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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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근대적 동물원은 1765년 오스트리아의 빈에 만들어진 쇤르룬 동물원이었고 동물원이라는 용어는 1800년대 초 런던동물학회가 설립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군주들이 자신의 권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해 동물을 수집하는 일은 흔했다. 그러나 제국주의 시대. 열대와 아열대지방의 희귀동물들은 상인과 군인 사냥꾼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포획되고 수집되어 전시되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동물들이 유럽의 동물원에 전시되기 시작한 것과 이국인들이 유럽인들의 관광용으로 전락된 것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이 백인의 노예로 사고 팔리는 일 서구제국주의가 식민지쟁탈에 나서는 일들이 모두 동시대적인 사건들이라는 점이다. 서구인들에 의해 제 3세계 원주민들과 동물은 타자화되었다. 제국주의적 시선은 동물원을 가능하게 했고 인간의 우월성과 진보의식에 의해 소외된 공간안으로 모여들었다. 무엇보다 진기한 구경거리는 돈이 되었다.

그러나 서구의 동물원은 과학의 발달로 야생동물의 본성과 생태적 습성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하루에 17km를 이동하는 코끼리에게 불과 몇 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습한 유럽의 기후를 견뎌야 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넓은 서식지를 필요로 하고 이동시간이 며칠 심지어 몇 주가 될 수 있는 활동적인 동물. 계층사회를 이루고 집단생활을 해야 편안함을 느끼고 촉각, 청각, 미각, 시각 등 거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의사소통을 하는, 흙과 물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코끼리들에게 비좁은 공간과 시멘트바닥은 자체로 고문 고문일수밖에 없었다. 영국의 동물학대방지협회 (RSPCA)의 지원을 받은 옥스퍼드 연구진들은 유럽에 살고 있는 코끼리 770마리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최소 서식지의 크기보다 60배 작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유럽의 코끼리들은 단단한 바닥과 습기, 운동부족, 과도해진 체중으로 관절염에 시달리고 있었고 머리를 건들거리거나 늘어뜨리는 이상행동을 하는 코끼리는 40%가 넘었다. 코끼리의 사육상태에 관한 객관적인 연구와 동물단체의 노력으로 현재 에딘버러 동물원에는 코끼리가 없다. 좁은 공간에 다양한 기후와 지리적 조건에서 다양한 생태적 습성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을 전시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대만같은 아열대 기후의 나라에서 북극곰은 매우 어렵고 힘든 생활을 견뎌야 하는데 이런 여론에 힘입어 대만도 북극곰 사육을 포기했던 것이 그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후에도 동물원의 존재이유를 정당화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멸종위기에 처한 전 세계 600여종의 야생동물 중 20종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야생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이 또한 모든 개체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인공번식은 기후, 서식지, 동물개체군이 최종방사지역과 가능한 유사한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만 개의 동물원에서 멸종위기 동물들을 위한 공간은 고작 5-10%에 불과하다. 즉 사자, 코끼리 등 우리가 동물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은 사실상 오직 전시용일 뿐이다. 남아돌아가는 동물들(잉여동물)을 도살하거나 다른 동물원에 되팔아 이윤을 남기거나 학술기관에 실험용으로 넘기는 일들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다음의 연구보고서는 동물원이 아이들의 교육용으로 유용하다는 주장 역시 비판하고 있다. 1989년 미국 예일대학의 심리학자 스테펀 켈러트(Stephen Kellert)의 연구보고를 보면, 철창우리 형태의 추한 감옥 같은 동물원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동물들에 대한 무관심과 공포심이 이전보다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원에 다녀온 이후 아이들은 철창우리 안에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동물들을 통해 동물은 무지하며 무능력하고 저열한 존재라는 편견만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은 1909년 창경원이었고 1984년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현재 348종 29755의 동물이 전시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동물원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조건에 있는 동물원조차 동물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조건일뿐이다. 자신의 생태조건과 너무 다른 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동물들은 마치 정신병에 걸린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자신의 구토물을 먹고 다시 토하는 침팬치, 앞뒤 좌우로 몸을 흔드는 코끼리, 피부가 드러날 정도로 털을 뽑는 타조, 벽을 핥거나 철창을 씹는 기린의 행동은 세계 어느 동물원에서나 공통으로 나타나는 행동으로 이것을 정형행동이라고 한다. 동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관람객의 행동이다. 야생동물은 인간을 낯선 존재로 생각한다. 그런데 하루 진종일 사람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 조건이야말로 야생동물들에게는 스트레스일수밖에 없다. 여기에 관람객들의 행동은 스트레스를 배가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축 늘어져 있는 동물들을 깨운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모래나 돌을 던지거나 막대기로 쿡 쑤시는 행위들, 초식동물에게 소시지를 던져주는 행위, 주말만 지나 월요일이면 설사병을 앓는 원숭이, 중학생이 던진 돌에 맞아 다리가 부러진 홍학, 악어우리나 하마 우리에서 발견되는 큰돌은 동물원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2001년 서울대공원에서는 죽은 잔점박이 물범을 해부했는데 동전이 124개나 나온 일이 있었다. 동전은 주로 열을 발산하기 위해 입을 쩍 벌리는 악어가 대상이 된다. 2003년에는 죽은 악어의 배에서 500ml 페트병이 나오기도 했다. 가족의 건강을 기원한다며 악어의 입에 동전을 던지는 아주머니. 과자봉지비닐을 벗기지 않고 던져주는 사람들의 눈에 동물들은 38억년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온 소중한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 그저 단순한 오락거리에 불과하다. 서울대공원의 최근 3년간 페사동물 사인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그 중 늙어서 죽은 동물 즉 자연사한 동물은 6%에 불과했고 장염으로 죽은 동물이 23%, 사고사가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10월 광주 우치동물원에서는 14년 만에 태어난 새끼 호랑이가 어미에게 잡아먹힌 사건까지 있었다. 주변의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원인이었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새끼를 낳아도 거의 돌보지 않아 사육사 손에 키워지고 사육사들은 동물원에서의 적응을 위해 일부러 새끼들의 야성을 말살하는 훈련을 시킨다. 모성의 상실은 동물원 동물들의 가장 극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방소동물원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부족한 예산에 맞춰 운영하다보니 기본적인 생태적 조건을 고려한 동물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좁고 한정적인 공간에 다양한 조건에서 살아온 야생동물들을 전시하고 그것을 즐긴다는 사고방식에 전환이 필요하다. 동물은 수억년동안 이어온 자연 진화의 결과이며 그 조건을 인간이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제 명백하다. 우리 인간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 그 동물이 가장 자연스럽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그 자연에 겸허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인간만이 지구의 유일한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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