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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인간’이 늘어나고 있다 [시사저널-사회 면 기사]















 


‘잔혹한 인간’이 늘어나고 있다

동물 학대 가해자, 여성·어린이로 점차 확대 추세…‘학대 동영상’ 제작해 재미 삼아 유포하기도







[1081호] 2010년 07월 07일 (수)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사람인가 아니면 인면수심인가. 지난 6월14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의 오피스텔에서 이른바 ‘고양이 은비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접한 시민들의 분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여성 채 아무개씨(25)가 이웃집의 고양이 ‘은비’를 발로 걷어차고 얼굴을 뭉개뜨리는 등 잔혹하게 학대하고 고층에서 내던져 죽게 한 사건이 동물 보호 시민단체인 동물사랑실천협회(CARE)의 고발로 세간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게다가 가해 여성이 고양이를 학대하고 있는 장면이 담긴 CCTV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분노의 불길은 더욱 거세졌다. 현재 채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된 상태이다.


‘동물 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나는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은비 사건’보다 더한 동물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 학대가 얼마나 빈번히, 얼마나 심각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는 없다.


지난 4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동물보호법 시행 이후의 동물 학대 사례를 조사했다. 조사에 참여했던 이민우 보좌관은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동물 학대 사례가 얼마나 접수되었는지 집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신고자의 접수를 받아도 학대죄로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처벌의 수위를 통해 심각성을 파악할 수는 있다. 그동안 동물 학대죄는 대개 20만원가량의 가벼운 벌금형에 처해졌는데, 올해 들어 5백만원의 벌금을 받은 사례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서울에서 발생한 ‘송파 개 연쇄 학대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 송파에 거주하고 있는 한 남성은 자신이 기르고 있는 개 8마리의 눈에 라이터로 화상을 입히고, 발톱을 뽑고, 강제로 커터칼 조각을 삼키게 하는 등 잔인하게 학대했다. 이 사건은 SBS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당시 가해자는 불구속 기소되었고, 5백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CARE’나 ‘동물학대방지연합’과 같은 주요 동물 보호 단체들에 따르면 동물 학대 관련 신고가 매일 다섯 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신고 내용을 보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잔혹한 학대에 시달린 경우가 많다. 이 두 단체에는 매일 학대 현장을 찍어 고발하는 내용의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동물 보호 단체에 신고를 하지 않아도 동물 학대 사건이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12월 애완용 햄스터를 믹서기에 넣고 작동시켜 죽인 후,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린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앞서 9월에는 고양이를 묶은 채 진돗개 우리로 던져넣고 개들이 고양이를 물어뜯어 죽이게 한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게시한 사건도 있었다. 두 사건 모두 동물 학대 행위자가 직접 동영상을 올린 것이었다.


 










   
▲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동물학대방지연합의 동물보호소에 맡겨진 학대받은 강아지들.

 


왜 이처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한 동물 학대가 이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가혹 행위를 보거나 직접 겪게 되는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나 이외의 존재의 고통에 대해 무지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가혹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손 가정과 학교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와 맞물리는 현상이다. 자신의 행위가 다른 존재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타인 그리고 동물에 대한 가학 행위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과시하고 싶은 심리마저 생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미온적인 처벌도 학대를 부추기고 있다. 2005년도 이후 사회적 이슈가 된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을 살펴보면 대부분 5만~20만원의 벌금형에 머물렀다. 주요 동물 보호 단체에서는 미온적인 처벌이 동물보호법의 영향을 받은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박대표는 “동물 학대범을 처벌하는 최고 수준은 벌금 5백만원이지만 대부분은 20만~30만원 선의 가벼운 벌금형에 처해진다. 동물보호법이 생기기 전에는 동물 학대 범죄가 형법의 재물손괴죄에 해당되어 3년 이하 징역이나 7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지기도 했다. 오히려 동물보호법이 생겨난 이후에 형이 더 가벼워졌다”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는 바로 말 못하는 동물들이다. 학대받은 동물들은 ‘인간의 양심’으로부터 이미 한 차례 버림받았다. 또한, 현행 제도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 동물 학대에 대한 이중의 소외 현상을 바로잡지 않는 이상, 주변 어딘가에서 수많은 ‘은비’가 끊임없이 고통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이코패스 상당수는 동물 학대 경험자








 
▲ 부녀자 연쇄 살인범 강호순은 애완견 사육장을 운영하며 동물들을 잔인하게 학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
동물 학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아니다. 하지만 그 수법이 잔혹해 이를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받는 심리적 충격은 상당하다. 전문가 역시 이러한 동물 학대의 잔혹성이 인간에 대한 가학 심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흉악범이나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들의 과거를 추적해보면 공교롭게도 어린 시절 동물을 학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부녀자 연쇄 살인범 강호순이 대표적이다. 애완견 사육장을 운영하던 강호순은 평소 피를 볼 정도로 잔인하게 동물들을 학대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사실 동물 학대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 특성 중 하나이다. 사이코패스는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데, 때문에 동물을 학대한 경험을 가진 경우가 많다. 동물 학대 행위자들 역시 ‘가혹 행위’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는 사이코패스의 특성과도 유사하다.


동물을 학대한다고 해서 모두 사이코패스나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잔혹한 동물 학대 수법이 인성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수정 교수는 “동물 학대를 하면 반드시 범죄자가 되는 식의 인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학 행위를 통해 쾌감을 느끼는 심리가 증폭되면 가학적 성격 장애나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학대 동물’ 갈 곳이 없다
지자체에서는 보호보다 안락사시키는 경우 많아…사건 접수 몰린 시민단체 쪽 보호소는 ‘포화 상태’







[1081호] 2010년 07월 07일 (수)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동물사랑실천협회의 학대견 및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치료받는 강아지.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7월1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동물사랑실천협회(CARE) 사무실의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렸다. “아파트 화단 밑에 철사에 감긴 개가 있어요.” “사고가 난 모양인데 다리를 심하게 저는 고양이를 보았어요.”


 


전국 각지에서 걸려오는 학대 동물 관련 신고로 사무실 직원들은 정신없이 바빴다. 박소연 CARE 대표(40)는 “하루에 유기·학대 동물 관련 제보나 신고가 15건 정도 온다. 그중 다섯 건 이상은 학대 동물을 구조해달라는 요청이다”라고 말했다.


2002년도에 만들어진 CARE는 국내에서 가장 회원 수가 많은 동물 보호 시민단체이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동물 학대나 유기 동물과 관련해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 물론 해당 지역의 구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학대받는 동물을 구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08년에 동물보호법을 개정하고 지자체 공무원을 동물보호감시관으로 임명해 살해나 학대 행위에 관한 신고를 접수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나 구청 쪽으로 학대 동물에 관한 구조 요청이 들어가면 야간 혹은 새벽이나 주말에는 구조가 불가능하다. 또, 하루 이틀 동물보호소에 맡기고 결국 안락사하는 경우가 많다. 박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들은 대부분 지자체보다는 동물 보호 시민단체 쪽으로 신고를 한다. 동물보호감시관이 생긴 이후에도 우리 협회 쪽으로 오는 문의는 전혀 줄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동물…“보호소가 아니라 수용소 될까 우려”


 


동물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신속히 현장에 출동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협회에서도 홈페이지나 전화로 신고가 들어오면 사건의 경중을 따져 바로 출동한다. CARE는 13명의 상근 활동가와 정회원 2천여 명이 연합해 구조 작업을 진행한다.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전국의 정회원들에게 연락을 하고 협조 요청을 한다. 이런 식으로 한 달이면 30여 건의 구조 작업이 진행된다. 구조된 동물들은 우선 구조 지역에서 가까운 동물병원에 보내 응급 치료를 받게 한다.


병원 치료가 마무리된 구조 동물들은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에 있는 동물보호소로 옮겨진다. 규모가 커 보호소에 상근하는 수의사도 있다. 포천 CARE 유기동물보호소의 박재영 수의사(40)는 “원래 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지원을 해서 지난 5월1일부터 이곳에 상주하고 있다. 개들이 이상 징후를 보이면 바로 치료할 수 있도록 진료실도 마련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동물 보호 시민단체 쪽으로 사건 접수가 몰리다 보니 애로 사항도 많다. 구조 동물들이 생활하는 동물보호소 대부분이 이미 포화 상태에 있다. CARE의 포천 보호소 역시 2백 마리를 위한 시설인데 3백여 마리의 구조 동물들이 있다.


 


다른 동물 보호 시민 단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정아 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36)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동물보호소에는 원래 60마리 정도를 데리고 있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우리는 안락사는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 이미 보호소가 포화 상태이다. 현재 1백80여 마리의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키는 일이 생기게 된다. 박소연 CARE 대표는 “원래 보호 시설에 들어오면 기간 제한 없이 보호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동물을 데리고 있으면 보호소가 아니라 ‘수용소’가 될 우려가 있다. 이제는 1년 정도의 기간 제한을 두고 있고, 이 사이에 입양이 되지 않으면 1년에 한두 차례 안락사를 한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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