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잘 사는 나라인 만큼 인간들끼리의 관계 맺기 양상도 복잡하고 빠르다.
한 편의 브로드웨이 신작 연극이 미국 사회의 속내를 전한다.
“싫다니까. 진짜 싫어. 도무지 믿을 수가 있어야지. 밥 주는 것도 맨날 까먹고.
귀가 찢어지도록 시끄럽게 음악 틀어놓고. 한 순간 아주 사랑스럽게 대해주다가도,
결국엔 차 안에 몇 시간씩 가둬두기 일쑤야!”
실비아라고 불리는 어느 반려견의 푸념이다.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질타는 끝을 모른다. 블루 바이시클 프로덕션의 연극 ‘실비아’는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로 귀결된다.
1995년부터 미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무대가 국내 첫 소개되는 자리다.
미국인들의 시선으로 세계를 보는 일은 우리도 익숙하다. 미국에 흐르는 새 물결을
가장 빨리 포착하고 전파하는 뉴욕 중산층의 언어가 날카롭다.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반려견들은 인간의 허상을 꼬집고 위기의 인간관계를 헤집는다.
이 무대가 미국화돼 가는 현대 세계의 관계를 진단하는 자리이기도 한 것은 그래서다.
힘겨운 직장 생활에 자식들마저 독립, 권태기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중년 부부가
집 없는 개를 공원에서 데려와 키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무대에는 뜻밖의 시청각적 즐거움이 들어있다. 발정기에 접어든 실비아의 돌출 행동,
느닷없는 고양이의 출현에 화를 내는 장면 등 배우들의 신체 연기가 볼거리다.
또 주인공들은 르네상스 시대 작곡가 헨리 퍼슬의 노래나 유행하는 팝송을 부르며
무대의 색깔을 다채롭게 한다. 6월 3~20일까지, 정미소. (070)4136-3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