 견주를 만나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견주는 심드렁하게 말했습니다. “데려가세요. 요즘 개 사가는 사람도 없고… 저러고 4개월째 있는 건데 큰 개들도 아니어서 제 값도 못 받고 귀찮기만 하니까.”
4개월. 개들은 무려 4개월이나 그 좁고 더러운 곳에서 부대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박스의 문을 열어주자 개들은 앞 다퉈 열린 문을 비집고 나오며 좋아했습니다. 사람이 가두고 방치한 개들이, 그 상자에서 나오자마자 사람을 반기며 치대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아홉 마리 개들의, 밝고 넓은 세상이 되어주세요
케어는 9마리의 개들을 구조해 서울의 3곳의 동물병원으로 나누어 이동시켰습니다. 박스 옆 짧은 목줄에 묶여 있던 백구 2마리는 진드기와 벼룩이 너무 많아 진드기 제거를 한 후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박스 안에 갇혀있던 7마리의 개들은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각종 피부병 또는 지아디아에 감염되어 있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홉 마리 아이들 각자에게, 적절한 치료와 돌봄이 절실합니다.
9마리의 막대한 치료비 부담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긴 하지만, 구조되어 활기를 되찾고 새로운 삶을 맞이한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 뿌듯한 마음으로 다음 구조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케어입니다. 이번 모란시장 야산에서 구조된 아홉 마리의 개들에게 밝고 넓은 세상이 되어주세요. 박스 안에서의 힘든 시간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이 친구들에게 응원과 격려, 그리고 온정의 손길을 베풀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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