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개’는 제주도의 특산품이 아니다
지난 4일,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제주 고유의 재래가축인 제주개 26마리를 추첨을 통해 공개 분양·매각한다고 밝혔다. 진흥원에 의하면 분양·매각은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마리당 가격은 분양 5만원, 매각 3만원이다. 보도에 의하면 분양대상은 올해 4월생과 5월생 각각 5마리와 15마리, 매각하는 것은 수컷으로 나이가 든 것 4마리, 걸음걸이에 이상이 있는 것 2마리다.
‘제주개’는 제주도에만 살고 있는 멸종 위기의 토종개다. 6.25 전쟁 후, 식용 자원으로 도살되거나 군견 등으로 공출되며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1986년부터 전통 혈통견으로 추정되는 제주개 3마리를 찾아낸 뒤 보존 작업을 진행해왔다.
제주도 축산진흥원측은 2015년 제주개 사육 및 실증연구 시설을 준공하는 등 지속적으로 제주개의 천연기념물 등록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천연기념물 등록 추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어린 개들은 공개 추첨을 통해 물건처럼 넘기는 방식으로 분양을 진행하고, 늙거나 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된 개들은 헐값으로 매각하고 있다. 그 누구라도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되고 돈만 지불하면 개를 사육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개를 데려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대한민국에서는 수많은 토종개들이 학대당하고 방치되고 유기되고 있으며 종국에는 도축장으로 보내져 개고기로 비참하게 삶을 마감하고 있다. 보호소를 통한 유기동물 입양 시에도 입양 기준이 정립된 동물보호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차근차근 시스템을 구축해야 나가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순수혈통 보존이라는 미명하에 개들을 보존과 도태로 분리하고 마치 제주의 특산품처럼 아무에게나 추첨을 통해 나누어주는 비인도적인 행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개는 제주도의 특산품이 아니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결정에 맡겨져야 하는 소유물이기 이전에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엄한 생명체이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여 제주개를 분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만 분양을 진행할 것을 요청한다. 까다로운 심사 없이 추첨을 통해 단돈 몇 만원에 지역의 이름을 건 토종개를 쉽사리 팔아넘기는 것은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임을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진돗개’. 대한민국 국견, 천연기념물 제53호. 그러나 지금 진돗개는 값싸게 거래되고, 짧은 목줄에 평생 묶여 살다가 개고기로 팔려가는 흔하디 흔한 유기견으로 전락했다. 싼 값에 쉽게 구입하고 맘에 안 들면 버리고, 영특한 토종견이 ‘식용개’로 불리며 공공연히 도살되고 있는 현실에서 제주개가 진돗개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제주개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한 노력 역시 산업 확장으로 인한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동물보호법 대폭 개정은 물론 동물을 단순한 물건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공감대가 현실화, 구체화, 명문화 될 때까지 꾸준히 활동하여 동물들을 위한 의미있는 변화를 반드시 이끌어낼 것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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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동물들의 편으로 남겠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
2 Responses
아직도 생명을 물건취급하는 것들… 이런것들이 사라져야 이나라의 국격이 회복됩니다.
순수혈통의 의미가 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떠한 생명도 우리는 함부로 할 권리가 없다. 절대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