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 통에 버려진 동물들 어쩌나 (세계일보)

피란통에 버려진 동물들 어쩌나…<세계일보>



  • 입력 2010.11.29 (월) 22:06


굶어죽고 방황… 전염병 우려… 동물관리체계 손질 나서야







  • “발바리를 소주로 안락사시키지 않았다. 방법이 없어 소주라도 먹였고, 천천히 숨을 거뒀다. 소주에 취한 상태였을 뿐이다.”

    북한의 포격으로 주민들이 떠나 주인 잃은 개들이 굶어 죽어간다는 소식에 연평도로 달려가
    구조활동을 벌인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현 회장이 29일 ‘소주로 강아지를 안락사시켰다’는 비판이 일자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해명 글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박 회장은 지난 28일 연평도에
    도착해 포격 당시 깊은 상처를 입어 방치된 유기견과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큰 개로부터 공격을 당해 겨우 목숨을 건진 강아지 7마리를 구조했다.

    박씨는 구조 과정에서 큰 개 여러
    마리에게 물어뜯겨 내장이 파열돼 죽어가는 생후 2개월 된 얼룩무늬 발바리를 발견했다. 그는 발바리가 몸부림을 치면서 숨을 거두는 모습을 차마 두 눈으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박씨는 발바리가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느끼도록 진통효과를 위해 소주를 먹였다. 그는 이것이 안락사를 시키기 위한 것으로 와전됐다고 해명한다.

    주민들이 떠나 점점 ‘유령의 섬’이 돼 가는 연평도에는 주인을 잃은 개들이 먹이를 찾아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섬 안의 개는 300마리가량이고, 이 가운데 주인이 먹고 살라며 고삐를 풀어준 100여마리가 굶주림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잔뜩 허기에 빠진 개들은
    사람을 만나면 쏜살같이 달려드는 극도의 공격성까지 보이고 있다. 심지어 큰 개가 힘이 약한 개를 물어뜯는 ‘서열다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유기견뿐이 아니다. 버려진 고양이 등 다른 가축도 마찬가지다.

    연평도에서 개들을 돌보는 전문가들은 가축들을 방치하면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의 한 관계자는 “먹이를 찾아 산에 올라가 새끼를 치고 야생 들개가 되면 나중에 인위적으로 개체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연평도 사태로 비상시 우리나라의 동물관리 체계가 얼마나 부실한지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이제 수의사뿐 아니라
    민간 동물보호단체도 응급 시 마취제를 다룰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통합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고, 유관단체가 효과적이고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이돈성 기자
    sport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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