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견.
무조건 싸워야만 하는, 그리고 이겨야만 하는…
잔인한 삶.
그속에서 구조된 거미를 소개합니다.
거미는 이제 3살된 수컷 핏불테리어입니다.
온몸이 싸우다 물리고 뜯겨 성한 곳이 없습니다.
다른상대를 보면 무조건적으로 싸워야합니다.
죽여야만 자신이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혹독한 훈련과 잔인한 방법으로 길들여지는지..
가늠할 수 조차 없습니다.
싸움에서 지기라도 하면…상처투성이인 투견들은 또 다시 매를 맞고 밥도 굶어야합니다.
투견장을 옮겨다니며 평생을 싸움만 하다, 다치거나 병들면 버려지는..
수많은 투견들 중 거미라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거미는 싸우다 오른쪽 앞다리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걸음조차 힘들고 디딜 때 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껴야 했습니다.
누군지 모를 한 분이, 일산동물의료원으로 거미를 데리고 왔습니다.
치료비는 내겠으니, 부상이 심해 만약 회복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다시 돌아가면 거미는 어차피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올 3월, 거미는 일산 동물 의료원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당시 거미의 상태는 앞다리 한쪽은 거의 괴사되어 치료가 가능한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로 심각했고……
몸 구석구석 다른 투견들과 마찬가지로 상처투성이었습니다.
병원 선생님들은 다리 한쪽만 불편할 뿐인데,
안락사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하실 수 있는 최대한의 치료를 해주셨고,
거미는 세게 디딜 순 없지만 오른쪽앞발을 약간 절면서 걷고 생활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거미를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찾다 동물사랑실천협회에 연락을 주셨습니다.
거미를 만나러 가는 길.
보호소에서 본 투견 ‘하니’처럼 외모랑 달리 너무 순하고 착한아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거미는.. 여느 강아지들처럼…
사람 손을 핥고, 꼬리를 흔들고, 아픈 앞발로 사람 다리를 건들며 놀아 달라는….
수많은 강아지들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협회 사정 상 거미를 일단 사무실로 옮겼다가 다음날 보호소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일산병원에서 포천 보호소까지 이동거리도 멀기에 거미에게도 그것이 더 좋을 듯 했습니다.
병원에서 3개월 동안 치료해주신 선생님들께서 차에 싣는 내내 거미를 걱정하셨습니다.
이동하는 동안 거미는,
지금까지 봤던 구조동물들 중 가장 차를 잘타는 아이였습니다.
멀미도 안해, 구토도 안해, 소리도 안내, 쉬랑 응가도 안해, 가만 엎드려 얌전히 있었는데
그야말로 최고였죠.
투견장을 옮겨다니느라 차를 많이 타본걸까 하는 생각에 또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무실에서 하루 있는동안,
창밖을 보며 소리가나면 가끔 짖기는 했지만 ^^
물건을 물어뜯지도 않고, 다른 활동가분들께도 꼬리 흔들며 좋다고 반기는
사람을 무척이나 따르고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보호소로 이동하는 날…
거미의 체중도 있고 케이지에 넣은 채로 3층 계단을 내려가는게 힘들 것 같아
리드줄을 하고 1층까지 내려갈 생각으로 사무실문을 나서는데..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계단 아래 커다란 전신거울을 보고서는….
반사적으로 싸워야하는 상대로 인식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힘으로 저를 끌고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거울로 뛰어들어 큰 소리와 함께 머리를 세게 부딪혔고,
그 커다란 거울이 앞으로 넘어와 저랑 거미를 덮쳤습니다.
그 힘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나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거미는
오랫동안 침을 흘리고, 꼬리를 빙빙 돌리고, 제자리를 정신없이 돌며 짖어댔습니다.
누가 이 아이를 이토록 괴물로 만들었을까요.
감히 누가 사람에겐 천사같기만 한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든겁니까….
보호소에서도 거미는 앞으로 혼자지낼 수 있는 견사에 있어야합니다.
생각보다 보호소에 아이들을 보고는, 거울을 본 것 처럼 흥분하지는 않았는데..
중소형견에는 흥분을 하지 않는 것인지..
목줄을 한채 사람이 잡고 있는 대형견에만 흥분을 하는 것인지…
투견을 하는 종류의 개들에게만 덤비도록 훈련을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보통의 견사는 분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칸에 있는 동물이 보이도록 되어있는데
혹시 거미가 흥분할 수 있을 것 같아 판자로 벽 전체를 막았습니다.
상처가 많아 첫인상은 무서울 수 있지만, 그래도 눈망울이 참 순해보이죠?
여기저기 궁금한게 많아 정신없이 돌아다니는데…
옆칸에 백구가 있어(백구도 궁금했는지 까치발을 하고 들여다보네요 ^^)
백구있는 견사 쪽 벽도 판자로 다 막았습니다.
에너지가 넘쳐나죠??
마구 움직이느라 안흔들린 사진이 없네요.
옆칸에 백구쪽도 판자로 막은 후 거미의 목줄을 풀어주었습니다.
거미 몸의 상처가 아물어 가는 만큼, 마음의 상처도 조금씩 치유되어
그동안 싸워야만 했던 기억을 잊고, 평화로운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길 바랍니다.
현재 투견에 관한 정보는 깊이 알 수 없습니다.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됩니다.
투견을 하는 사람들만 가입 허가를 받을 수 있고, 그들안에서만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지 예측할 수 없으며, 이용되어지는 동물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막연합니다.
개식용, 동물학대, 애견번식 사업 등의 문제에 비해 투견 역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투견에는 다른 문제들 이상으로 그 잔인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부분에 있어서도 많이 알리고, 대책을 강구해야만 할 것입니다.
www.fromcare.org 동물사랑실천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