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랑이의 가벼운 발걸음을 부러워하며 뒤뚱거리면서 간신히 뒤따라갔다. 나는 왜 이리 살이 뚱뚱 쪘을까?”
[북데일리] <돼지의 일기>(가교출판. 2007)는 어느 농촌 마을 배경으로 아기 돼지가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이다. 주인공이 겪는 기쁨과 설렘, 아픔과 슬픔 등을 일기체 형식에 담아내고 있다.
“어떤 턱수염이 수북한 사람이 내게로 터벅터벅 다가오더니, 내 궁둥이를 토닥토닥 두드리지 않는가. 나는 그만 소스라쳐 놀라 집에까지 단숨에 달려와, 엄마 앞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지금 일기를 쓰면서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무리 예의가 없기로서니 남의 궁둥이를 함부로 두드리다니…”
뚱뚱한 몸매 때문에 고민하고, 턱수염 아저씨의 궁둥이 때리기에 놀라는 등 천진한 아기 돼지의 모습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하지만 일기가 늘 즐겁고 행복한 내용으로 채워진 건 아니다.
“내가 몇 달 동안 일기를 쓰지 않은 것은 그동안 너무도 나를 슬프게 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 지금 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엄마의 구슬픈 목소리가 생각난다. ‘아가, 내 자식아, 넌 절대 울어서는 안 된다. 굳세게 커야 한다, 아가.’ 엄마가 사람들의 손에 질질 끌려가면서 마지막으로 내게 하신 말이다.”
주인집 아들 결혼식 날, 엄마 돼지가 잔칫상에 오르기 위해 잡혀가자 주인공은 상처를 받았다. 게다가 친구인 강아지 노랑이마저 쥐약을 먹고 비참하게 죽고 만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기나긴 절망의 시간을 보낸 아기 돼지는 결국 기운을 차린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앞으로 펼쳐질 봄 이야기를 미리 떠올려 본다. 꿈속의 엄마랑 노랑이랑 모두 하나 되어 나의 일기 속에 나눌 그 숱한 사람의 이야기들을.”
이처럼 <돼지의 일기>는 동물을 의인화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동물도 우리와 같은 하나의 생명체임을 일깨워준다. 자연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 한데 어우러져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이 책 전반에 걸쳐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