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후기] 태평양을 건넌 녀석들의 삶을 찾아서, 귀중이

2013년 가을, 곧 철거될 벽 하나가 유일한 안식처였던 아기 발바리.

한날, 동시에, 생선 박스에 담긴 채 버려졌던 아기 발바리들은 배가 고파 돌아다니다 하나, 둘, 농약이 묻은 것을 집어먹고 모두 죽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기 발바리 하나. 선천적으로 눈이 없이 태어난 아기 발바리는 보이지가 않아서 돌아다닐 수가 없었고 돌아다니질 못하니 형제들처럼 농약을 먹지 않아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배가 고픈 아기 발바리는 그렇게 굶주린 채, 버려진 자리 옆, 반쯤 철거된 공장 건물 안에 들어가 하염없이 앉아만 있었습니다. 공장 안은 온통 깨진 유리 조각, 아기 발바리는 벽 하나를 의지한 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세상 속에 그렇게 홀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이 도왔을까요?

아기 발바리를 발견한 마을의 아주머니, 아기 발바리가 너무나 가엾고 안타까웠지만 집에 데려갈 사정은 되지 않았습니다. 아주머니는 하루 한번 씩 아기 발바리를 위해 밥을 가져다주기로 했습니다. 아기 발바리는 벽에 기대 앉아 그렇게 하루 한 번, 아주머니를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지요. 그리고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아기 발바리도 부쩍 자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간다는 건 결국 그 공간이 철거된다는 것, 아기 발바리가 의지하고 있던 벽 하나가 마지막으로 철거될 순간이 왔습니다.

발바리를 살릴 방법이 없었던 아주머니는 수소문을 해, 케어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 너무 불쌍한 강아지가 있어요, 나도 집에 큰 개들이 많아서 이 강아지를 데려갈 수 없는데 이 강아지가 있는 공간이 며칠 후면 철거될 거에요. 강아지는 눈이 없어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어요…”

전화를 받은 케어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눈이 없는 강아지가 홀로 바깥에서 살아 갔다니… ’ 당일에는 구조팀이 지방을 내려가 있었기에 그 다음 날 현장에 가서 아기 발바리를 구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멘트 벽을 의지하고 얌전히 다리를 모으고 앉아 아주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누런색 발바리. 그 앞에는 낡은 밥그릇이 덩그마니 놓여 있었습니다. 발바리는 마치 눈을 감고 있는 듯 했습니다. 눈알조차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 거지요.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듣자, 얼른 일어서서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하던 녀석, 그런 녀석을 차에 태우고 오는데 차가 출발하자마자 아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낑낑낑 소리를 계속 냈습니다. 멀리 가면 갈수록 울음소린 더 커졌지요.
우리는 아기 발바리가 귀하게 자라라고 ‘귀중이’ 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발을 찌르는 유리파편이 없는 실내에 온 것이 안심이 되었는지 귀중이는 자신있게 냄새를 맡으며 집안을 탐색했는데 마치 눈이 있는 듯, 가구에 머리를 한 번도 부딪치지 않은 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침대의 높이도 조용히 앉아 가늠하곤 단숨에 올라갔다 내려갈 수 있었고 배변도 첫날부터 완벽히 가릴 줄 알았으며, 문턱이 있는 것도 바로 알아차리고 걸리지 않고 넘을 수 있었고 계단도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대단한 녀석이었습니다. 눈이 없이 태어난 대신, 온 몸의 감각은 다른 개들의 갑절은 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귀중이에게 행운이 찾아 왔습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사는 한국 교포분께서 입양신청을 한 것이었지요. 그 분은 2004년에 이미 한국에서 학대받던 ‘애인이’라는 발바리 한 마리를 입양하셨던 분이었으니 귀중이에겐 더 없이 좋은 엄마가 될 분이었습니다.

그렇게 귀중이가 입양간지 7년이 지난 2020년 2월, 케어는 미국으로 입양보낸 구조견들을 만나고 왔고 더 오래 전에 입양 갔었던 귀중이와 애인이 또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입양이 안 되는 발바리들을 3마리나 차례로 입양해 주신 입양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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