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기개도살은 가능하지만 잘못된 방법은 학대, 애초의 취지를 몰각한 구태의연한 판결

지난 19일 (2019. 12. 19) 서울고등법원에서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30마리 가량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넣어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죽인 사건에 대하여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 된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피고인에게 동물학대를 인정하여 유죄를 내린 점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많은 분들의 기대와 달리 이 판결이 전기도살 그 자체를 유죄로 판결한 것이 아니라는 점,뇌 등의 부분에 전류를 집중케하여 즉각적인 무의식 상태에 빠트리는 방법 등으로 하는 전기도살은 허용된다는점, 오히려 전기도살 자체를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최초의 판례가 되었다는 점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합니다.

이 사건은 원래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건이었으나,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1, 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에 검사가 상고하여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사건입니다. 당시 대법원에서는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도살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에 따라 해당 도살방법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대상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밝혀 많은 동물활동가들에게 기대감을 준 바 있습니다.

그러나 금번 파기 환송심 재판부는 동물보호법 제10조를 언급하면서 “동물을 불가피하게 죽여야 하는 경우 고통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에 따라야 한다.”며 전제한 뒤, “증인으로 나온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의 증언에 따르면 도살을 할 때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의식을 잃게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동물이 사전에 의식을 잃도록 하는 인도적 도살방식은 미국수의학협회(AVMA)의 공식 지침에서 규정한 동물이 사전에 의식을 잃도록 하는 3가지 방식(△머리에 전기 충격, △머리에서 몸통으로 전기 충격 △머리 및 몸통에 대한 두 차례의 전기 충격)을 통하여 뇌에 전류를 통하게 해서 대발작(앞다리를 쭉 뻗으면서 등이 활처럼 되면 의식을 잃은 것)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의 경우에는 위와 같이 인도적 도살방법을 사용하여 즉각적인 무의식상태를 만들기 위해 뇌에 전력을 집중시키는 것에 아무런 고려를 하지 않았고, 쇠꼬챙이를 입에 접촉시키는 방식으로 전류가 뇌부위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다른 부위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뇌 부분이 마비되기 전에 신체의 다른 부위에 고통을 유발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잔인한 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였다.”고 개의 전기도살을 인정하며 해당 단일 사건의 행위에 대해서만 잔인했다는 판단으로 판결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여 현재 흔히 사용되는 개의 주둥이에 쇠꼬챙이를 넣어 감전사시키는 방법으로는 개를 도살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전기도살을 가능케 하는 수많은 방법들이 열려 있으며 도살자들이 이를 숙지하여 전기도살을 하기만 한다면 식용목적의 전기 도살은 허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도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격이 돼 버린 것입니다.

사실상 전기도살이 절차와 방법을 지키면 학대가 아니라는, 전살 자체에 대해서는 명확히 면죄부를 주고 해당 사건에만 유효하게 유죄로 적용하게 하는데 그쳐, 더 이상 전살자체를 동물학대로 보는 소송조차 다시 하기 어려워졌다는 오점을 남겨 버렸습니다. 비근한 예로 가축의 살처분 시 가스사가 그나마 인도적이라 인정되지만 가스사조차도 농도나 밀폐정도 등 기준에 맞지 않으면 당연히 고통사가 되듯이 이번 전기도살 판결이 그와 같은 판단에 그친 것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방법과 절차에 대해서만 문제로 삼을 뿐 개라는 동물에 대한 전기도살을 인정해 버린 최초 판결이라 긍정적으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또한 지난 대법원의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해당 도살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대상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이라고 할 것인데, 개도살을 금지시켜 달라는 국민청원이 20만명이 넘는 등의 쾌거를 이루었음에도 이러한 판단은 배제한 채 방법적인 측면만을 말하고 있으며, 얼마 전 경의선 고양이 학대사건은 징역 6월이라는 쾌거를 이룬 것에 비하여 피고인에게는 선고유예라는 타협을 이끌어내는 판결에 여전히 사법부의 개도살에 대한 관용을 볼 수 있는 판결이었습니다.

당초 이 소송의 의미는 전기도살 자체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학대행위로 인정되면 결과적으로 개도살을 현행법으로 저지할 수 있지 않냐는 것으로 시작된 것이었으나 금번 판결로인해 그 의미가 몰각돼 버렸습니다. 결국 개도살금지는 입법을 통해서가 아니면 원천적인 개도살 금지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케어는 개도살금지법의 통과가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각도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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