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순 | 원혜영 역 | 문학동네어린이 | 2006.03.08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태국에서 온 모캄. 그는 오리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모캄은 아직 한국말이 서투릅니다. 게다가 몸도 약해서 남들은 거뜬히 짊어지는 오리 사료 세 부대도 힘겹기만 하지요. 그래서일까요? 농장 주인은 모캄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입니다. 그런데 눈이 내리던 어느 날, 모캄은 고양이를 한 마리 발견합니다. 고양이는 툇마루 밑에서 피를 흘리며 누워 있었지요.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고양이와 인간의 기막힌 동거가 시작되다
그 날 새벽, 도둑고양이인 ‘나’는 친구 ‘녀석’과 함께 오리 축사를 습격했습니다. 겨울이라 먹이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가, 살이 오른 오리의 맛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녀석’이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망을 보던 ‘나’는 농장을 지키는 개 검둥이에게 그만 다리를 물리고 맙니다. ‘녀석’은 비겁하게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을 쳤지요. 간신히 툇마루 밑으로 몸을 피하긴 했지만, 자꾸 밀려오는 졸음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때, 낯선 인간이 다가와 정신을 잃은 ‘나’를 치료해 주었지요. 그 인간은 ‘나’에게 ‘메오’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말 한 마디 통하지 않는 고양이와 인간의 기막힌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동물의 눈에 비친 인간 세계의 부조리함
상처 입고 버림받은 메오의 처지가 자신과 비슷해 보여서 그랬을까요? 모캄은 메오를 정성껏 돌봐 주었습니다. 모캄의 정성 덕분에 조금씩 기운을 차리게 된 메오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지요. 그런데 메오의 눈에 비친 인간 세계는 어딘가 조금 이상합니다. 농장 주인은 밀린 월급은 줄 생각도 하지 않고 사람들을 잔뜩 부려먹기만 하고, 고국에서 모캄을 기다리는 귀여운 딸 메오가 당장 수술을 해야만 하는 딱한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직장을 옮기겠다는 모캄의 친구 사콘을 방에 가두기까지 합니다. 고양이들은 서로를 구속하지도 않고, 언제든 산과 들을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데, 농장 주인은 왜 정당한 보수는 주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을 붙잡아 두는 걸까요? 메오는 그 이유를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열에 들떠 쓰러질 때까지 혹사당하는 외국인 노동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권을 짓밟고 폭력을 휘두르는 농장 주인…
작가는 고양이 메오의 눈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고발합니다. 또한 먹이를 구하기 힘든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되었는데도 축사의 오리를 습격하는 ‘송곳니 아저씨’와 ‘녀석’의 모습을 통해 인간들의 모순을 꼬집기도 하지요. 이미 충분하게 가지고 있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날카로운 송곳니와 힘을 앞세워 타인을 착취하는 모습은 배려와 사랑을 잃은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줍니다.
하지만 밀린 월급을 포기하고 농장을 떠나면서까지 메오를 지킨 모캄과,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모캄을 찾아 먼 길을 되돌아오는 메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결국 ‘사랑만이 희망이다.’라는 단순하고도 위대한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비록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지만, 서로에게 보여준 믿음과 사랑으로 분명 또다른 희망을 꾸려갈 것입니다.
외국인 노동자 모캄과 도둑고양이 메오가 보여준 위대한 우정과 끝없는 사랑. 가물어 갈라진 마른 땅과 같은 우리들의 마음에 촉촉이 스며드는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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