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부디안스키| 이상원 역| 사이언스북스| 2005.08.31
책소개
개의 기원에 과한 진화론적 설명에서 개들의 심리학까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동물”인 개의 진실을 밝혀낸다!
개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동물이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흥미로운 동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들과의 우정 속에서 정서적 충족감을 느끼고, 그들을 우리의 친구로 선물해 준 진화의 힘에 경외감을 느낀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는 과거 우리 인간에게 그토록 친숙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낯설게 되어 버린 야생 동물의 세계, 그 정신과 감정을 보여 주는 창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수천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 무리 주위를 서성거리며 음식물 찌꺼기나 뒤지던 동물이 어떻게 우리의 가장 진실한 친구가 된 것일까? 우리는 왜 그들을 그렇게나 사랑하는 것일까? (주)사이언스북스에서 ?자연과 인간? 7권으로 펴낸 스티븐 부디안스키의 ??개에 대하여 (The Truth About Dogs)??는 사람들의 온갖 사랑을 다 받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동물”인 개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은 진화론, 고고학, 동물행동학, 신경생리학, 유전공학의 힘을 빌려 개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의 동반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해 나간다. 저자 스티븐 부디안스키는 그동안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던 개들의 온갖 특이한 행동, 예를 들어 자기가 좋아하는 신발은 누구도 절대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 우편배달부를 향해 마구 짖어대며 천둥소리에 깜짝 놀라고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더러운 곳에서 즐거이 휴식을 청하는 등의 행동들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설명한다. 그토록 친숙하지만 동시에 그토록 많은 수수께끼를 지닌 개라는 동물에 대해 진화론, 분자생물학, 유전학, 동물 심리학 등을 총망라하여 독창적으로 접근하는 이 책은 해묵은 상식을 깨고 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처음으로 알려줄 것이다.
“개 조심”
부디안스키는 서두에서 개를 “인간의 본성을 이용하는” 약은 존재로 묘사한다. 개들은 동그란 머리, 커다란 눈을 가진 존재를 좋아하도록 프로그램된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여 먹이와 쉴 곳, 그리고 쾌락을 획득한다. 꾀병을 부릴 때도 있고, 신경질 나게 짖어대기도 하며, 주인의 개인 생활을 방해하여 자기가 얻고자 하는 모든 것을 얻어 가는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는 가축화된 어떤 동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귀여움의 신화’라는 후광 속에서 개는 충성스럽고 지혜로우며 인간을 위로해 주는 특별한 존재로 격상된다. 어떻게 해서 개와 인간은 이러한 관계를 맺게 되었는가? 스티븐 부디안스키는 아주 평범하지만 우리가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은 이 문제, 즉 ‘개의 진실’을 개의 진화론적 기원을 추적하는 것으로 풀어 나가기 시작한다.
인간과 개의 관계는 진화의 선물이다!
저자는 “개를 있는 그대로, 개다운 사고방식과 개다운 동기, 개다운 인식, 개다운 본능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 것, 그렇게 하는 것이 개의 진정한 본성과 진정한 능력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본다. 인간과 개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오해와 문제 역시, 우리가 개에게 덮어씌운 우리의 욕망, 생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개에게 덮어씌운 우리의 욕망과 환상을 벗기고 ‘개의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저자는 과학을 동원한다. 부디안스키가 폭로하는 첫 번째 ‘개의 진실’은 개의 기원과 관련된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개와 인간의 특별한 관계가 인간이 야생 늑대를 의도적으로 길들이기 시작하면서 형성되었다고 믿는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야생 늑대가 시간이 지나자 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최신 분자생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러한 통속적인 믿음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 준다.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개는 늑대로부터 10만여 년 전에 분화되었다. 그렇지만 인간이 개를 가축화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는 1만여 년 전의 것이다. 즉 개는 우리가 길들이기 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멸종을 피하기 위해 인간과의 공존을 선택한 것이다. 진화론과 분자생물학, 그리고 고고학의 연구 성과를 연결하여 개의 기원에 대한 통속적 믿음을 뒤집어 버린 부디안스키는 동물의 의사 소통 등을 연구하는 동물 행동학과 심리학 등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진 개에 대한 환상을 차례차례 깨 나간다. 우리가 충성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개의 행동들, 주인과 함께 길을 갈 때 낯선 사람을 보고 으르렁거리는 것이라든지, 눈밭에서 부상자 곁을 지키며 ‘부상자의 체온을 유지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들이 모두 조상 늑대로부터 물려받은 사회적 행동, 즉 우두머리 개(즉 인간)를 믿고 부리는 행패나 그저 부상자가 어떻게 움직일지 관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리고 우리가 개들의 헌신성, 충성심이라고 감탄하는 것들이 우리 인간이 가진 “자기 중심성과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일 뿐임을 설명해 준다. 재미있는 사례 중에 하나는 ‘초능력을 가진 개’ 관한 실험이다. 사람들은 집 주인이 돌아올 때면 문 앞에 나가 있는 개를 보고 특수한 능력,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집 주인의 귀가 시간을 집 주인은 물론 가족 누구도 모르게 하고 집 주인을 임의의 시간에 귀가시키자 그 개는 집 주인의 귀가 시간을 맞히지 못하게 되었다. 그 개는 집 주인이 돌아올 때쯤 해서 일어나는 집안 분위기의 미묘한 변화를 읽어내고(본능에 불과하다.) 반응한 것이거나 우연의 일치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개의 의사 소통 방식, 개의 시청각 구조와 후각 체계, 개의 지능과 학습 능력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들을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는 개의 행태들의 비밀을 하나하나 밝혀 나간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개들이 보고 느끼고 사는 세계를 꼼꼼하게 분석해 나가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하나하나는 흥미진진하다.
개는 개일 뿐…
저자는 개에게 “우리 멋대로 상상해 낸 꿈의 세계를 강요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개도 더 행복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과학이 개에게 덧씌워진 꿈과 동화를 제거하지만 개와 우리의 차이를 인정하게 만들어 주고, 개의 행동 동기와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며,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야 할지를 가르쳐 준다.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이 개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있지만, 수많은 개가 보건소와 길거리에서 쓸쓸하게 죽어 가는 ‘애완 동물의 시대’에 동물과 인간이 바람직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시금석의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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