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는 라면 봉지의 줄임말입니다….
나이가 열살이나 된 믹스견 봉지는
나이 많고 털이 많이 빠진다며
낡은 고장난 트럭의 실내에 가둬진 채
생라면만 주며 한 번도 밖에 꺼내주지 않았던
방치된 녀석입니다.
추운 겨울동안 그리고 이제 여름이 다가오는 데도
봉지는 그렇게 트럭의 실내 한켠에 앉아
바로 앞, 주인 집 문을 바라보고 하염없이 앉아 있어야만 했습니다.
트럭 안은 봉지의 배설물로 악취가 심했고
점점 더워져 가는 날씨로 인해
꼭 닫힌 문 안의 봉지가
언제 잘못될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사무국 활동가들은
제보를 받고 무조건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려갔습니다.
다 낡은 고장난 트럭,
트럭 안은 버려진 잡동사니 고물들과 생라면 부스러기, 라면 스프,
봉지의 빠진 털과 배설물로 가득했습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있었는지는
봉지의 구부러져 살을 파고드는 발톱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급하게 달려간 동물사랑실천협회 사무국 활동가들은
트럭 문을 따고 봉지를 데리고 올 생각이었으나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주인이 바로 앞에 산다는 주민들의 이야기에
주인을 설득하고자 찾아갔습니다.
마당 한켠, 현관 문 앞, 적어도 계단 한 쪽에라도
봉지의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었건만,
야속한 주인은 그래도 괜찮다는 태도로
가둬둔 채, 생라면만 주는 것에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열 살이 되는 동안
주인만을 바라보던 해바라기 봉지는
주인과 헤어지는 시간, 주인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건만
주인은 보는 둥 마는 둥, ‘잘 길러 주세요’ 퉁명스런 말로
작별을 대신하였습니다.
트럭 안에서 사납게 짖어대던 봉지는
돌아오는 길 상황을 이미 다 알아 채고
얌전하고 예쁘게 잘 따라 주었습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무심한 주인, 며칠에 한번 생라면만 주었다는
매정한 주인으로 인해
트럭 안 봉지는 그렇게 생을 마감할 수 있었을 겁니다.
봉지를 외면하지 않고 신고해 준 동네 아저씨에게 감사드립니다.
가끔이라도 물과 먹다남은 우동이라도 가져다 주신 동네 주민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봉지는 보호소에서 소장님에 의해 < 할리> 라는 예쁜 이름을 새로 얻었습니다.
할리 데이비슨 이라는 오토바이처럼 멋지고 신나게 씽씽 달리며
앞으로 행복한 생만 남을 겁니다.
라면만 먹던 봉지야, 이제 할리라는 이름으로 사랑 받으며 행복한 입양을 꿈꿔보자,
너 아직, 살 날 많이 남았잖니? 이제 겨우 열 살이니까 말이야.. ^^
동물사랑실천협회 www.fromcar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