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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별

도서명 고양이 별 | 지은이 이용한 이미정 | 발행일 2017년 11월 27일

 

어두운 밤 쓸쓸히 반짝이는 별을 보거든 우리를 떠올려 주세요!

나는 태어난 지 넉 달 된 길고양이 꼬미예요.
강 가까운 아파트 지하실에서 나고 자랐어요.
여덟 살 송이를 만나 꼬미라는 이름도 얻고,
제대로 된 음식도 처음 맛보았지요.
하지만 세상에는 우리를 예뻐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닌가 봐요.
어느 날, 우리가 사는 지하실에 철커덩 자물쇠가 채워지고,
쾅쾅 창문마다 빗장이 질러졌어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양이 별로 떠나야 하는 걸까요?

너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들이 숨어 지내는 지하실 철문을 용접해 버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길고양이가 지하실의 전기 시설을 건드려 정전 사고를 일으켰다는 의심에 지하실에서 악취가 난다는 항의가 겹친 탓이었습니다. 길고양이들은 지하실에 갇힌 채 꼼짝없이 굶어 죽거나 덫에 걸려 유기 동물 보호소로 보내질 처지에 놓였습니다. 유기 동물 보호소로 보내진다 해도 안락사 당할 게 뻔한 상황이었지요.
이 고양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기르다 버린 녀석들이 거리의 삶에 적응하고 가족을 불려 간 것이었지요. 실제로 이 고양이들은 태반이 페르시안 고양이 잡종이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녀석들을 다시 한 번 죽음으로 내몰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길고양이를 돌봐 온 ‘야옹 엄마’들은 거세게 항의했지만 굳게 닫힌 철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엿새가 흐른 뒤, 야옹 엄마들이 참다못해 철문을 뜯어내자 지하실에선 한 달 반 된 아기 고양이 한 마리와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 세 마리가 죽어 가고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이 어린 생명들이 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컴컴한 지하실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 떠날 뻔한 것입니다.

이 사건이 오래도록 우리 마음에 남은 것은 타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에게 불편을 끼치는, 혹은 불편을 끼칠지 모르는 타자에게 우리가 얼마나 냉담하고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당시 길고양이를 향했던 혐오의 칼날이 또 다른 타자를 향하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봐 왔습니다. 유기 동물, 여자, 아이, 노인…… 그 타자의 다른 이름은 약자일 때가 많습니다. 우리와 너희를 가르고, 너희를 겨누는 그 칼을 꺾을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공감과 연민, 무관심과 혐오를 녹이는 씨앗불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이용한 작가는 여섯 마리 고양이와 첫 눈맞춤을 하게 됩니다. 어미 고양이 한 마리와 아기 고양이 다섯 마리였지요. 추위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오들오들 떠는 눈동자 열둘을 마주하자 왈칵 연민이 밀려왔다고 합니다. 관심 밖의 생물이었던 고양이에게 처음으로 공감한 순간이자, 고양이가 작가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온 순간이었지요. 시인, 여행 작가로 불렸던 그이는 그날 이후, ‘고양이 작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고양이와 여행 에세이를 주로 써 온 이용한 작가가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는 동화 《고양이 별》은 길고양이 감금 사건을 어린 고양이 꼬미의 눈으로 바라본 이야기입니다. 아파트 지하실에서 나고 자란 꼬미와 가족들에게도 저마다의 ‘삶’이 있었음을 나직한 목소리로 차분히 들려주지요. 그 나직한 목소리가 뜻밖에도 거세게 마음을 흔드는 것은 작가가 길고양이와 보낸 시간들 때문일 것입니다. 작가는 어린이를 단숨에 꼬미의 마음속으로 데려가 그 눈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꼬미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가슴이 아리도록 차갑고 쓸쓸해서 누구라도 손을 내밀어 작은 온기나마 보태야 할 것 같습니다.
이용한 작가는 자신이 고양이 가족과 처음 눈을 맞췄던 순간을 어린이와도 함께 나누고 싶었던 듯합니다. 관심 밖의 존재 또는 혐오의 대상이었던 타자의 마음을 슬쩍이라도 들여다보는 순간, 어떤 마법이 일어나는지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던 게지요. 한번 마음에 당겨진 공감과 연민의 불이 쉬이 꺼지지 않는 것을 앞서 경험했기에 더더욱 말입니다.

《고양이 별》이 남기는 긴 여운에는 이미정 작가가 그린 그림의 몫도 적지 않습니다. 동물원에 갇힌 흰곰이 제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글 없는 그림책 《흰곰》으로 커다란 울림을 던져 주었던 이미정 작가는 이번에도 그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한겨울 달빛처럼 서늘하게 스며들어 화인처럼 뜨거운 흔적을 가슴에 남기는 그림으로 말이지요.

케어 정기후원 (정회원·천사단·힐링센터·대부대모)

후원문의: 02-313-8886 내선 2번, care@fromca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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