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뉴트리아를 괴물쥐로 만든 건 누구일까

착한 뉴트리아를 누가 괴물 쥐라 부르는가?

  • 경제적 가치 잃어 바깥으로 내몰린 동물들
  • 동물학대와 농가피해 조장하는 정부가 사실 상 괴물
  • 원인에는 관심 안 둔 언론들의 생명경시 풍조, 지양하길 당부.

제대로 된 연구 없이 신성장 산업을 계획하고 조장하는 정부로 인해 사업 주체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각 분야에서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동물영역만 하더라도, 이미 정부는 실패한 곰사육 정책과 말산업 육성 정책 등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실패 결과에도 불구, 정부는 별다른 해결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그에 따른 고통과 피해는 고스란히 동물과 사업자들의 몫으로 남아 버렸다.

1981년에 시작된 곰사육 정책.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정부는 오로지 웅담, 피, 가죽을 위한 곰사육을 농가에 적극 장려했다. 그러나 1985년 곰에 대한 국제적 보호여론이 높아지자 갑자기 곰의 수출. 입을 금지했고 1993년 7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모든 곰의 국제적 거래를 금지한 원칙에 따라 곰사육 정책에 손을 놓았다. 10년 이상된 곰들은 웅담을 위해 도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육비에 비해 웅담가격이 현저히 낮은 이유로 사실상 곰들은 사료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끔찍하게 방치돼 있고, 농가들은 속수무책, 몰래 밀도살하거나, 산 채로 담즙을 채취하는 불법마저 자행하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농가들의 불법을 조장해 버린 셈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어이없는 정책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사육곰 정책이 철저히 실패하여 30년간 방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반달곰 복원 사업에 126억원의 혈세를 쏟아 부었다. 그리고 이제 이 잘못된 동물산업의 반복은 다시 뉴트리아 문제로, 똑 같은 모양새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트리아는 남미의 야생동물

뉴트리아가 처음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80년대. 고기와 모피를 얻기 위한 상업적 목적으로 수입, 정부에서는 외래종인 뉴트리아 사육을 농가에 권장하였다. 남아메리카에서 들여와 사육한 뉴트리아는 대형 쥐라는 이미지 때문에 수요가 거의 없었고, 사육을 포기한 농가들은 뉴트리아를 무단 방사하거나 방치하여 스스로 탈출, 야생에서 뉴트리아가 서식하게 된 것이다. 번식력이 왕성한 뉴트리아는 생태계 교란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또 괴물쥐라는 오명을 쓴 채, 포상금 제도까지 시행되어 잔혹한 집단 살상을 당하고 있다. 남아메리카에서는 엄연히 야생동물인 뉴트리아에 대해 ‘괴물쥐’ ‘박멸’ 이라는 지극히 선동적인 단어들로 점철된 기사들이 주를 이뤘다.

포획당하는 뉴트리아

그러나 최근, 다시 뉴트리아의 운명이 또 바뀌는 형국이다. 뉴트리아에게서 곰보다 많은 웅담 성분이 검출된다는 학계의 보고가 나오자마자. 뉴트리아를 포획하겠다는 문의가 관계기관에 쇄도하고 있고,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야생 뉴트리아를 먹으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으니 절대 먹어선 안된다는 기사가 또 나오고 있다. 어쨌든 웅담 성분이 곰보다 많다고 했으니, 사육하기 어려운 곰 대신, 뉴트리아를 집단 사육할 날이, 정부에서 또 다시 예산을 쏟아 부어 농가 사육을 장려할 날이 멀지 않은 듯 하다.

 

외래종에 대한 산업적 사육, 재고되어야.

그동안 우리나라는 외래 생물 전반에 대한 계획이 허술하고 관리가 부실했었다. 생태계 교란종에 대한 적절한 유해성 평가를 하지 않은 채 수입 허가가 늘 먼저 이루어졌다. 잘 알려진 블루길과 큰입배스, 황소 개구리 또한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 환경적 평가는 무시된 채, 산업적 이용을 위해 수입되었고, 현재 대대적으로 퇴치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발과 경제활동에 따른 자연훼손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외래생물 유입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자연훼손이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결과에 대해 정부는 이제라도 반성해야 한다. 경제적 이익만을 중요시해선 안되며 환경, 사회적 이익등 국가 전체 이익에 맞게 연구된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뉴트리아가 웅담성분이 곰보다 많다고 하여 또 다시 법을 고쳐 외래종 수입을 허가하고 집단 사육을 허가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사후약방문식의 반복, 이제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뉴트리아 포획과 처분은 인도적으로.  

뉴트리아는 습지 주변의 식물뿌리를 즐겨 먹는 초식위주 잡식성 동물로 기본적으로 온순한 동물이다. 위에서 열거한 대로. 뉴트리아가 괴물쥐가 된 진짜 이유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결과였고 뉴트리아로 인한 피해가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이 만들어 내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확산되고 있는 ‘닥치는 대로 농작물을 먹어 치운다’던가 ‘ 사람을 공격한다’와 같은 뉴트리아에 대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오해와 과장으로 괴물쥐를 만든 것이다.

2006년 창녕 우포늪에서 뉴트리아가 발견되면서부터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현재 실시하고 있는 뉴트리아 퇴치 작업은 실제 피해가 심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앞으로 피해가 커질 수도 있으니 미리 예방하자는 차원에 가깝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2013년 말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 지자체에 신고된 뉴트리아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단 4건뿐이었다.

아무리 뉴트리아가 유해 조수로 규정되었다고 해도 ‘야생 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이 있고, 그에 따르면 유해조수를 포획할 때에도 포획 시기와 도구, 포획 지역 및 수량이 적정해야 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 밀렵을 통해 고통을 주며 불법으로 포획하거나 야생 동물을 먹는 행위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려 잡는 행위가 방송을 통해 버젓이 공개되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제 고향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 겨우 적응해 살아가려는 생명체에 대해 최소한의 도덕적 배려도 없는 것이다. 개체수를 조절한다는 명분 하에서도 고통을 최소화하고 잔인한 포획방식을 지양하는 것, 그리고 동물에 대한 부득이한 처분을 전달함에 있어 최소한의 존중을 보이는 언론의 역할들이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자연을 섭렵한 인간의 최소한의 책무마저 저버린 것은 아닌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사육곰들은 웅담 채취를 위해 평생 우리에 갇혀 지내며 쓸개즙을 빼앗기고 죽을 날만 기다린다. 우리 안은 개사육장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개사료를 죽지 않을만큼 먹으며 목숨을 부지하는 곰들은 배설물 더미에 겨울 잠마저 빼앗겼다. 이런 잔인한 사육방식은 물론이고 더러운 사육 및 채취 방식으로 인해 웅담은 결국 고름과 바이러스 덩어리를 먹는 것일 뿐, 한의학적으로 큰 효험도 없다. 부풀려진 보신에 대한 맹신으로 곰들만 죽어나가고 있는데, 이에 뉴트리아마저 그 반열에 오르게 하지 말자.  생명을 상업적 도구로만 바라보고, 오용, 남용, 과용하고 있는 정부의 무책임함과 방관, 또 이에 편승하는 언론들 탓에 환경오염과 동물학대, 생명경시 풍조만 늘어가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잘못된 동물산업 정책은 끊임없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국제사회의 비난마저 받고 있다, 이제라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 논평은 동물권 단체 케어의 전문활동가 김유리님의 초고를 바탕으로 수정, 편집등 재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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