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견이어야 할 것. 예뻐야 할 것. 배변을 잘 가려야 할 것. 짖음이 적어야 할 것. 나이가 많지 않아야 할 것.
우리나라에서 유기견들은 가족을 만나기가 참 어렵습니다. 항상 여러 조건들이 따라 붙습니다. 펫샵에 진열된 작고 예쁘고 어린 개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승산이 없습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아무리 외쳐봐도 메아리로 이내 흩어지고 마는 공허한 말.
버려지거나, 학대당하거나, 도살당하기 직전 구조된 케어 보호소와 위탁처에 있는 아이들은 여전히 가족을 기다리지만 그럼에도 가족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노루는 노견입니다. 7살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사랑스러운 아이였던 노루.
‘나이 많은 노루도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절망스러운 현실임에도 희망은 있다고 믿었습니다. 묵묵히 걸어가다보면 어딘가에 우리를 안내해줄 이정표 하나쯤은 나오리라 생각했습니다. 노루에게 가족을 찾아주는 일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노루를 입양해주시겠다는 분들을 찾았고, 노루는 먼 길을 날아 가족 품에 안겼습니다.
케어는 궁여지책으로 해외입양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 아이에게 가정을 찾아주기까지는 지난한 과정과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변수도 많기에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루프 속을 헤메고 있지만, 그래도 한 아이에게라도 더 가족을 찾아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내딛고 있는 걸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나이 많은 노루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 받을 가치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