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고발란에 올라온 2096번 “새끼백구 두 마리..도와주세요..ㅠㅠ”란 제목의 제보를 접수하여
19일 오후 3시경 해당 건물에 도착했습니다.
제보 내용은 백구 새끼 2마리가 방치된 채 아파하고 있는데,
암컷은 장인지, 종양인지 모를 것이 항문을 통해 밖으로 벌겋게 나와 있음에도 치료해 주지 않았고
음식도 잘 챙겨주지 않으며 소문으로는 잡아 먹으려고 키우는 것 같다는 말씀도 들으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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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학대제보 내용 일부>
3달정도 되보이는 백구새끼 두마리를 도와주세요..한마리는 정말 곧 죽을것만 같아 보일정도로 너무 말랐고 몸상태가 심각하게 안좋아보였습니다.. 제발 제발 빨리 도와주세요………
강아지를 키우고있는 입장에서 너무 안타깝고 슬프내요..
저희가 옥상으로 올라 갔을 때,
개 집 앞에 중년의 남성분이 쪼그리고 앉아 새끼 백구 한 마리에게 비닐위생장갑을 낀 채
무언가를 먹이고 계셨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분은 저희 협회 구조 담당자입니다.)
주인이라고 하신 그 분은 위협적으로 보이진 않았고, 그래서 이것저것 여쭤 보았습니다.
먼저 저희 구조 팀에서 탈장으로 파악했던 녀석은 보이지 않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다른 한 녀석만 보이길래,
왜 한 녀석이 안 보이냐고 여쭤보니, 그 날 오전에 원래 데려 왔던 곳으로 다시 갖다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 곳은 새끼 백구 암수 두 마리를 돈 주고 사온 모란 시장이었는데,
사 오신 이유는 본인이 적적하기도 하고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개랑 뛰어 놀던 좋은 기억이 있어서
한 번 키워 보려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의 신분을 밝히고, 방치된 상태라고 걱정하시는 어떤 분으로부터 구조 요청으로 찾아왔다고 말씀 드리니,
생각보다 태연한 태도로 그러냐면서 본인도 애들 때문에 이러저러하게 고생을 했다며
자초지종을 털어 놓으셨습니다.
데려와서 목욕도 시키고, 개 집도 손수 짓고(스티로폼으로 내부까지 단단히 보온 처리한),
1차 예방 접종까지 하셨고, 2차 접종하려고 약을 사 오셨다고 하시면서 비닐 봉지로 싼 뭔가를 보여주셨습니다.
근데, 며칠 전부터 수컷(제보자 분이 암컷으로 아셨던 아이가 수컷이었습니다.)
이 항문을 통한 탈장 증상을 보여서 병원에 가보니 치료비가 너무 막대해서
본인께서 직접 고쳐보시겠다며 데려와 튀어나온 장을 손으로 다시 집어 넣어주고 했다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는 추워서 얼어 붙은 것을 손으로 문질러 녹여서 넣어주고 했는데,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모란 시장으로 다시 데려다 줬다는 것이었습니다.
탈장은 같은 건물의 학원 학생들이 새끼에게는 맞지 않는 사람 먹는 음식을 이것 저것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80%는 유전이라고 하던데……라며 주인 분께서 씁쓸해 하셨습니다만,
그 분도 새끼용 사료나 잘 선별된 음식을 먹일 생각은 하고 있지 않으셨습니다.
암컷은 살도 포동하게 올라 있고 애교도 부리는 것을 보니,
주인 분께서 나름 신경을 써서 먹이신 것 같긴 했으나,
왼쪽 앞발에 붕대를 감고 있고 절뚝거리며 걷는 것이 치료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주인 분은 확실히는 모르지만 애들이 올라와서 같이 놀다가 실수로 밟은 것이 아닐까 싶다고 하셨고,
처음엔 그냥 두셨는데 발이 꺾이는 것 같아 나무젓가락을 잘라 부목을 댔다고 하셨습니다.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주인 분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할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았습니다.
그 주인 분께 모란 시장에서 개를 판 자 연락처를 알아내려 했지만,
그런 것은 없고 같이 가면 알려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암수 두 마리 모두 저희가 데려가도 된다는 동의를 얻은 후,
암컷을 차에 태우고 주인 분과 함께 모란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신분을 밝히거나 촬영을 하는 것은 어렵기에,
주인 분과 함께 가서 앞으로 치료를 하고 잘 키울 것이니 저희에게 맡기라고 설득을 하고
그 아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며칠 째 먹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역시 많이 여윈 모습이 암컷과는 상반이었습니다.
탈장 때문에 냄새도 많이 나고 힘 없이 누워 있는 모습이 가여워 보였습니다.
담요로 싸고서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차가 많이 막혀 도착하기까지 도로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접수를 하고 바로 수의사분께서 검진을 하셨는데,
탈장보다는 요즘 유행하는 홍역이 의심되어 제일 먼저 홍역 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탈장의 원인은 코로나 장염이었습니다.
탈장된 장기는 이미 오랫동안 불결한 환경 속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였고,
제대로 먹지도, 잠을 이루지도 못한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희는,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여 겁이 났는지 오줌까지 지리고서 힘 없이 누워있는 아이와
조그만 테스트기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희의 바람에 부응하지 못하고 테스트기는 홍역이 확실하다는 진단을 내 놓았고,
홍역 증상이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었고 몸의 전반적인 상태나 나이 등을 고려하여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즉 살 수 있는 가망이 희박하다는 수의사분의 소견이었습니다.
다른 동물들도 고려해야 하는 저희의 입장으로서는 하늘 나라로 보내는 것이 최선의 결정이었습니다…
안타까운 한 생명 불이 또 꺼졌습니다.
하지만, 남은 아이에게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현재는 홍역이 의심되어 격리시켜 놓았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치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홍역이라는 진단이 내려지지 않도록 모두 기도해 주십시오.
추후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기만을 기대합니다.
그 주인 분은 백구들을 기르기 위해 인터넷 등으로 공부도 하고 살려보려고 노력을 했다고 하셨지만,
그것보다 더 큰 희생과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분은 아니었던 게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혼자 남아버린 우리 새끼 백구의 이름은 ‘백순이’입니다.
백순이가 앞으로 건강하게 치료받고 좋은 가정으로 입양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백순이, 백돌이 구조원문 글 링크 주소, 퍼 가기
http://fromcare.org/our/rescue.htm?code=rescue&bbs_id=23058&page=1&Sch_Method=&Sch_Txt=&md=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