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동의 돈삼이네 생고기집은 길고양이들에게 남은 고기와 멸치국등
음식을 챙겨 주시는 마음 좋은 분들이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그곳의 아주머니께서 1월 20일 동물사랑실천협회로 다급한 제보를 주셨습니다.
어미 고양이 한 녀석에게 밥을 주니 어느 날 새끼들을 낳아서 주루룩 데리고 식당 안까지 들어와 새끼들을 일렬로 줄을 세워 밥을 달라고 하였고 그렇게 얌전히 기다리던 가족이 안쓰러워 가족 모두를 잘 챙겨 주시고 계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미가 사람들에게 맞은 듯 한쪽 뇌가 함몰된 채 눈도 심하게 다쳐 거의 죽을 듯 한 상태까지 갔었는데
그렇다고 밥을 주는 분들에게도 잡히지 않는 어미를 어찌할 수가 없어 걱정만 하며 계속 고기를 잘게 잘라 정성껏 주셨더니 이제 몰골은 흉칙하지만 그런대로 잘 먹고 살아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새끼들도 이제 성묘가 되어 매일 오후 4시 식당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는 식당으로 몰려 와 식당안까지 들어와 밥을 먹고 갔었습니다.
1월 16일 경 새끼 중 한 녀석이 갑자기 아랫턱이 주저 앉은 채 아파 울며 식당 안으로 들어왔는데 밥도 먹지 못하고 침만 흘리며 혀를 내민 채로 있다가 돌아갔고 그렇게 3일 간 계속해서 그 몸을 끌고 오후 4시면 식당 안으로 들어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보를 한 날은 이상하게 보이지를 않는다고 하셨고. 항상 나타나는 시간이 일정한 녀석이고 그 후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셔서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는 그 다음 날 나타날 수 있는 시간대에 구조를 하러 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구조하러 간 당일. 그 고양이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형제 고양이들은 모두 와서 밥을 먹고 갔다고 하는데도 다친 녀석만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는 식당 주인 분들에게 고양이가 식당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한 다음. 식당 뒤 꼍을 밖으로 돌아가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구조협조를 부탁드렸고. 그 다음 날 구조용 덫을 가지고 고양이 보호협회의 이용철님께 도움을 요청하여 함께 가기로 계획하였습니다.
1월 22일. 구조 2차 시도 날. 드디어 탈수되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다친 녀석이 허기를 참지 못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 왔습니다. 아주머니는 일러 드린 대로 식당 문을 밖에서 닫아 고양이를 안에 가두는 데 성공하셨고 고양이는 안전하게 구조될 때까지 식당 안에서 앉아 있었습니다. 몸이 아프고 지칠대로 지친 상태로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보는 데에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먹이는 먹을 수 없었지만 마음 좋은 아주머니께서 설탕물을 먹여 놓으셨습니다.
( 구조 시도 이틀 째 나타난 고양이- 식당에서 밥을 주던 그 고양이었고 다친 상태에서도 밥을 먹고 싶어서 그렇게 삼일 동안 계속 나타났지만 턱이 돌아가고 입을 벌린 채로 있어서 밥을 주어도 먹지를 못한 채 울기만 하였습니다. )
(너무 아파서 사람들을 경계하지도 않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인 듯 얌전히 앉아 있었습니다)
아랫턱은 완전히 부서져 옆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침을 너무 많이 오랫동안 흘려서 온 몸은 젖어 있었고 혀는 나와 있어서 이대로 두었다가는 얼마 안 가 굶주린 채 죽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고양이의 엄마도 무엇인가에 맞았는지 일년 전에 두개골이 움푹 파인채로 들어가 있었고 눈도 많이 다쳐 있다는 겁니다.1년 동안 식당 아주머니와 아저씨께서 잘 먹이셔서 지금은 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여전히 눈의 상태는 안 좋고 머리 한 쪽이 움푹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인간들은 왜 이런 가엾은 길 고양이들을 가만두지 않는 걸까요?
이용철님과 함께 안전하게 구조하여 차지우 동물병원 원장님께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너무 많이 굶주려 있어서 바로 수술은 들어갈 수 없었고 일단 수액을 놓아서 몸의 상태를 하루동안 이라도 회복시켜야 했습니다.
1월 23일 수술계획을 잡아 놓았으나 워낙 상태가 심각하여 안전하게 수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랫턱의 접합수술이 필요하지만 최악의 경우 아랫턱 절단 수술을 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이 녀석은 평생 침을 흘리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마음씨 좋은 식당 아주머니와 아저씨께서는 이 녀석의 어미와 형재들이 아직도 그곳에서 살고 있으므로 치료만 된다면 다시 그곳에서 데리고 있고 싶어 하십니다.
5일 이상이나 먹지도 못하고 버틴 채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서 자신에게 남은 음식을 거둬 주신 식당 분들 곁으로 함든 몸을 끌고 온 이 고양이에게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석촌동에서 구조하여서 < 석봉이> 라는 이름을 붙여 주려고 합니다. 석봉이가 자신을 때린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보살펴 주는 인간들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요. 이제 우리 품으로 온 석봉이가 마지막 힘을 다 해 고통을 견뎌내 주길 바랄 뿐입니다.
PS.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줄 경우 사람들과의 친화력으로 인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줄어 직접적인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렵더라도 주민들과의 마찰이 일지 않도록 주민을 설득하고 합의를 한 후 주는 것이 이런 문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