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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 사건, 그 후의 이야기 – 5화

[스토리펀딩] 사건, 그 후의 이야기 <케어TV> – 5화

 

 

<긴급 구출>마지막 숨이 되기 전에.

부산에 사는 김복희(53)씨가 그 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7, 무더운 여름밤이었다. 12시가 다 된 시각, 열대야로 잠이 오지 않아 텔레비전을 보던 중이었다고 한다. 그때!

깨갱!!”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차에 치일 때 내는 단말마의 비명처럼 심상치 않은 개의 울음소리였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는 빌라 밖으로 나가보았다. 온 존재가 뜨거운 숨을 몰아쉬는 듯, 후텁지근한 여름밤이었다.

최초의 목격

밤하늘처럼 까만 아스팔트 길, 커다란 실루엣이 있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성인 남성이 산책시키러 나왔는지 개 줄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개 줄에 연결된 하얀색 강아지 한 마리. 그 개를 보는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강아지의 몸 위에 남자의 발이 있었다. 많아봤자 4개월 정도밖에 안 된 작은 강아지. 남자는 그 강아지 위에 무게를 실어 올라서 있었다. 강아지는 남자의 발밑에서 몸부림치며 괴로운 울음을 쏟아냈다. 듣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높고 날카로운 울음소리.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발을 바꿔가며 강아지를 밟는 행위를 계속하였다. 자정이 다 된 시각에 길가에 나와 개를 괴롭히는 남자. 가위에 눌린 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저씨. 왜 그래요?” 말이 채 나오질 않았다. 그것이 최초의 목격이었다.

계속되는 폭력

폭행 상황을 목격한 후, 김복희 씨는 그 아저씨와 강아지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백구의 주인은 동네 사람인지 가끔씩 빌라 앞을 지나다녔다. 그러자 그 전에는 미처 몰랐던 행동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날에는 다리를 다쳤는지 백구는 뒷발을 들고 세 다리로만 다니고 있었고, 어떤 날에는 몸 여기저기에 상처들이 나 있었다. 그리고주둥이를 철사 같은 걸로 묶어 놓은건지 얼굴에 문신처럼 흉측한 깊게 패인 상처가 생겼다. 철사로 개의 입을 그렇게 묶어 피를 안 통하게 한 경우, 나중에 살이 괴사되어 턱이 떨어져나갈 수 있다고 한다. 늘 더럽고 위축된 모습, 백구의 주변에는 늘 죽음이 보였다. 음산한 남자의 손길이 흙탕물처럼 몸 곳곳을 얼룩지게 하였다.

201612

201612월 중순, 아침 8시가 안 된 시각, 자고 있던 그녀의 귀에 개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칼에 찔린 듯 다급한 소리였다. 놀란 마음에 벌떡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빌라 1층 주차장에 그 남성과 백구가 있었다. 부슬부슬 겨울비가 내리는 날씨, 백구는 비를 흥건히 맞은 상태였고 아저씨는 우산을 쓰고 있었다. 차가운 비를 맞으며 동네를 돌다가 비가 많이 오니까 백구가 순간적으로 지붕이 있는 빌라의 1층 주차장으로 들어온 듯하였다. 그게 때릴 이유가 되었는지 남자는 자기가 썼던 우산 끝의 뾰족한 부분으로 허리를 굽혀서 힘껏 개를 찌르고 있었다. 성인 남성이 온 힘을 다해 찌르니 얼마나 아팠을까. 백구는 자지러지듯이 소리를 질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저씨 왜 그래요!”

창문을 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아저씨는 바닥을 향해 웅얼거렸다. 개가 똥을 싸서 그렇게 했다는 대답이었다. 빨리 그 개를 구해야겠다! 황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집 밖으로 나섰다. 빌라 밖으로 나오자 아저씨는 개를 끌고 골목 끝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백구의 집은 어디일까. 이를 알아내기 위해 남자를 조심스럽게 쫓아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그녀의 집에서 3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허름한 3층 집.

구출하기 위한 전쟁

그 집을 알아낸 후, 방법이 걱정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몰라 텔레비전 동물 프로그램에 글을 올렸다. 방송국 쪽에서 나서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여러 카페와 사이트, 가능한 많은 곳에 글을 올렸다. 누가 보아도 명백한 잘못이니까 큰 힘을 가진 방송국이나 단체에서 바로 나서 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바쁜 일이 많은지 연락은 오지 않았다. 연락이 온 곳은 단 한 곳, 동물권단체 케어였다.

동물권단체 케어에서는 현행 동물법상 명확한 학대의 증거가 현재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설 경우 개의 구출이 어려워지고 주인의 반발로 개가 더 큰 폭력을 당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서는 학대자를 고발하기 위하여 정확한 물증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그전에 사진을 찍어놓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들었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 아저씨에 대해 질문을 하며 정보를 모았다. 동네 사람들은 그 개가 학대를 당하는지는 몰랐고, 가끔 개가 너무 울부짖어 민원 신고를 하였다고 이야기했다. 근처에 그런 아저씨가 사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주변 상가와 주택들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모으던 중 만난 뜻밖의 사람. 그 아저씨가 사는 집의 주인이었다. 집주인에게 그 개가 학대당하는 것을 목격한 이야기를 하며 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집주인 할머니는 안 그래도 찜찜한 일이 몇 가지 있어 마음이 무거웠다며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그 아저씨가 온 지 얼마 안지나 작은 애완견을 데리고 왔는데 그 개가 얼마 안 있어 죽어나가고 그 후에 어디에선가 강아지를 한 마리 또 데려왔는데 그게 백구였다는 것이다. 깨진 유리 위를 걷는 것처럼 마음이 서걱거렸다. 백구는 처음이 아니었다. 학대당하다가 죽은 개가 이미 한 마리가 있었다. 그렇게 괴롭히고 죽여도 그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또 다른 희생물을 구했다. 집주인은 그 집이 6일 후에 이사 가기로 되어 있다며 개를 구하려면 그전에 해야 할 거라고 말을 덧붙였다.

20161222.

김복희 씨는 그때부터 잠복에 돌입했다. 바깥에서는 3층 집의 상태를 알 수 없어 그 집이 내려다보이는 근처 건물의 옥상에 올라갔다. 그리고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 별로 그 옥상에서 그 집과 백구의 상태를 사진으로 찍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주로 실내에 있어서 그의 모습은 거의 찍을 수가 없었다. 개의 몸에 있는 상처 외에는 폭행하는 사진이나 영상 같은 직접적인 물증은 하나도 없는 상황, 신고를 하여도 그가 다른 이유로 둘러대고, 그녀의 목격담에 대해서는 잘못 본 거라며 잡아떼면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기분으로 그 집을 지켜보았다.

그러던 중 20161222, 전국적으로 겨울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이른 아침, 개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옥상에 올라가 내려다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다

칼바람을 맞는 3층 집 마당에 백구가 묶여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희한하게 묶어놓았을까. 빨랫줄을 매는 기둥 같은 곳에 묶여 있었는데 공중에 약간 선 듯한 자세로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였다. 일부로 개 줄을 짧게 묶지 않는 이상 나올 수 없는 자세였다.

최초로 목격한 시각은 오전 8시가 채 안 된 시각, 그 이후 꼬박 이틀 동안 개는 내내 그 자리에 있었다. 이틀 동안 물 한모금도 못 먹은 상태로 비바람을 맞으며 옥상 한가운데에 그렇게 묶여있었다. 고개를 땅에 댈 수도 없어 잠시도 쉬지 못하고 꼬박 하루를 매달려 있었던 백구. 힘겨운 듯 버둥거리는 모습은 너무도 고통스러워 보였다. 힘없이 이쪽을 쳐다보는 백구의 눈 한쪽은 검붉은 멍이 들어 있었다.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았다. 죽음이 마지막으로 백구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 집에 불이 켜지는 것을 본 후 집주인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아저씨를 같이 만나러 가달라고 부탁하였다. 내내 신경 쓰였는지 집주인 할머니도 알겠다고 하였다.

학대자와 마주 서다

개의 학대 사실을 아는 척하면 그가 반발로 개를 죽일 수도 있다는 걱정에 김복희 씨와 집주인 할머니는 일단 저자세로 나섰다. 여의치 않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고소를 얘기할 생각이었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거기에서 개를 데리고 나오는 것이 목표였다. 집주인 할머니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이사 간다면서, 그 집에서 저 개를 키울 수 있겠나? 이 아줌마는 아는 동생인데, 개가 키우고 싶나 봐. 그래서 어디 개가 없냐고 물어 보길래 생각나서 데리고 왔네.”

아저씨는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한 듯이 보였다. 그러더니 저 개를 50만 원을 주고 산 개였다라고 하다가 또 이내 30만 원에 주고 샀다며 횡설수설 말을 이어갔다.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며 끄덕거리자 아저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오랜만이었는지, 아니면 집주인 할머니를 좋게 보았는지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면 데리고 가이소.”

팽팽하게 이어졌던 긴장의 끈이 톡 하고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그가 마음을 바꿀까 싶어 급하게 개를 안고 데리고 나왔다. 백구도 자신을 구하러 온 사람인 것을 알았는지 짖는 소리나 저항하는 모습 한번 보이지 않고 바로 안겼다. 하루 종일 비바람에 시달려 차갑게 젖은 백구의 몸은 가벼웠다.

아줌마! 운 좋은 줄 아이소.”

등 뒤에서 아저씨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목 뒤로 얼음을 넣는 듯 오싹한 소리였다.

그 개가 운 좋은 개입니다. 내가 3층에서 던졌어도 살아남은 개예요.”

조금의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 말투, 재미있는 화젯거리라도 되는 듯한 어조였다. 입술을 깨물며 그 집 계단을 내려와 대문 밖으로 나섰다. 대문 밖으로 나서고 난 후에야 백구를 내려놓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백구는 이런 상황을 기다려왔다는 듯, 소리 한번 내지 않고 그녀를 조용히 따라갔다. 길이 아니라 지난 여름밤, 처음으로 백구를 만났던 그 시간 속으로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6개월이 지나 강아지에서 성견이 된 백구. 그동안 어떤 날들을 보냈을지, 얼마나 이런 날을 기다려왔을까 하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나왔다. 그날 데리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백구는 먼저 죽어나간 개처럼 혼자 고통과 두려움에 시달리다 죽었을 것이다.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을 갖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을 거다. 인간이어서 미안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될 때까지 나서지 못해서 미안했다.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되돌리는 마음으로 백구를 데리고 그의 집이 이어진 골목에서 황급히 벗어났다.

부디 행복하기를

그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던 케어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물권단체 케어에서는 바로 다음날 응급차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동물병원으로 백구를 이송, 치료와 보호를 전담하였다. 백구는 학대로 생긴 듯한 외부 상처와 피멍, 뒷다리파행(무릎탈구), 피부병과 심장사상충을 앓고 있으며 심한 탈수 상태로 간 수치도 높아 전체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오랜 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백구는 현재 케어 협력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며, 건강을 회복한 후 케어의 입양센터에 입소할 예정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의 문제는 심각한 상해를 입히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일 경우만 처벌하고 있는데 동물은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으므로학대로 인한 상해를 입증하기가 현장에서의 물증이 없는 경우 매우 어려워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낮은 처벌도 문제지만 또 다른 문제는 학대를 고발하여도 개의 소유권을 주인에게서 뺏는 강제권이 없다는 점이다학대를 확인 후 고발 조치를 하여도 동물은 여전히 학대자의 소유물로 남게 되어 동물단체들과 지자체에서는 주인을 설득하여 승낙을 받아야 한다이것이 실패할 경우 주인이 뒤틀린 보복 심리로 더 큰 폭력을 가하거나 이를 우려하는 마음을 이용하여 높은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2015년 미국에서는 강아지를 트럭 뒤에 매단 채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항소 법원은 가해 남성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했다영국에서는 동물학대에 대해 최고 1년의 징역과 4000만원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으며 독일의 경우 개와 고양이 등 척추동물을 죽이거나 폭력으로 고통과 괴로움을 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또한 동물을 평생 소유할 수 없도록 강력한 법 적용을 하기도 한다.

동물권단체 케어에서는 학대 사건마다 서명을 받고 이슈화하여 사법부에 제출하고 동물보호법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강한 처벌로 이어지게 하고 있으며 은신하고 있는 학대자를 직접 찾아내 국내에서 징역형을 처음 얻어낸 바 있다동물권 단체케어는 현재 학대자에게서 동물의 소유권을 박탈하는 강제권을 부여할 것을 정부와 입법부에 촉구하고 있다.

막지 않아도 멈춰지는 폭력은 없다말 못 하는 생명들을 괴롭히는 그 손길에 대고 사람이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사람이 사람을 멈춰야 한다.

케어 정기후원 (정회원·천사단·힐링센터·대부대모)

후원문의: 02-313-8886 내선 2번, care@fromca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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