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최근 개장한 부산의 더파크 동물원에 다녀왔습니다.
현장점검을 통해 발견한 문제점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우선 전시장의 구조가 관람객과 동묻 사이의 거리가 가깝게 만들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근거리에서 동물을 관찰하기 편하게 만들도록 애초에 계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거리가 가까울수록 동물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첫째, 대부분의 시간을 무료하게 보낼 수밖에 없는 동물들을 깨우고 싶은 욕구를 애초에 막기 어렵습니다. 실지로 현장에서 자고 있는 동물을 깨우는 시민들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둘째, 먹이를 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먹을거리를 던져주고 싶은 욕구를 사전에 막기는 힘듭니다.
나무나 조형물 등이 너무 적어 동물이 몸을 숨길 곳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전시된 동물들이라고 해서 하루종일 자신의 몸을 숨길 곳 조차 없이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된다면 이는 상당히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악어관입니다. 악어도 호기심이 있고 무료함을 느끼는 고등동물입니다. 아무리 인위적인 공간에 전시한다 한들 자연환경과 가급적 가까운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동물복지의 기본 원칙입니다.
늑대관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늑대의 집은 개집과 거의 유사했는데, 그나마 돌로 입구를 막아놓아 늑대가 자기 몸을 숨기거나 편하게 쉴 곳이 없어 땅을 파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원숭이관에는 모든 나무에 전압선이 있어서 원숭이들이 나무에 오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결국 원숭이들은 하루종이 땅 위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만을 반복할 수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셈입니다.
이 동물원에서는 유기견을 데려와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일부는 보호소에서 일부는 시민들이 기증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현재 입양을 보낼 수 있는 매뉴얼과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 동물원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병아리잡고 만지기 체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실지로 직원 중 아이들의 행동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병아리를 쫒고 만지고 손에 들었다 놨다 심지어 떨어뜨리거나 던지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은 절대로 제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어른들은 이를 방치하거나 오히려 적극 권유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병아리잡기 체험은 당장 시급하게 금지해야만 하는 체험프로그램입니다.
부산의 더파크 동물원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개장하였고,그 과정에서 2012년 핫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개장 후 입장료에 대한 논란 역시 있었으나 이는 동물복지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논란이었습니다.
더파크는 걸어다니는 체험형 사파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의 현실에서 사파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야생동물의 천국이 아닙니다. 인위적인 공간에 전압선 혹은 벽과 유리재질의 전시관으로 막아놓고 이를 돌아다니며 관찰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결국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게끔 만들어 놓았을 뿐 기존의 동물원과 아무런 차별성이 없습니다.
전국의 동물원들 특히 지방자치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동물원들은 현저하게 낮은 예산으로 근 30년간 리모델링이 되지 못하고 있어 옛날식의 고전적 전시형태(시멘트 바닥으로 이루어진 전시관에 동물이 들어가 있는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문제점이 있으나, 더파크는 새로 만들어진 동물원입니다. 당연히 동물원 동물에게도 복지가 필요하다는 시민적 요구를 최대한 반영했어야 합니다.
효율적인 전시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동물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가 좁고, 급하게 개장일정을 맞추다 보니 나무와 조형물 행동풍부화를 위한 여러 전시물은 갖춰지지 않은 채 황량한 공간에 동물만 전시하고 있었으며 열대동물등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동물 역시 모두 전시해야 한다는 생각에 코끼리와 기린 등 관리하기 어려운 동물도 여전히 도입해 들여왔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만지기체험위주의 행사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더파크의 문제점 중 시급한 점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안에 더파크 측에 개선을 요구할 것이며 동물원의 문제점에 대해서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은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