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속의 개”
강추위 속 닭장 안에 개가 갇혀 있습니다. 닭장 안 쇠사슬에 묶인 개는 그저 벽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람 인기척에도 시선을 돌리지 못한 채 뒤 돌아 앉아 덜덜 떨고 있습니다. 작은 고무 개집이 닭 장 안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지만 개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바깥에는 며칠 전까지 잘 살아 있던 어린 누렁이가 동사했습니다. 바깥에 묶여 있던 어린 누렁이는 개집은 있었지만 이 추위를 견디지 못한 것 같습니다. 며칠 전일입니다. 사체는 방치된 채 제보 사진에 그대로 찍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살아남은 백구가 보았습니다.
기온은 점점 더 낮아져 영하 15도 이상, 케어는 오늘, 남은 백구가 걱정되어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백구가 집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자신의 집을 닭들에게 양보했기 때문입니다. 닭들은 백구의 집 안으로 드나들었고 개집 안은 닭똥으로 가득했습니다. 닭장 여기저기 음식물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고, 죽은 쥐들이 열댓 마리나 넘게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백구는 닭똥과 쥐 사체가 가득한 그곳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닭들과 나눠 먹으며 살았습니다. 백구는 닭들을 해치지 않았고 오히려 의지하는 듯 보였습니다. 개와 닭들의 주인은 야생동물로부터 닭들을 지키기 위해 백구를 닭장 안에 처박아 놓았습니다.
백구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선천적인 함몰인지 알 수 없지만 텅 빈 눈에선 눈물처럼 진물이 쓸쓸히 흐릅니다.
주인은 개들을 자주 바꿔치기했다고 목격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원이 들어가고 공무원들이 처음 현장에 나온 이후, 드디어 묶인 개의 목줄을 풀어주었고 자기 목을 꽉 채운 그 목줄이 풀어지는 순간, 놀란 개가 입으로 무는 시늉을 했는데 그때 주인이 꼬챙이로 개를 찔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케어가 만난 백구는 조용했고 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녀석이 닭들을 지킬 리도 만무했습니다. 백구가 왜 사람을 이렇게 무서워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닭들이 습격받아 죽어나간 날, 주인으로부터 구박을 자주 받았던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백구는 그저 사람만 나타나면 벽으로 달라붙어 벽만 바라보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습니다.
케어는 백구와 닭들 40여 마리 이상을 모두 구조하기로 하였고 완강한 주인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불법 건축물인 닭장을 완전 철거하기로 공무원들과 협의하였습니다.
오늘 급한대로 백구가 먼저 닭장을 탈출했습니다. 닭들은 수일 내로 닭들의 거처를 마련한 후 그곳을 탈출하게 됩니다. 백구와 닭들은 이제 영구적으로 살 수 있는 곳을 찾게 될 것입니다. 곧 영하 20도가 넘는 매서운 혹한이 시작됩니다. 누렁이처럼 백구는 동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열악한 그 환경 속에서도 닭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살아 버텨 준 백구의 이름을 “ 꼬꼬” 라고 지었습니다. 케어 사무실로 우선 데려 온 백구 꼬꼬는 오늘 밤을 이곳에서 지낸 후 내일 검진과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사람이 무서워 사무실 안에서도 벽만 바라보며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한참을 다정하게 노래를 불러주며 쓰다듬어 주니 조금 사람을 쳐다 봐 줍니다. 꼬꼬가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닭들의 이야기는 구출하는 날, 다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케어가 어려운 재정 속에서도 구조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힘내서 달릴 수 있도록 함께 해주세요.
🎀꼬꼬와 꼬꼬의 친구 닭들을 위한 긴급모금
하나은행: 350-910009-40504 케어 ( 입금 시 코드번호 01을 입력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