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닝햄| 이상희 역| 비룡소| 2001.08.06
‘작고 못 생긴 개’ 심프가 주인에게서 버림받고 서커스단에서 쫓겨날 처지에 있는 외로운 어릿광대를 도와 스타가 된다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다. 못생긴 외모 때문로 아무 것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심프는 쥐에게 쫓겨나고, 고양이에게 쫓기는가 하면 개들에게까지 따돌림을 받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 그러나 심프에게는 남을 도우려는 따뜻한 마음과 기꺼이 모험에 뛰어드는 용기가 있었다.
자신에게 따뜻한 온정과 잠자리를 베풀어준 서커스단의 어릿광대 또한 그다지 인기가 없어 쫓겨날 처지에 있었다. 어찌 보면 어릿광대와 심프는 닮은꼴이라 할 수 있다. 심프는 어릿광대를 도와 놀라운 묘기를 선보이고, 서커스단의 스타가 된다. 버림받은 심프에게도 나름대로의 자신만의 재주가 있고 또 스타가 된다니, 책을 보는 동안 아이들은 어느새 심프와 하나가 되어 신이 날 것이다.
외롭고 힘들어도, 또 아무리 보잘 것 없어도 “모두에게는 세상에서 나름대로의 자리가 있다”는 얘기는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기쁨을 준다. 뚜렷한 주인공 캐릭터, 버닝햄 특유의 화려한 그림,’개가 대포알이 된다’라는 위트 있는 소재가 잘 버무려져 있는 작품으로,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에게 만족감과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영국 출신의 거장, 존 버닝햄은 이미 우리 나라에서도 『지각대장 존』『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우리 할아버지』와 같은 작품으로 매니아 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 아이들에게 일차적으로 그림책을 읽어 주거나 함께 읽는 평범한 엄마들을 공부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버닝햄이고, 아이들이 책을 보고 또 보게 만드는 작가가 바로 버닝햄이다.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 이른 버닝햄이 여전히 세계 모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나의 정신 연령은 다섯 살에 머문 것 같다”라고 말했듯이 어른의 시선으로 재지 않고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그리고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도 그의 역량은 유감없이 드러난다. 32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아이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끝이 어떻게 될까 궁금하게 만드는 탄탄한 스토리 구성, 약간은 어두우면서도 독특한 컬러 선택과 컬러 페이지와 흑백 페이지의 조화, 기존의 틀을 깨뜨리는 대담무쌍한 그림 구도는 그의 작품에서 다시 한 번 거장의 모습을 보게 한다.심프는 작고 못생긴 데다 뚱뚱하고 꼬리까지 몽툭한 개다. 그래서 주인은 쓰레기 구덩이에다 심프를 휙 버려 버린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심프를 거들떠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쓰레기 구덩이에서는 쥐에게 쫓겨 나고, 배가 고파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고양이에게 쫓기더니, 떠돌이 개 잡는 사람들에게 잡힌다. 동물 보호소에서는 다른 개들에게 놀림감이 된다. 못생긴 떠돌이 개에게 누가 관심을 가져줄까? 심프는 친구를 찾아, 먹을 것을 찾아 떠돌다가 우연히 서커스단 어릿광대를 만나게 된다.
어릿광대만은 심프에게 가족이 되어 준다. 하지만 어릿광대에게도 걱정이 있다. 바로 아무도 재미있어 하지 않는 연기 때문에 서커스단에서 쫓겨날 처지에 있다는 것, 심프는 그래서 혼자 멋진 생각을 해 낸다. 어릿광대가 대포 연기를 할 때 몰래 대포 속에 숨어 있다가 대포알이 되어 웅~튀어나온다. 사람들은 너무나 재미있어 한다. 심프는 서커스단 스타가 되어 어릿광대와 함께 나라 곳곳을 여행하면서 행복하게 지낸다. [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