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아침, 사무국에서 구조하기 위해 찾아간 집은 집주인의 제보가 없었다면 찾기 어려울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강아지가 짖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보이는 것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배설물들. 집안은 환기가 되지 않아 악취로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가끔씩 와서 밥을 줬다는 주인은 오랫동안 오지 않았는지 물그릇과 자동 급식기는 비어있었습니다.
소리를 따라 들어간 방에는 물건들이 지저분하게 어질러져 있었고 은비는 겁에 질려 침대 밑에 들어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짖고 있었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며 얼마나 긴 시간을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걸까라는 생각을 하니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제가 매트리스를 들어올리자 은비는 더 큰 비명소리를 지르며 책상 밑으로 도망쳤습니다. 사정없이 무는 은비를 잡기 위해 몇 분의 사투 끝에 수건으로 감싸 안아 올릴 수 있었습니다. 2-3kg 정도의 조그마한 체구를 가진 은비는 오랫동안 굶었는지 바싹 말라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품속에 꼭 안겨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올려다 보던 은비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스함에 긴장이 풀렸는지 이내 잠들었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목욕을 하기 위해 눈 주변과 엉덩이 주변의 배변으로 엉킨 털 제거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2번의 목욕 끝에 본래의 모습을 찾은 은비는 밥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굶었던 걸까요? 은비는 목에 사료가 걸려 캑캑 되면서도 먹는 것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한 입에 사료를 가득 문 채 먹어보려다 안되겠는지 다시 뱉어낸 후 다시 씹고를 반복하곤 합니다.
배가 부른 채 돌아서다가도 다시 사료 그릇이 생각났는지 휙 돌아서서 사료 그릇에 확 달려가곤 하는 은비의 모습에서 그동안 얼마나 배고픈 고통에 시달렸을지 감히 가늠해 봅니다.
구조한지 이틀 만에 자신의 이름을 외울 정도로 영리한 은비는 사람의 따스한 손길이 그리운지 구조자의 뒤만 하루 종일 쫓아다닌답니다. 다행이 은비는 18일 금요일에 구조자의 지인의 집으로 입양되기로 하였습니다.
아직까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은비가 하루 빨리 새로운 집에서 적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은비야, 이제 새로운 가족의 품에서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래!!
동물사랑실천협회 www.fromcar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