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고양이…그 힘든 삶.

5월 20일 저녁.


화상입은 고양이의 치료 과정을 미처 다 보지 못한 채, 서둘러 인천 계양구로 출발하였습니다. 턱을 다쳤는지 계속 침을 흘리며 밥을 잘 먹지 못한다는 고양이와, 보일러 배관실에 있다는 새끼 고양이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먼저 아기 고양이들부터 확인하러 배관실로 들어갔습니다.


제보자께서 거대하고도 바투 붙어 있는 배관들 사이로 박스를 넣어 주었지만 아깽이들은 박스에 자리를 잡지 않고, 시멘트 부스러기가 쌓여 있는 바닥과 벽에 딱 붙어서 도무지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새끼 고양이들을 구조할 때는 여러 상황을 보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무조건의 포획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 생후 얼마나 지난 아깽이들인지 알아야 합니다. 만약 수유를 해야 하는 상황이면 어미까지 함께 포획해야 하는데, 길냥이로 살던 어미는 갑자기 포획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심각한 경우 먹이를 안 먹고 죽을 수도 있고, 새끼들을 두고 나가 버릴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아파트 관리실에서 새끼 고양이들을 눈에 보이는대로 봉투에 묶어 버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생후 한달도 안 된 아깽이들이었지만 당장 빼내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장시간 기다려 어미와 함께 포획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어미는 얼마 후, 임시보호처에서 새끼들을 두고 창문을 열고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지금도 그 주변을 맴돌고는 있지만 길냥이로서 자유롭게 살아간다고 합니다.


 



2. 새끼 냥이들을 위해 포획된 어미는 입양을 잘 가지 못해 결국 천덕꾸러기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보호소로 들어가야 합니다.


전 보호소를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호소로 동물을 입소시키는 것을 최대한 미루곤 합니다.


 


힘들고 고되지만 자유롭게 살던 길 위의 삶과, 생명은 보장되어 있지만 답답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격리된 삶.


어느 쪽이 더 좋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할래? 물어볼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에요….


 



고민을 거듭하던 중, 한방에 결정을 내려준 이것….


 



 


 


(놀라실까봐 작은 사진으로….죄송합니다;;)


 


생후 한달 조금 넘어 보였습니다. 쥐인지.. 공격을 당한 듯합니다. 사체의 반이 이미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안 되겠구나. 나가자.


 


다행히 이빨이 이미 난 상태라 이유식이 가능할 듯하여 어미는 두고 새끼들만 구조하였습니다.


 


얼마나 벽에 찹살떡 마냥 붙어 있는지, 겹겹이 쌓여 있는 배관 및 먼지와 끈적끈적하게 사랑의 몸부림을 친 결과 네 마리 아깽이들을 구조하였습니다.


 


사체도 들고 나왔습니다. 좋은 곳에 (몰래) 묻어주려구요.



 


 


바둑이 무늬인 아이만 여자이고 나머지는 남자아이들입니다. (입양처 절실히 찾사옵니다…)


 



 



 


 


이유식~~~됩니다. 아휴. 인공수유 이틀했는데 넉다운…ㅠㅠ


 


그런데 그 담날부터 바로 이유식 드셔주셔서 또 얼마나 감사한지~~


고맙다, 아가들아^^


 


——————————————————



그리고 턱을 다쳤다는 녀석….


 


통덫에 절대 안 들어가는 녀석이라 합니다.


낮에는 안 나타나고 밤에만 등장, 사람이 안 보여야 조심스럽게 밥을 드시는, 일관성있으신 고양이.


 


좀 기다리니 나타났는데….아 한눈에 봐도 상태가 안 좋아보였습니다.


온몸이 더럽고….덩치가 엄청 크고…..


 


너, 왕초구나. 고된 삶을 살아왔구나.


 



통덫을 설치해 놓고, 작정하고 한참을 기다렸더니 멀리 들리는 덜컹! 소리.


아이고 오늘은 감사한 날이로세. 이 녀석들 오늘 내가 피곤한 걸 알아주시는고나~~



 


왕초는 몹시 스트레스를 받아 통덫이 들썩거릴 정도로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좁은 틈새로 미친듯이 앞발을 내밀며 폭력 행사를 소망……윽….ㅠㅠ


 



병원 문이 닫혀서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하루 재운 후 다음 날 병원으로.


 



 



귀가 너덜너덜하게 찢긴 흔적에 얼굴 털도 많이 빠져 있고….(사진 찍는 데 째려본다, 무섭게..ㅠ)


 



 


 


 


입을 벌리니 바로 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피를 닦아내는데도 피가 잘 멎지 않더군요.


 


심각한 치주염이라 합니다. 다행히 턱은 부러지지 않았습니다.


이빨이 몇 개 남지 않은 상황, 잇몸 염증이 심각하고 종양처럼 보이는 혹도 있었습니다.



 


나이가 많은….사람들의 눈을 피해 힘들게 살아온 우리 시대의 전형적인 길냥이였습니다.


 


약을 먹으면 좋아지지만 이빨이 없어 섭식이 어렵고 이 병은 워낙 재발이 잘 되기 때문에, 왕초는 더 이상 길에서 생활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방사하지 않고 협회 보호소로 이동하여 보살핌을 받다가 왕초는,


그 고통을 놓고 싶을 때…..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세상을 뜨겠지요…


 


남은 삶이….왕초에겐 진정한 휴식으로 가기 위한 평온의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나를….인간을….원망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l       협회 해피로그에도 같은 글이 있습니다.


네이버 이용자들도 많이 읽고 있도록 [공감]버튼 많이 눌러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세요^^   => http://happylog.naver.com/care/post/PostView.nhn?bbs_seq=15402&artcl_no=123460913326&scrapYn=N


 


 


 


 


 


 

목록
댓글이 없습니다.
메뉴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