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일 월요일 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양이 다리가 잘린 것 같구요, 비쩍 말라서 움직이질 않아요”
마침 모든 구조대원들이 외근 중인 상황이었습니다. “보호하고 계실 순 없나요?”
제보자는 여중생들이었는데, 성남에서 뚝섬유원지에 놀러왔다가 고양이를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1시간만 보호하고 있어달라고 하고는, 바바어머님이 기증한 애완견 가방을 들고는 협회를 나섰습니다.
문제는 남아있는 구조차량이 스틱차량이란 것. 시동을 두 번 꺼먹은 뒤에야 택시를 잡아타고 한강으로 향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여 뚝섬유원지, 오리배를 타는 곳 부근에서 여중생 4명을 발견하였고,
풀섶 더미에 움크리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오는 길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는데, 탈수 상태에 꼼짝않던 양이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깥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근처 동물병원에 들러, 기초검사를 해보니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장염검사에선 검사 막대기에 변조차 묻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의사님이 양이 통조림을 종이컵에 조금 담아주니, 굶주린 애기같이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여
우리는 긍정적인 기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아픈 아이들은 식욕조차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사무실로 돌아온 유원이는
사무실 근처 협력 병원인 누리봄 동물병원에서 3~4일 드레싱 치료를 받았습니다.
영양실조 외에 뒷발 발가락 부분이 찢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연고와 붕대는 사무실에서 조치해주고, 일주일치 약도 받아 왔습니다.
역시 먹는 걸 좋아하는 유원이입니다. 채식사료가 입에 맞는 모양입니다.
누군가에게 키워졌다가 버려졌는지, 유원지에서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었는지 모르지만,
사람손을 매우 잘 타는 유순한 양이 ‘유원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