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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고 병으로 죽어가던 구일이는 개고기로 보내져야만 했나…

 


 



 


< 구일이 이야기>


 


 


구일이는 나이 많고 덩치가 아주 큰 혼종 견입니다.


구일이는 지금 많이 아픕니다.


주인에게서 버려진 충격보다 그래서 개고기가 될 뻔한 공포스런 기억보다 병이 깊어진 몸이 더욱 아프기 때문입니다.


구일이는 도살 직전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고 하여 <구일> 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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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회원님의 제보로 서울의 주택가 한 켠 빈 집에서  유기견을 데려다가 잡아먹는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것은 여러 달 전이었습니다.


 


그러나 매일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고 언제 개를 데려와 잡아먹는 것인지 지속적인 감시를 할 수 없어


애 타하고만 있었으나 어제 또 덩치 큰 녀석이 잡혀 와 굳게 잠겨진 공장 안에 묶여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주택가에서 주인이 있을지도 모르는 개들을 데려와 잡아 먹는 사람들은 그 동네의 주민들  여럿이었습니다.


 


구일이가 묶여 있는 곳은 어두컴컴한  공장 안이었고 그 공장의 판매물품 특징 상


구일이는 계속 그 곳에 있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하여 바로 그 날 밤 도살될 것이 확실하였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얼마 전  페키니즈가 묶여 있었다가 하루 만에 사라졌고 또 그 전에는 작은 발발이었다고 합니다.


 


공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빈집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도살을 하고


공장 안에서 고기로 작업을 하여 이웃들이 나누어 먹는다고 합니다.


 


당초 구조 계획으로는 도살 현장을 포착하여 고발을 하고 재발을 방지하려 하였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어쩌면 녀석이 다칠 수  있어 다소 염려스러웠습니다.


 


 


 문 닫힌 공간 안에 있는 구일이가  어떻게 있는지 보기 위해 가까스레 빈 구멍을 찾아 보았을 때


구일이는 ‘널부러져’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누워 있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폭행을 당해 죽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어두운 공장, 낯선 환경 속에서 그렇게 널부러져 누워 있는 것이 너무도 이상했습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고 죽이고 나서 그냥 동물만 두고 사람들이 사라질 이유도 없다고 판단하여 


1시간  이상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이따금씩 멀리 있는 구일이에게 소리쳐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


 


1시간 후에 겨우… 가쁜 숨을 몰아 쉬는 것이 창문 틈으로 스며든 달빛에 살짝 보였습니다.  


 


살아는  있구나……….  


무슨 영문으로 저 녀석이 움직이지도 않고 쳐다 보지도 못하는 것인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뭔가 몸이 심각하게 안 좋은 상태는 분명하였습니다.


 


증거를 잡기 위해 도살 장면을 포착하기에는 녀석의 몸이 너무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이후의 구조 방법은 여기에 올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구일이는 사람이 다가가도 삶을 체념한 듯 쳐다 보지도 않았고  나올 때도 뒷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주저 앉기를 반복했습니다. 배는 공기처럼 부풀어 있었습니다. 임신을 한 건가 싶었습니다.


이런 녀석을 죽게 둘 수는 없었습니다. 불가능했던 구조는 하늘이 도와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녀석을 먹으려 했다니….


 


24시간 병원에 도착하여 검진을 해 보니 구일이는  숫컷이었고 복수가 심각하게 차 올라 있었습니다.


다리는 심한 부종으로 걸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몸은 앙상하게 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 있었지만 배는 심하게 부풀어 있었습니다.


 


심장사상충 말기였습니다.


 


구일이는 녹슨 쇠줄과 다 낡은 목걸이로 보아 오랫동안 묶여서 방치된 채 길러진 것 같습니다.


나이도 열 살이나 되었습니다. 병이 깊어지자 주인은 치료도 안락사도 해 주지 않고 아무에게나 줘 버린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개고기가 될 지언정 내  눈 앞에서 아파 누워 있는 모습만 안 보이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아직 많습니다.


 


치료를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단 복수를 빼고 상태를 보기로 하였고  치료 도중 매우 위급할 경우 


안락사 여부를 판단하기로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 하였습니다.


 


 


구일이는 표정이 없습니다. 물지도 않고 반응도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아픈 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구일이가 남은 생,  평생 뛰어보지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행복을 누리다 갈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구일이를 위해 사전 답사해 주신 김영호국장님과 김승국님. 밤 구조를 도와 주신 강희춘이사님.


이용철님.남기범 팀장님. 양은영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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