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三伏), 고기 ‘안 먹는 날’이 되어야
한국인들의 고기 사랑은 대단하다. 특히 복날이 낀 여름철은 육류 소비가 가장 높은 시기이기도 하다. 농업이 모든 산업을 대표하던 시대의 삼복은 잘 먹어 몸을 보해 1년 먹을거리를 만들 노동력을 얻는 가치있는 행위였다. 시대가 변해 오늘날 우리는 농업인구가 전체의 5%미만을 차지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복날을 고기먹는 날로 인식하고, 또 먹고 있다.
육식은 수천년 이어진 문화이지만 고기 이외엔 먹을 게 없는것도 아니거니와 고기 없이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고기를 많이, 싸게 먹기 위해서 공장식 축산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해내고 있고 이 공장식 사육 환경에서 동물은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끊임없이 고통을 느낀다. 몸을 편히 움직일 수 조차 없는 환경에서 먹히기 위해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가 고통이다.
매 여름철마다 찬반론자 사이의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마는 개 식용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개” 만 먹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개고기 반대가 모든 종류의 육식을 줄이고, 육식을 당연시하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운동의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종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핑계로 다른 가축처럼 개, 고양이까지 끔찍한 공장식 사육 시스템에 포함시킬 이유는 없다. 비 윤리적인 육식문화와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일단 현행법상 식용으로 소비되는 가축에 포함되지 않는 개고기의 소비부터 중단하고, 점차 기존의 공장식 축산 대상 동물에 대한 복지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흔히 복날의 보신 문화가 전통이고, 전통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자신은 먹지 않더라도 복날의 개고기섭취를‘문화’라는 이유로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문화라 할지라도 다른 존재에게 고통을 준다면 재고되어야 하며 오래 전부터 해온 일이라고 해서 윤리적인 판단 없이 존중해야 한다는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개를 식용으로 인식하려 하는 습관도 점차 변화하고 있으며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되고, 개고기 습식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굳이 과거에 미련을 둔 개고기 식용 문화를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윤리적 문제는 접어두고서라도 개고기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비위생적으로 유통되며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식품위생법은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식품과 병든 동물의 고기 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고기는 비인도적인 도축과 비위생적인 유통과정을 동반한 채 ‘보신’이라는 미명하에 식탁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먹을 것이 흔치 않았던 시절과 달리 못 먹어서 병이 생기는것이 아니다. 영양 과잉으로 비만, 당뇨병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천편일률적인 육식 대신 비건식(채식)이 훌륭한 대체 보양식이 될 수 있다. 복날이라고 굳이 다른 생명을 빼앗아 상에 올리지 않고도 건강하게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웰빙은 나 혼자 잘 사는 게 아니라 모든 생명들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의미한다. 몸 한 번 움직이기 힘든 좁은 공간에 갇혀 공산품처럼 기계적으로 생산되는 고기를 먹는것은 건강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일이다. 복날을 맞이하여 삼계탕이든, 개고기든 반드시 육식을 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은 버려야 하며 동물이 한낱 고깃덩어리가 아닌 한 생명임을 인식해 나가는 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란다.
2016년 7월 27일
동물단체 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