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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마감] 눈 없는 개 촐랑이와 피 묻은 개 닥양이

눈 없는 개 촐랑이

 

50cm 목줄에 매여 살고 있는 두 마리 시골개

새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12월, 동물권단체 케어는 경기도 양평군의 한 제보자로부터 다급한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동네 허름한 창고에 ‘눈 없는 개’와 ‘피 묻은 개’가 짧은 목줄에 묶인 채 방치돼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사실 이와 유사한 제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케어의 문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케어는 제보자가 제공한 사진과 영상 속 두 마리의 개에게서 눈을 떼기 힘들었습니다.

창고 옆에 겨우 50cm 정도 되는 짧은 줄에 묶여 있는 모습에서 2년 전 케어가 구조했던 청와대 퍼스트도그 ‘토리’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몇 발자국 떼기 무섭게 목줄에 목이 졸리는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로 지내는 모습, 주인이 있다고 해도 많게는 이주일 이상 들여다보지 않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지내는 사연까지 토리와 닮아 있었습니다.

 

눈 없이 짧은 쇠줄에 묶여있는 촐랑이

 

닭장에 짧은 줄로 묶여 있는 닥양이

 

“하얀 개는 눈이 없고, 검은 개는 생식기에서 피가 나요!”

제보자는 주인에게 사랑은커녕 최소한의 사료나 물도 챙겨받지 못한 채 굶고 있는 개들이 안쓰러워 손수 사료를 구입해 먹거리를 챙겨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상 속 하얀 개의 왼쪽 눈은 아예 안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선천적인 기형인지 제때 치료받지 못한 탓인지 영상으로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검은 닥스훈트로 보이는 개도 상태가 심각하긴 마찬가지. 아랫배가 불룩하게 부푼 작은 개의 엉덩이쪽에서 피가 흘렀고 피가 굳으면서 털과 지저분하게 엉켜 있었습니다. 두 녀석들을 그대로 둔다면 건강악화로 무슨 변을 당할지 알 수 없다는 판단에 케어 구조대는 곧바로 경기도 양평 시골 마을로 출발했습니다.

 

한쪽 눈으로 활동가를 바라보는 촐랑이

 

“까마귀가 파먹었지, 시골에서 이런 일이 무슨 대수라고…”

개들이 살고 있는 현장은 예상보다 훨씬 열악했습니다. 하얀 개는 집도 없이 대형 켄넬에 짧은 쇠줄로 묶여 있었고, 검은 닥스훈트도 사방에 구멍이 숭숭 뚫린 닭장에 줄이 묶여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나마도 하얀 개의 켄넬은 제보자가 구해준 것, 그 전까지는 바닥판도 없이 판자로 지붕만 얹은 공간에서 지냈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하얀 개의 눈이 걱정된 제보자가 견주에게 묻자 “까마귀가 파먹었지, 시골에선 이런 일이 무슨 대수라고…”라는 퉁명스러운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다치거나 병에 걸리면 치료 해주는 것이 마땅한 도리일테지만 견주는 그럴 마음이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케어는 견주를 설득해 두 마리의 개를 인계 받을 수 있었습니다.케어는 하얀 개에게 ‘촐랑’이, 닭장 속에 있는 검은 닥스훈트에게 ‘닥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족쇄같던 짧은 목줄을 풀었습니다. 그러자 두 녀석들은 어린아이처럼 구조대에게 꼬리를 치며 안아 달라고 아양을 부렸습니다.

울고있는 닥양이

 

닥양이가 지냈던 닭장 안 피

 

치료를 기다리는 촐랑이

짧은 목줄에서 해방된 시골개 촐랑이와 닥양이

안구가 없는 촐랑이와 누렇게 눈곱이 끼고 엉덩이에서 피가 계속 흐르는 닥양이는 검진을 위해 케어 협력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 결과 촐랑이와 닥양이 모두 심장사상충과 온몸에 진드기가 감염되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엉덩이에서 피가 흘렀던 닥양이는 생식기에 심한 염증이 제때 치료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촐랑이와 닥양이가 꽤 오랫동안 치료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케어는 주인에게 제대로 돌봄 받지 못해 만신창이 몸이 된 두 ‘생명’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두 녀석들이 앞으로 배곯지 않고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권리’도 보장받을 수 있게 힘쓸 것입니다. 여러분도 촐랑이와 닥양이의 남겨진 삶에 따뜻한 사랑으로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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