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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 이야기

신도 가네토| 박순분 역| 책이있는마을| 2002.09.15

일본 열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개와 인간 간의 따뜻한 교감을 그리고 있는 책이다. 시골 어느 농가에서 태어나 서울 은사의 집으로 보내진 강아지 ‘하치’는 주인 우에노 교수의 지극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난다. 따뜻한 마루에서 벼룩을 잡아주고, 함께 목욕을 할 정도로 유달리 하치에게 애정을 쏟던 우에노 교수. 어느 날 아침 강의 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하면서, 하치는 하루아침에 주인을 잃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다. 하지만 이집 저집 좇겨다니고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중에도 아침 출근길 우에노 교수를 시부야 역까지 배웅하고 저녁에는 마중나가던 기억은, 그후 10여년 동안 한결같이 계속 된다.

가슴을 울리는 잔잔한 글과 파스텔톤 삽화가 아름다운, 어른들을 위한 동화.흔히 충견(忠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많다. 이를테면 주인을 위험에서 구해내고 대신 죽었다거나, 주인이 죽은 걸 알고 곡기를 끊었다거나, 다른 곳으로 팔려가서 옛 주인을 못 잊어 다시 돌아왔다거나 하는 등의…….

최근, 이주일 씨의 병상을 지키다가 홀연히 사라진 진돗개와 진도에서 주인의 시신 운구를 반대하며 식음을 전폐한 진돗개 이야기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처럼 ‘사람보다 나은 개’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진한 감동과 함께 잔잔한 경종을 울려준다. 부모의 죽음 앞에서 유산 싸움을 벌이는 인간 세태에 비하면, 주인의 주검을 지키는 충직한 개의 모습은 차라리 숭고하기까지 하다.

일본 열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도쿄 시부야 역, 한 마리의 개가 10년을 한결같이 주인을 마중나왔다. 세상을 떠난 주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 개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주인을 기다렸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개는 동상이 되어서 여전히 시부야 역을 지킨다. 그 개의 이름은 하치. 일본의 대표적 충견이다.

이번 책이있는마을에서 출간된 <하치 이야기>는 바로 일본의 대표적 충견, 하치의 실화를 다룬 소설이다. 이 소설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923년 11월, 아키다 현 오다테. 흰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겨울날, 한 농가에서 아키다견의 혈통을 이어받은 다섯 마리의 강아지가 태어난다. 마세 과장은 그중 황금빛 바탕에 흰 털 무늬가 있는 강아지를 자신의 은사 우에노 교수에게 보내기로 한다.

이듬해 1월, 태어난 지 겨우 두 달밖에 안 된 강아지는 도쿄로의 낯선 여행을 시작한다. 이틀에 걸쳐 기차를 타고 시부야의 우에노 교수집에 도착한 강아지는 초죽음 상태이다. 이틀간의 기차 여행이 어린 강아지에게 무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우에노 교수의 지극한 정성으로 인해 강아지는 겨우 원기를 되찾게 된다.

황금빛 털과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강아지는 단번에 우에노 교수의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교수는 땅을 박차고 서 있는 이 강아지의 다리가 ‘팔(八)’자를 닮은 것을 보고 ‘하치(八이라는 뜻의 일본어)’라는 이름도 지어준다.

우에노 교수의 하치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함께 공원 산책하는 것은 기본이고, 볕드는 마루에서 벼룩을 잡아주는가 하면, 첨벙첨벙 목욕도 함께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부둥켜안고 자기까지 할 정도이다. 그 바람에 우에노 부인은 하치에게 질투까지 느낀다.

하치는 우에노 교수의 지극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성견으로 자라난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매일 아침 출근하는 교수를 시부야 역까지 배웅하고 저녁에는 마중나간다. 마치 교수의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그렇게 하치는 교수와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나 그런 행복도 잠시. 1925년 5월 21일, 우에노 교수는 강의 중에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한다. 교수의 죽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하치는 시부야 역에서 여전히 교수를 기다린다. 한 해, 두 해가 지나도 아랑곳 않고 우에노 교수를 계속해서 기다리는 것이다.

마침내 1935년 3월 8일, 17개월의 짧은 행복과 10년의 긴 기다림 끝에 눈 내리는 시부야 역에서 하치는 영영 눈이 되어버리고 만다.

<하치 이야기>는 하치라는 개의 탄생에서, 성장, 죽음에 이르는 13년의 삶을 통해서 참된 사랑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랑은 무엇보다도 신뢰이다. 신뢰가 없으면 사랑이 싹트기 어렵다. 사람과 사람이, 그리고 사람과 동물이 서로 맺어질 수 있는 것도 신뢰 때문이다. 신뢰가 없는 세상은 불모와 마찬가지이다. 신뢰야말로 사랑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우에노 교수와 하치는 사람과 동물로 만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에노 교수와 하치는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였다. 그것은 그들 둘 사이에 신뢰가 바탕이 된 사랑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개는 인간의 언어를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것까진 아니다.

하치가 매일 역에 마중나간 것은 우에노 교수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에서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하나의 온전한 생명으로 인정해준 교수에 대한 감사의 표시에서이다. 또한 그것이야말로 하치의 진정한 사랑법이기도 했다. 그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하치는 역으로 발을 옮겼던 것이다.

우에노 교수를 향한 일편단심은 하치만의 미덕이다. 사실 그것은 인간이 타인에게서 항상 느끼고 싶어하는 감정이다. 하지만 인간에게서 그 감정을 느끼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만큼 이기적인 존재가 어디 있는가? 그런 점에서 하치는 비록 개이지만 강한 마음을 지닌 존재이다. 자신의 사랑을 실천할 줄 아는 강한 마음의 소유자이다.

신뢰와 사랑의 불모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하치 이야기>가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에노 교수와의 사랑을 실천하고 죽어간 하치에게서 같은 인간 사이에서도 느끼기 힘든 그런 아름다운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치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잊고 살았던 사랑, 우정 그리고 신뢰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임에 틀림없다.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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