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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식탁

존 험프리스| 홍한별 역| 르네상스| 2004.10.10

이 책은 40년 넘게 영국 BBC 등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 ‘국보’라고 불리는 지은이가, 영국의 식량 정책과 집약적 농업 생산 방식의 문제점을 고발한 책으로, 먹거리 대량 생산방식이 인간과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발하고 경고하는 책이다. 영국에서 광우병과 구제역 파동으로 논란이 일던 시기에 ‘식량 생산방식’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먹거리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들이 주로 농약이나 화학 첨가제의 위험성, 동물성 사료 사용의 윤리적 문제, 가공식품의 문제 등에 중점을 두고 씌어진 것과 비교할 때, 이 책은 2차 대전 이후 ‘집약생산’을 정책으로 택한 결과로 나타난 먹거리 대량 생산방식의 문제를 고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농업 뿐만아니라 수산업(양식업), 목축업 등 먹거리 생산 전반에 걸쳐 현재의 생산방식이 형성된 과정을 밝히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폐해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직접 농장과 목장을 운영하면서 경험하고 조사한 바를 토대로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저자는 화학물질에 의존하는 집약생산 방식과 이를 둘러싼 정부, 각종 연구소, 기업들의 유착관계를 비판하며,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단순히 농업 방식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사고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결국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농사를 잘 짓는가 하는 철학과 어떻게 하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철학이 같아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역사 이래 대부분 기간 동안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기와 가족이 먹고살 양식을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류는 새로운 땅을 개척하고 숲을 불태우고 야생 동물을 길들였다. 먹고살 만한 식량이 충분해지자 음식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의 내과의사 제임스 린드는 영양(비타민C) 결핍으로 나타는 질병(괴혈병)을 연구하여 신선한 음식을 오래 보관하지 못해 병에 걸렸던 선원들을 구하였으며, ‘휴대용’ 수프를 발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도시 인구가 불어나기 시작한 산업혁명 때부터(물론 불량 식품의 역사는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음식의 질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20세기가 저물어갈 무렵, 식료품 공정에 관한 권위자인 에릭 밀스톤 교수에 따르면 보통 사람이 매년 먹는 첨가물의 양은 4킬로그램이나 된다고 한다. 오늘날 부엌 찬장 안에 있는 통조림이나 비닐 포장에 붙은 라벨을 유심히 보는 사람도 없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더라도 거기에 적혀 있는 화학 물질이나 첨가물의 의미를 전부 이해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냄비 속이나 접시 위의 음식에 대해 불안해한다. 서글픈 일이지만 덕분에 음식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수많은 유독 물질을 수많은 식품에다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용해도 위험이 전혀 없다고 보장할 만한 능력이 전혀 없는 정치인들과 행정 관료들 앞에서 우리는 별탈이 없기만을 기도해야 한다

농경이 시작된 이래로 1만 년의 세월 동안 농부들은 땅에서 더 많은 식량을 얻을 방법을 연구했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땅이 주인이나 다름없고 농부는 땅에 매여 있었다. 땅을 가혹하게 다루고 지나치게많이 생산하면 땅은 오히려 수확을 더 적게 내놓는다. 그러면 농부는 굴복할 수밖에 없다. 땅을 쉬게 해주어야만 했다. 그리고 잡초, 해충과의 오랜 투쟁의 역사가 있다. 현명한 농부들은 가난과 마찬가지로 잡초와 해충도 결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최선의 방법이자 유일한 방법은 그것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었고, 그들은 그렇게 했다. 그러나 지난 세기에 이러한 생각이 달라졌다. 이때도 역시 전쟁을 통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화학전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농장이나 정원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한 살충제 중 대다수는 신경 가스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살충제의 하나인 DDT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에 발명됐다.

전쟁이 끝나고 난 후, 영국은 식량 생산량을 늘려서 수입 식량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이때부터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농부의 주머니에 더 많은 돈을 넣으 주는 보조금 정책이 도입되고, 땅에서 뽑아낼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작물을 재배할 것이 장려됐다. 농업에 새로 도입된 무기는 화학 약품이었다. 그리고 이 농약을 뿌리는 대포는 트랙터가 대신했다. 밭고랑을 오르내리면서 손으로 직접 농약을 뿌릴 필요 없이 농부들은 이제 편안히 앉아서 밭 위아래로 트랙터를 운전하기만 하면 됐다. “이제는 윤작과 부지런한 노동을 통해 1,000년 넘게 지속된 생태학적인 과정에 기반한 농업이 아니라, 땅을 이용할 뿐인 공장의 공정과 같은” 새로운 농업 시스템, 즉 살충제 농업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이후에 DDT를 비롯한 유기염소계 농약은 그 위험성이 알려진 후 이제는 거의 사용이 중단됐지만 또 다른 화학 물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유기인계 농약이 그것이다. 그런데 유기인계 농약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다량의 약물에 중독됐을 경우나 오랜 기간 동안 조금씩 노출됐을 경우 모두 장기적인 영향이 드러났다. 지금은 새로운 농약이 사용되고 있다. 피레스로이드계 농약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제조업체에서 하는 이야기는 똑같다. 이 약물은 이전 것에 비해 독성이 약할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위험성이 낮다고 말이다.

화학물질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는 그것 없이는 돌아갈 수 없다. 문제는 과거에 농약 산업이 충분히 엄격한 규제를 받았느냐 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엄청난 환경 파괴를 초래하게 됐다. 정치인들은 계속 생산 판매하고 싶어하는 화공 회사와 불안해하는 대중 사이에서 행동을 취해야 했다. 정부에서는 심각한 의혹이 생겨났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규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 규제 기구는 어떤 이해관계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하며, 철저한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집약 농업의 길에 이르기까지 돌아온 길목마다 우리는 ‘모른다’는 장애물과 맞닥뜨려야 했다. 1980년대 중반 하원의 특별 위원회에서는 ‘농약 문제와 연관이 있는 어떤 정부 기관도 농약이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려고 한 적이 없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위의 결론은 “역학 조사가 불충분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은 관계 당국에 촉구한다.”는 것이었다. 관계 당국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그로부터 10년 후 의학협회에서 이렇게 말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농약과 암, 신경계 이상, 알레르기성 질환, 생식 기관 이상 등의 인과관계는 아직 입증된 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루어진 연구 중 일부는 과학적 진실성이 상당히 의심스럽고, 상당수의 살충제에 대해서는 아직 역학 조사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다시 말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살충제 중 상당수가 해로운지 아닌지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 이러한 정보 부족의 상황에서 살충제로 인한 위험성, 특히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단언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우리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뛰어내리고는 떨어지면서 각층 창문에 대고 ‘아직까지는 괜찮아’라고 말하는 사람과 같다. 우리는 이미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다만 땅에 닿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는 아직 모를 뿐이다.” (221쪽)

‘바다 이’와 질병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고도로 가공된 먹이와 막대한 양의 화학 약품으로 목숨을 지탱하는 양식 연어들, 약으로 살찌워 토실토실 살이 오른 잘생긴 소, 베타 카로틴과 적정량의 철분을 함유하도록 만들어진 ‘황금 쌀’로 우리의 식탁이 풍성해지는 반면, 다른 세계에서는 해충이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내놓는 독성 물질에 대해 내성을 갖게 됐고, 유전자 변형 농산물의 꽃가루에 수분된 잡초는 더욱 강력한 살충제에도 끄떡없는 슈퍼 잡초가 됐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는 지금, 소비자들은 유전자 변형 식품을 먹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고, 소매상에서는 슈퍼마켓 청소부가 대걸레로 깨진 계란을 닦아 내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유전자 변형 식품을 진열대에서 치웠다. 2004년 현재 유럽에는 판매용으로 재배되는 유전자 변형 식품은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 입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만약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해서도 일일섭취허용량을 정한다면 우리 식단에서 남는 것이 많지 않을 것이다. 유전자 변형 식품을 먹는 사람이 수는 엄청나게 많다. 대부분은 옥수수와 콩인데, 아직까지는 어떤 악영향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결론은 명백하지 않느냐? 유전자 변형 식품은 안전하다”라고 생명공학 회사에서는 말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가? 역시 불가능하다.

유전자 변형 식품의 위험을 고려할 때, 가능성, 결과, 효용이라는 3가지 요소를 고려해 보아야 하는데, ‘위험성 방정식’은 이렇게 된다. 안 좋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잘못됐을 때 ‘결과’는 끔찍하다. ‘효용’은 지금까지의 증거를 살펴볼 때 터무니없이 과장되어 있다.

정치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대규모 소매업자들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없었다. 조용한 혁명은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도렐 장관이 걱정으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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