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의 마지막 쇼돌고래 태지는 지난 6월 20일 제주 퍼시픽랜드로 이송되었다. 당시 서울시와 서울동물원은 남방큰돌고래 금등, 대포가 제주 가두리로 옮겨진 이후 홀로 남은 태지가 극심한 이상행동을 보이고, 서울동물원 해양관의 안전진단 결과 보수공사가 시급하다는 이유로 태지의 위탁사육을 서둘렀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태지 위탁사육을 거부하자 결국 서울시는 비밀리에 퍼시픽랜드와 계약을 맺고 그곳으로 태지를 보내버렸다. 퍼시픽랜드는 20년 동안 불법포획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공연에 이용해 온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는 등 악명 높은 돌고래 쇼 업체이다.
태지는 돌고래 학살지로 알려진 일본 다이지에서 포획되어 2008년 서울대공원에 수입된 큰돌고래이다. 태생부터 수입, 위탁까지 학대와 폭력, 방치, 고립에 노출되었던 태지가 좁은 수조가 아니라 드넓은 바다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그러므로 태지의 삶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한국 사회가 비윤리적이고 야만적인 돌고래 쇼를 폐지하고 생태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가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돌고래바다쉼터추진위원회의 거듭되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과의 계약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퍼시픽랜드와 맺은 태지 위탁사육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이토록 태지에 대해서 침묵과 비협조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대로라면 태지는 5개월 위탁계약 기간이 끝나는 11월 말 퍼시픽랜드의 소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퍼시픽랜드는 대부분의 돌고래 전시, 공연장이 생태설명회로 프로그램을 전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련사와의 물속 공연, 고난이도의 공중회전, 관람객 앞 무리한 노출과 사진촬영 등 사육사와 돌고래의 건강을 위협하고 돌고래를 놀잇감으로 전락시키는 시대착오적인 돌고래 쇼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태지가 또 다시 비교육적이고 반생명적인 돌고래 쇼에 이용되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다.
성공적인 돌고래 야생방류로 전 세계에 생태선진 도시라는 위상을 떨친 서울시가 퍼시픽랜드로 태지를 떠넘기는 것은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으며, 한국 시민사회의 돌고래 보호를 위한 노력을 거꾸로 돌려놓는 처사이다. 서울시는 태지가 퍼시픽랜드의 소유가 되지 않도록 위탁사육 기간을 연장하고 태지가 야생환경과 비슷한 바다쉼터에서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2017년 10월 11일
동물권단체 케어, 돌고래바다추진시민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