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자연적 생태적 조건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동물원이라는 작은 공간에 몰아 전시하는 관행적 습성은 동물을 오락거리로 만드는 인간의 행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일정한 제한적 공간에 다종다양한 동물들의 생태적 습성을 고려하며 전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동물원은 백퍼센트 적자일 수밖에 없다. 지방동물원의 경우 재정 때문에 시설이나 사육조건은 더욱 열악해지기 마련이다. 최근 들어 동물원은 전시 관람하는 차원을 떠나 테마동물원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자치단체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동물원은 그나마 재정적인 지원과 기업의 윤리적 책임 등으로 기본적인 관리의 원칙이라도 있는 반면 중소 영세기업이 동물원을 운영하는 경우 재정적 기반이 약해 동물의 복지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운영된다. 2000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동물원들은 적게는 2억에서 많게는 80억대에 이르는 손실을 지자체가 떠안고 있다. 따라서 이런 손실은 대부분 동물쇼로 감당하게 된다. 침팬지, 새, 물개 등이 나와서 각종 묘기를 부리는 의인화된 행동을 보며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훈련되어 조정되는 저열한 존재만을 느끼게 된다.
이런 행위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더욱 당연하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과장하면서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사단법인 보리방송 모니터팀은 우리나라 동물관련 프로그램을 분석하며 동물들을 장난감처럼 오락화하는 프로들이 버젓이 방영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 방송에서는 비단뱀을 목에 걸기를 하며 사시사철 착용하는 목도리라는 자막이 버젓이 나오기도 하고 팔닥거리는 개구리잡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한 프로그램에서는 16강에 들면 자신이 키우는 돼지를 잡겠다는 한 농장주가 나와 도망다니는 돼지의 머리에 축구공을 던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오랑우탄 4리와 개 4마리의 편을 갈라 축구경기를 시키며 가만있는 오랑우탄의 머리에 공을 던져 헤딩슛이라고 하고 골을 넣었다며 사람들이 들어올려 헹가래를 치는 행동은 자연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방송의 한 예이다.
동물의 생태적 조건과 습성을 무시하고 인간의 오락거리로 만든 사례는 동물을 이용한 각종 싸움에서 잘 나타난다. 간혹 불법도박장으로 언론에 소개되는 투견, 투계장. 투견용으로 수입된 도사견은 종종 보신탕용 개농장으로 흘러들어가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싸움만을 하도록 훈련받은 개들의 폭력성이 좁은 뜬장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인간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2008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동물보호법 ‘제 7조(동물학대등의 금지) 2항 3호에는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민속경기 등 농림부령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라는 조항에 근거하여 농림부는 시행규칙(안)에서 ‘법 제7조제2항제3호의 “농림부령이 정하는 경우”를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 등 법령에 따라 시행되는 경우를 말한다.’로 지정하였다. 2002년도에 제정된 전통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애초 허가를 청도지역에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역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소싸움경기까지 예외 규정을 확대하려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스페인의 전통이라던 투우도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소싸움은 합법적인 스포츠이며 전통이라는 이유로 각 지방에서 성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도소싸움은 1990년 민간이 주관한 영남민속투우대회로 시작해 99년 청도군이 이어받아 한일 소싸움 한우로데오 등 국제적인 이벤트까지 열며 성장했다. 축제가 벌어지는 5일동안 수십만명이 다녀가고 경제효과는 9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직 싸움만을 하기 위해 훈련받는 소들은 몸무게가 1000kg이 넘기도 하고 사육과정에서 동물성단백질을 섭취하는 등 생태적 습성이 무시되기 마련이다. 민족전통이라는 명분은 각 지방의 산업화촉진과 지방문화부활이라는 명목으로 투마대회 등 각종 동물을 이용한 오락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소나 말 모두 결코 싸움을 즐기지 않는 온순한 동물이라는 점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지방자치제의 발달로 촉발되고 있는 지방축제는 양양남대천의 연어축제, 풍천 장어축제, 화천산천어축제, 동해 오징어축제, 서천 전어축제 등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고 계절별 먹거리를 선전하기 위해 언론도 동원된다. 이런 축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먹거리장터와 체험행사. 체험행사라고 해봐야 직접 잡아보기 일색이다. 닭서리체험, 장어잡기체험, 황금돼지해를 맞아 돼지잡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내고향축제를 보여준다며 진흙탕 속에서 장어를 잡기 위해 뒹구는 아이들을 버젓이 보여주는 티브이프로그램. 아이들은 괴성을 지르며 정신이 없고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 리포터에게 재미있어 죽겠어요 를 외치는 아이들. 아이들이 장어를 잡으며 닭을 뒤쫒으며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명분은 끊이 없다. 자연생활, 농어촌문화체험.
FTA 체결로 농민들의 삶이 어려워지자 동물을 이용한 각종 산업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화와 새로운 문화발전에 반대할 수는 없으나 산업의 가장 큰 목적은 이윤이라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 더 이상 이윤을 남길 수 없을 때 동물들의 복지는 벼랑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