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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프랑스 리옹동물원의 변신 “철조망 걷어내니 ‘동물 감옥’이 ‘동물 집’이 됐다”

2000년까지 철조망·좁은 우리 ‘최악’ 리옹시, 동물 움직임·복지 고려 개선
마리당 생활면적 농구 코트의 절반 나무·흙 등 생태조건 최대한 살려 동물원쪽 “첫째 둘째 목표도 동물”

대구시가 운영하는 달성공원 동물원 생활 면적 리옹동물원의 1/17 불과
풀 한포기 없는 콘크리트 바닥·철조망 문화재 옆 탓 47년째 낙후시설 그대로

프랑스 남동부에 있는 리옹동물원 동물들은 한 마리당 평균 225㎡ 면적에 산다. 농구장 코트(420㎡) 절반 크키에 동물 한 마리가 사는 셈이다. 반면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동물들은 한 마리당 평균 13.2㎡ 면적에 산다. 탁구대(4.2㎡) 세 개를 합쳐놓은 크기에 동물 한 마리가 사는 것이다. 포유류, 조류 등 동물 종류가 다 같지는 않다해도 수치상으로만 볼 때 17배 차이다. 리옹동물원은 동물과 사람이 다니는 공간을 연못과 나무 등으로 나눠놨다. 반면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은 철조망과 콘크리트 웅덩이로 분리해놓은 것도 다른 점이다.동물원 환경을 제외하면 리옹동물원과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은 서로 닮은 부분이 많다. 둘 다 지방자치단체인 리옹시와 대구시가 돈을 들여 무료로 운영하는 공영 동물원이다. 또 둘 다 도시공원 안에 만들어진 동물원이다. 두 곳 동물원을 운영하는데 사용하는 돈, 일하는 사육사 등의 숫자도 큰 차이가 없다. 동물종으로 보면, 리옹동물원에는 포유류가 37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조류(20종)다. 달성공원 동물원은 조류(45종), 포유류(23종) 순이다.리옹(인구 49만명·면적 48만㎢)은 프랑스에서 파리, 마르세유에 이어 세번째로 인구가 많다. 주변 도시에 사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인구는 150만명이 넘는다. 대구(인구 251만명·면적 883만㎢)는 서울, 부산, 인천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주변 도시에 사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인구는 300만명이 넘어간다. 두 도시의 공영 동물원 차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옛 곰 우리를 남겨둔 이유 지난 6월29일 오후 리옹동물원에서는 기린들이 한가롭게 넓은 풀밭을 거닐고 있었다. 기린이 사는 곳과 사람들이 다니는 길 사이에 높은 철조망이나 담벼락은 없다. 대신 사람 허리 높이 정도의 나무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나무 울타리 바로 앞에는 작은 나무와 풀을 심어놔 자연스럽게 기린이 울타리를 넘지 못하도록 해놨다. 나무와 풀이 우거진 연못에는 자라들이 헤엄치고 있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연못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자연 환경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다.사슴들은 넓은 잔디밭에서 한가롭게 누워 있다. 사슴들이 누워 있는 곳과 사람이 다니는 길에는 남자 어른 무릎 높이 정도의 돌담이 쌓여 있다. 돌담 바로 아래 잔디밭은 움푹 들어가게 만들어놨다. 숲이 우거진 곳에서는 사자가 있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언뜻 봐서는 사자가 보이지 않는다. 유심히 살펴보니 저 멀리 나무 그늘 아래 누워 더위를 피하는 사자 한 마리가 보였다. 사자가 사는 곳과 사람들이 다니는 길 사이에는 4m 너비의 연못을 만들어놓고 나무 울타리만 쳐놨다.리옹동물원 한쪽에는 콘크리트 바닥으로 된 좁은 곰 우리가 있다. 사방에 높은 쇠창살이 쳐 있다.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살펴보니 우리 안에 곰은 없다. 자비어 발란트 리옹동물원 원장은 “이 곰 우리는 1865년 만들어졌는데 1994년 곰이 다른 곳으로 가면서 빈 우리를 기념으로 남겨둔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9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리옹동물원은 (이 곰 우리처럼) 이랬다. 한때 리옹동물원은 관리도 안됐고 최악의 동물원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탈바꿈했다. 지금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기념으로 옛날 곰 우리 하나를 남겨뒀다”며 웃었다.

지난 6월29일 오후 프랑스 리옹동물원에서 자비어 발란트 리옹동물원 원장이 기린 앞에서 리옹동물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의회의 동물원의 존폐 논쟁 리옹동물원은 리옹 떼뜨 도흐 공원 안에 있다. 1858년 도시계획으로 공원과 동물원이 함께 만들어졌다. 프랑스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동물원이다. 처음에는 30마리의 사슴과 소, 양 등을 풀어놓고 작은 목장처럼 동물원을 운영했다고 한다. 예전엔 젖소를 동물원에서 키우며 우유를 짰다는 기록도 있다. 1876년 곰, 사자, 영양 등 다양한 동물들을 들여왔다. 1964년에는 공원과 동물원에 큰 수리 공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리옹동물원은 이때까지만 해도 동물을 우리에 가둬놓고 사람들에게 전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리옹동물원이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계기는 2000년이다. 당시 리옹동물원은 시설이 많이 낡고 열악했다. 리옹시의회 등에서 동물원을 없애느냐, 아니면 개선을 하느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리옹동물원을 새롭게 바꿔보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리옹동물원은 각 동물의 삶과 움직임, 서식 조건 등을 고려해 지금과 같이 동물에게 친환경적인 공간을 꾸몄다. 현재 리옹동물원 동물의 절반 이상이 희귀종 또는 멸종위기종이다.리옹동물원은 지금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동물원이다.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도, 때로는 다른 나라에서도 리옹동물원을 찾는다고 한다. 리옹동물원의 한해 방문객은 250만명이 넘는다.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 운영도 활발하다. 리옹동물원은 교육프로그램 참가비로 학생은 4유로 이하, 일반인은 6유로를 받는다. 참가자가 스무명이 넘지 않는 선에서 2시간 정도 사육사 등 직원이 동물원을 돌며 동물과 관련한 설명을 해준다. 한해 교육프로그램 참가자만 학생 4000여명, 일반인 6000여명 등 모두 1만명이 넘는다.기욤 두에이 리옹동물원 수의사는 “리옹시에서 모든 예산을 받아 동물원을 운영하지만 리옹시에서는 동물원 운영과 관련해 자율성을 보장하며 제재하지 않는다”며 “리옹동물원을 운영할 때 두가지 중요한 목표를 갖고 있다. 첫번째는 사람들에게 동물을 교육하고 이해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동물복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기증한 꽃사슴의 동물원 “이게 무슨 냄새야?” 지난 16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동물원에 들어가자 동물의 배설물 등으로 인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동물원에 들어선 20대 연인이 악취에 얼굴을 찡그렸다. 동물원 입구 오른쪽에는 ‘1970년 달성공원에 동물원이 개원되자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깊은 관심을 표하시어 시민의 정서생활을 위해 꽃사슴 5마리를 기증해 주셨다’고 적힌 낡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달성공원 동물원 동물들은 리옹동물원의 동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다. 낙타과인 과나코가 사는 우리에는 사방에 높은 철조망이 쳐 있다. 과나코 한마리는 밖으로 나가고 싶은지 철조망 모퉁이에 서서 바깥을 하염없이 내다봤다. 얼룩말이 사는 곳도 비슷했다. 사방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었고 흙바닭에는 풀 한 포기 찾기가 어려웠다.침팬지 우리는 감옥과 같은 쇠창살과 유리벽이 이중으로 높게 세워져 있다. 침팬지 한 마리가 오른손으로 쇠창살을 잡고 바깥을 내다보며 눈을 꿈뻑였다. 물개들이 사는 곳은 낡은 수영장 같다. 물 웅덩이 위에 있는 파란색 콘크리트 바닥에 물개 3마리가 앉아 있다. 철 난간 아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도랑 건너편에는 불곰이 보였다. 호랑이도 불곰과 비슷하게 생긴 우리에 있다. 그늘막 하나만 쳐 있고 흙바닥 군데군데 잡초가 나 있다. 코끼리는 창고 같은 방과 풀 한포기 없는 흙바닥을 오가며 살고 있다. 코끼리 두 마리가 사는 우리는 다 합쳐야 농구장 절반 크기도 되지 않아 보였다.달성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자연생태학적으로 동물들 각자에 맞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는데 달성공원 동물원은 너무 시설이 낡은 데다가 문화재인 달성 바로 옆에 있어 시설을 크게 손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동물원 이전도 잘 되지 않아 사실 동물 관리에 어려움이 많아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국내 동물원은 국립은 하나도 없고, 시립만 있다. 결국 예산권을 쥔 지방자치단체장이 동물원에 얼마나 관심 있느냐가 동물원 운영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1970년에서 멈춘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달성공원 동물원은 문화재인 대구 달성 안에 있다. 대구 달성은 평지의 낮은 구릉을 이용해 삼국시대 때 만들어진 성곽(높이는 4m· 길이는 1.3㎞)이다. 1963년 사적 제62호로 지정됐고, 1969년에는 달성과 주변지역이 공원으로 만들어졌다. 이듬해인 1970년에는 달성 성곽 아래를 따라 동물원이 들어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전국에 만들어진 여러 동물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동물원이 사적인 달성에 붙어 있어서 동물원 시설을 다시 짓거나 보수하기 어렵다.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다 대구시의 무관심으로 달성공원 동물원은 이전도, 보수도 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50년 가까이 흘러왔다. 달성공원 동물원이 만들어진 이후 대구 도심에서는 두류공원(165만㎡·1977년) 등 리옹동물원이 있는 리옹 떼뜨 도흐 공원과 비슷하거나 큰 도시공원이 여러개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구시는 더 큰 도시공원으로 동물원을 옮기지 않았다.2000년대에 들어서며 달성공원 동물원의 노후화 문제가 불거졌다. 대구시는 2001년 부랴부랴 대구 수성구 구름골지구에 대구대공원(면적 68만㎡)을 만들어 달성공원 동물원을 면적 11만㎡로 확장해 옮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구시는 민간사업자를 구해 사업비 1832억원을 조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대구시는 2014년 1월 사업 규모를 축소(전체 공원 면적 33만㎡·사업비 1000억원)했다. 그래도 민간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던 중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5월16일 “대구대공원 터 중 구름골지구(68만㎡)에 공영개발 방식으로 대구대공원을 만들고 달성공원 동물원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구대공원 터(180만㎡)는 구름골지구와 외환들지구로 나뉜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대구도시공사가 외환들지구에 아파트 3000채를 지어 사업비 1조500억원을 조달하고 그 돈으로 구름골지구에 대구대공원, 동물원, 반려동물 테마공원, 주차장 등을 짓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대구시의 이런 계획이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서 사업성과 환경훼손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구름골지구에 대구대공원이 만들어져 달성공원 동물원이 이전된다면 리옹동물원과 비슷한 크기의 동물원이 만들어질 수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동물원을 어떤 환경이나 크기로 새롭게 만들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먹고 살기 바빴던 시절 사적 옆에 동물 감옥처럼 허겁지겁 지어졌던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17년 전 리옹동물원처럼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리옹/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12352.html#csidxa6f5f0121e968faaff751c64757bb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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