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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분석자료 토대로 개물림 사고 원인과 해법 공개

‘문다고 묶고 가두고 죽이면 끝나는 문제일까요?’

<동물권단체 케어의 시선 by 박소연 대표>

최근 들어 개가 사람을 무는 사건들이 부쩍 언론에 오르내립니다. 며칠 전에는 유명 연예인의 반려견 물림사고로 인사사고가 일어나면서 논란이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입마개를 씌워라’부터 ‘사람이 죽었으니 개도 죽여야 한다’는 과격한 논리까지 갑론을박이 연일 인터넷을 달굽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동물권단체 대표인 저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이 문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입니다. 며칠간 밀려오는 인터뷰와 취재 요청으로 하루종일 휴대폰이 뜨거워질 정도였습니다.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잊지 않고 챙기는 말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제 인용은 가감없이 그대로 써 주세요.’라는 부탁입니다.

이번 사례는 목줄을 하지 않은 개에게 사람이 물렸으며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었다 해도 어찌됐든 사람이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매우 민감한 사건으로 편집되는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과 곡해될 우려도 높습니다. 어느 유명 훈련사의 모든 개들에게 입마개 훈련을 해야 한다는 인용멘트가 외출 시 모든 개들에게 입마개를 씌우자는 기사로 왜곡된 일이 대표적입니다.

반려동물 천만 가구 시대, 요즘 참 많이 듣고 쓰는 말입니다. 단순한 수치로만 보더라도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뜻으로 들려 안도감이 생깁니다. 약속이나 한 듯 동물권에 대한 논의도 서서히 달궈지고 있으니까요. 중요한 시점에 원론을 벗어난 왜곡된 논란은 그동안의 노력을 일순간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숨기기 어렵습니다.

마치 반려견 사육이 공포와 혐오의 대상처럼 온 나라가 들썩이는 이른바 ‘도그포비아’

“이 문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제 답은 ‘이런 식으로는 곤란합니다’입니다. 개물림 사고에 대한 비평은 각자 개인의 자유에 맡기면 됩니다. 하지만 저는 동물권 신장을 위해 15년 넘게 달려온 책임있는 사람으로서 사건 뒤의 문제를 먼저 봅니다. 문제 앞에 놓인 해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법이란 원인을 찾아 예방과 대책을 제안하고 알리는 일입니다. 그동안 동물권단체 케어는 그것이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 변화를 요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앞서왔습니다. 그것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감정적 선동과 자극적 여론몰이는 그저 분풀이를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충실히 펫티켓을 지키는 애꿎은 반려인들이 매도되는 일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하자는 주장,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땀샘이 없어 혀를 내밀고 침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는 개에게 입마개란 고문입니다. 시추나 퍼그, 불독과 같은 단두종에게 입마개는 더운 여름날 치명적입니다. 문제의 개를 안락사하자는 토론이 허망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문다고 묶어두고 가둬두고 안락사 하면 개물림 사고도 사라지는 걸까요?
사람이 치명적으로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사건들은 예전에도 꾸준히 일어났으며,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순간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다름아닌 ‘모색’입니다. 이 사건 뒤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래서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내야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그것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래는 케어가 다양한 구호활동을 펼치며 경험했던 자료를 축적으로 일련의 개물림 사고를 진단하고 우리 사회에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입니다.

최근 유명 연예인의 개물림 인사사고가 연일 집중 조명되고 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교육과 비반려인을 위한 펫티켓까지 다양한 갑론을박이 이어진 가운데, 근본적인 문제는 개물림 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을 찾아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으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지난 십수 년간 동물구호활동을 통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개 물림 사고에 대한 객관적으로 분석자료를 공개함으로써 개물림 사건의 해법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강아지 공장과 펫샾 양산한 ‘혈통’ 선호 사상
대한민국 반려견 문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혈통’이다. 국내 반려견 대부분은 외국 순혈종으로 대부분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 경매장과 펫샵을 통해 일반 가정으로 분양된다. 모견으로부터 일찍 분리된 새끼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경매장과 펫샵과 같은 낯선 공간으로 옮겨지면서 가중된 스트레스로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모견으로부터 받아야 할 기초 사회화 훈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자견은 모견의 도움으로 미처 발달하지 못한 감각기관을 발달시키고 운동능력을 키우며 형제들과 놀며 사회화를 익힌다. 하지만 기초행동을 배울 학습 기회를 잃은 채 공포와 불안 속에서 가정으로 분양되고, 사육경험이 적거나 전무한 견주로부터 부적절한 방식으로 사육되곤 하는데 이는 결국 이번과 같은 사건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추천할 수 있는 입양은 강아지 공장이나 펫샵이 아닌 국내 소수의 양심 있는 브리더(breeder: 전문 번식업자)에게 직접 분양받거나 성격 형성이 끝난 동물을 입양하는 것이다. 후자의 가장 좋은 대안은 바로 유기동물 보호소 입양으로, 성격 형성이 끝난 건강한 개들이 많아 견주의 성격과 상황에 맞는 개를 입양할 수 있다.

대형견, 초대형견 등 특이견종 선호경향 높아져
최근 반려인의 취향은 순수혈통에서 특이견종으로 변하고 있다. 이른바 초소형견이나 초대형견이 그 대표적인 사례. 특히 개물림 사고가 났을 때 최근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 등을 유발하고 있는 대형견이나 초대형견 등은 견주의 체격, 성격, 성향에 큰 영향을 받는다.

대형견과 잘 어울리는 견주는 부지런하며 활동성 있는 사람이다. 체형이 작은 견주가 대형견을 다루기엔 힘에 부쳐 충분한 운동을 시키기 어렵다. 또한 대부분 밖에서 생활하는 견주의 대형견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방치되기 쉽다. 이런 이유로 대형견들이 호전적으로 변해 사람을 물거나 공격하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대형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규칙적인 산책과 운동, 견주와의 충분한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

잘못된 사육환경도 동물학대에 포함시켜야
대부분 개물림 사고는 잘못된 사육환경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짧은 목줄에 메여 있거나 좁은 철창에 갇힌 개들은 자신을 방어할 공간이 줄어들어 지속적인 불안감을 느낀다. 외부 공격에 대비해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고 지나치게 방어적이거나 호전적인 성격으로 변모하기 쉽다. 이런 상태에서 주인과 정서적 교감을 나눌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산책을 통한 사회화 기회까지 잃은 소위 ‘외로운 개’들이 줄이 풀리고 철장 문이 열리는 순간 눈앞의 사람을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시골집 마당에 묶여 길러진 개, 식용으로 개를 기르는 개농장 주인이 철장 문을 열고 밥 주러 들어간 사이, 주인을 무는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곤 했는데 바로 이런 경우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잘못된 사육환경을 처벌하는 법은 없어 땜질식 처방으로 봉합되어 왔다. 이제는 선진국처럼 묶어 놓고 가둬 기르는 사육환경도 명백한 동물학대로 규정되어야 한다.

반려견 및 견주의 교육시설 의무화
개는 사람과 감정을 교류할 수는 있는 동물이지만 사람과 의사소통이나 감정전달 체계가 다르다. 개의 습성을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교육과 놀이, 훈육 방식은 문제견을 만들 수 있다. 개가 좋아하는 것을 빼앗거나 괴롭히는 것을 장난으로 여기거나 빼앗고도 다른 대체할 것을 주지 않는 견주들의 행위는 개를 자극할 뿐이다. 이런 방식은 사람에 대한 개들의 신뢰를 잃게 하는 행위다.

견주는 개들의 언어와 습성을 이해하고 개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방법을 교육 받아야 한다. 반려견도 사람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을 학습해야 한다. 개는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때 으르렁거리거나 짖거나 무는 것으로 한다. 이는 개들에게 있어선 본능에 충실한 행위로, 모든 개들은 물 수도 있고 물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사람과 같이 사는 반려견으로서는 아무 때나 짖지 않고 물지 않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며 잘 교육된 개들은 평생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물거나 해를 가하지 않는다.

교육기관은 위탁 훈련소에 맡기는 것보다 가능한 매일 견주와 함께 생활하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좋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훈련소보다 집에서 매일 오가며 견주와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소규모 반려견 교육센터가 더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반려견 등록제와 함께 동물 입양 시 기본적인 반려인 교육을 의무화하는 제도까지 정착된다면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 확충 시급
개는 사람보다 더 많은 운동량을 필요로 한다. 개의 넘치는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시키기 위해서 사람과 보조를 맞춰 걷는 산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목줄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개들과 어울리고 낯선 사람을 접하는 기회를 늘려야 사회성이 길러진다. 가장 효율적인 공간은 반려견을 위한 전용놀이터이다.
선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려견 전용놀이터가 우리나라는 현저히 적고 주민들 반대로 도입도 쉽지 않다. 마당 없는 주택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에서 개들이 마음 놓고 뛰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돼야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얼굴 찌푸리지 않고 살 수 있다. 반려견 전용놀이터는 두 부류를 충족시킬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맹견 범위 확대와 사육자 허가제 도입돼야
선진국에서는 몸집이 크거나 사람을 공격했을 때 치명적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유전적으로 호전성이 있는 초대형 견종의 경우 대부분 맹견으로 분류한다. 영국의 경우 핏불 테리어, 도사견, 도고 아르젠티노, 필라 브라질레이로 등 투견종의 번식이나 판매가 엄격히 금지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 그밖에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 등 6가지 맹견 규정이 있다. 외국에서 맹견으로 분류된 도고 아르젠티노, 필라 브라질레이로, 잉글리시 불테리어 등은 국내 맹견 범위에서 제외된 상태다. 맹견으로 지정만 해 놓고 입마개만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동물을 경비용, 호신용으로 기르던 시대는 지났다. 굳이 이런 개들을 번식시켜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 견종들은 중성화를 통해 번식 억제와 사육자 의무를 강화해야 하며. 더 나아가 사육을 위한 허가제 도입 문제도 논의돼야 한다.

반려인, 비반려인 모두 상대방 존중해야.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반려인은 동물을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존중해 주어야 하며, 비반려인 또한 반려인들이 왜 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반려인들이 에티켓을 잘 지키고 있는데도 내가 속하지 않은 문화라 해서 함부로 터부시 하지도 말아야 한다. 반려인들은 목줄과 배변봉투를 필수적으로 지참하고 반려견이 어릴 때부터 교육을 게을리 하지 말아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지 과시용 물건이 아니다. 반려견이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 내 개는 안무니까 마음껏 만져 보세요.” 와 같은 행동은 금물이다. 맹목적으로 사람을 따르고 좋아하는 적극적인 성격 외의 나머지 개들에게 이것은 성추행이나 다름없다.

비반려인들도 마찬가지다. 굳이 타인의 반려동물에게 공격적인 언행을 하거나, 다가가거나 만지려 하다가 물리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 반려인, 비반려인은 물론 반려견의 입장과 감정까지 모두 존중해 주는 것이 반려견 1천만 인구를 넘어서는 현대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성숙한 시민의식이자 필수 에티켓이라 할 수 있다.

동물권 단체 케어는 외국에서부터 먼저 시작된 <옐로우 독 프로젝트> 캠페인이 국내에 정착될 수 있도록 소개하며 10월 27일부터 본격적인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하고자 한다.

옐로우독 프로젝트는 개의 산책 시 목줄이나 개의 목덜미에 노란색 스카프나 리본 등 낯선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을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표식을 함으로서 반려인의 의사를 비반려인들에게 부드럽게 전하는 방식의 캠페인이다. 사람을 기피하는 개, 공격적인 성향의 개, 수술 후 회복중인 개, 교육 중인 개. 치료 중인 개, 장애가 있는 개 등은 낯선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타인의 모든 반려견들에게 다가가지 말 것은 물론이고, 노란 리본을 단 개를 거리에서 만난다면, 더욱 더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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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1. 견주의 잘못으로 인한 사고를 왜 애꿎은 강아지 안락사로 이어져 논쟁하는지ㅠㅠ
    답답하기만 합니다.
    최약자인 동물을 손쉽게 처리하는 방법으로만 거론되는것인지…
    박대표의 시의 적절한 설명에 박수를 보냅니다…. 다방면으로 수준을 보여주는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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