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펀딩] 사건, 그 후의 이야기 <케어TV> – 2화

<감금되어 죽을 때까지 피만 뽑히는 개 300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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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으로 감금된 채 피를 뽑히는 용도로 평생을 살아가는 개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누군가에겐 가족 같은 존재인 반려견의 치료를 위해 강제로 채혈당하며 죽어가던 개 300마리. 죽이는 것보다 더 잔인한 폭력의 현장을 우리는 전혀 알지 못했었습니다.

 

공혈견(供血犬) : 수혈용 혈액을 공급하는 개

 

사람처럼 개도 수혈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과 달리 개들은 자발적으로 헌혈할 수 없다는 당연한 진실에 대해 그동안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든 의문. 개들의 피는 어디서 어떻게 오는 걸까. 그 궁금증이 이번 일의 시작이었습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 공혈견의 집.

유기견 출신의 개들이 동물병원 한쪽에서 맛있는 걸 받아먹으며 지내다가 손님의 개에게 혈액이 필요할 때 자기 피를 공급해주지 않을까. 큰 비극은 벌어지지 않는 그럭저럭 살아갈만한 환경 그 정도의 상황만을 상상했습니다.

그러나 동물단체 케어JTBC 취재진과 찾아간 집단 사육장은 참혹함 그 자체, 개들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였습니다.

 

 

○○○○혈액은행

국내 동물병원에 유통되는 개 혈액 대부분을 제공하는 민간업체로 2001년 동물 수혈 및 혈장 체제 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설립된 회사입니다.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습니다.

○○○○혈액은행은 죽음의 문턱에서 직접 생명을 구해오는 수의사 여러분들의 믿음직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 더 안전하고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영리 기관 같은 이름, 가치관과 윤리를 준수하는듯한 홈페이지의 말들. 그러나 공혈견이 있는 농장을 방문하고 싶다며 전화를 걸자 사장은 현장에 아무도 없다며 날카롭게 반응하며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십여 년 동안 공개하지 않은 공혈견의 집, 동물병원 수의사들조차 필요한 혈액을 구입만 할 뿐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그 장소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수소문 끝에 ○○○○혈액은행의 공혈견들이 있다는 장소, 강원도 속초의 산속에 있는 농장으로 찾아갔습니다. 굳게 닫힌 철문, 누구 계시냐며 열심히 불러보았지만 아무도 없는 듯 적막함만이 흘렀습니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저는 현장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곳을 찾아 농장 대문이 아닌 뒤쪽의 높은 봉우리 쪽으로 수풀을 헤치며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농장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엔 축사로 사용되는듯한 푸른 지붕의 건물 몇 동과 관리인들이 기거하는 곳으로 보이는 허름한 건물 한 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안한 듯 농장 안을 오가며 순찰하는 관리인 서너 명이 있었습니다. 관리인들은 이곳을 내려다보는 저를 발견하자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완강하게 저리 가라며 소리치더니 갑자기 분주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대체 무엇을 은폐하려는 걸까.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공혈견들이 어떤 곳에서 머무는지 꼭 보고 싶었습니다.

 

케어는 해당 지역 공무원에게 동행을 요청하였습니다. 동물보호법에는 공무원인 동물학대감시원이 현장을 들어가 동물들의 사육 실태를 점검할 수 있고, 공무원이 허락하면 다른 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공무원과 함께 동물보호법을 이야기하며 공혈견의 관리 실태를 봐야겠다고 출입을 요구하였으나 저항은 극렬했습니다. 세상이 끝날 듯, 사생결단의 자세로 막았습니다. 공무원의 출입을 방해할 수 없도록 동물보호법에 분명하게 명시돼 있었기에 그 조항을 계속 이야기하며 대치하자 관리인들도 더 이상은 안 되겠는지 물러났습니다. 철문이 열리고 우리는 그제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개의 혈액을 공급하는 공혈견 농장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것이 고통인 장소, 죽음보다 더 잔인한 폭력.

그곳에는 개 300마리가 있었습니다. 개들은 낯선 사람이 무서운 듯 혹은 반가운 듯 짖거나 꼬리를 흔들며 반응하였습니다. 무척 나이가 많아 보이는 개도 있었고, 가정집에서 길러졌던 것으로 보이는 순한 개들도 보였습니다. 대부분이 도사 잡종, 누렁이, 그레이트 피레니즈, 백구 등의 개였습니다. 개들은 모두 사람들의 노동력을 줄이고자 만든, 바닥에서 떠있는 뜬 장 형태의 우리 안에 한 마리씩 갇혀 있었습니다.

철로 만들어진 이 우리에는 바닥에 나무판자 하나 깔려있지 않아 이 우리의 망 속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개들을 다리를 불안하게 지탱하며 서있었습니다. 그 녹슨 철장으로 된 우리 밑에는 개들의 오물과 토사물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습니다. 지붕을 제외하고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바람막이 하나 있지 않은 건물 안, 채혈을 당해 체력이 고갈된 상태인 개들에게 이런 환경 속에서 겨울을 버티는 건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비위생적인 점은 끝이 없었습니다. 개들의 먹이는 사료가 아닌 근처 군부대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였습니다. 물그릇에는 녹색 이끼가 가득 끼어 있었습니다. 관리인들은 배설물이 떨어져 있는 바닥만 가끔 물청소할 뿐, 개들의 철창과 식기는 한 번도 씻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실태가 폭로된 후에 혈액은행의 공동대표인 수의사는 사료를 먹이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를 먹인 이유를, ‘개들이 살이 찌지 않아서라고 해명하였습니다. 그가 수의사임을 감안할 때, 매우 구차하고 옹색한 답변이었습니다.

최악의 환경 속에 갇혀 바깥세상과는 철저하게 단절된 채 피를 뽑혔던 300마리의 개.

들어온 지 꽤 된 듯 피부 상태가 좋지 않은 개들은 체념한듯한 눈빛으로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또한 정신질환의 상태로 보이는 우리 안을 빙빙 도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개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비위생적이고 비윤리적인 공혈견 농장.

매일 같이 피를 뽑아야 하는 현장에 놀랍게도 수의사는 상주하고 있지 않았습니다.○○○○혈액은행은 수의사와 그의 형, 이렇게 두 명이 공동대표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공동대표인 수의사는 대구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대구에서 강원도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별다른 수의사가 등록되지도 않았으니 현장에는 수의사가 전무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개들의 채혈은 누가 했을까. 현장에는 나이 많은 관리인들만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채혈과 관련하여 질문하자 놀랍게도 관리인 중 한 명은 더러운 우리(뜬장)에서 채혈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수의사가 동석하지 않는 상황에서 혈액이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고 공급돼 왔을지 짐작할수록 경악스러웠습니다. 후에 공동대표인 수의사는 현장에서 말한 관리인의 이야기를 부정하고 개들의 채혈은 우리(뜬장)가 아닌 복도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명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복도라는 장소도 개들의 오물과 토사물이 곳곳에 있는 우리(뜬장) 밑의 더러운 바닥입니다. 어쨌든 수의사가 채혈하지도 않았고, 채혈 공간이 따로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은 사실인 것입니다

 

 

저희 케어JTBC 방송팀이 현장을 다녀간 뒤, ‘○○○○혈액은행측은 홈페이지에 긴급공지를 올렸습니다. 외부인의 출입으로 방역 문제가 생겨 혈액 공급을 잠정 중단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는 소독약 자체가 구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관리인에게 소독약을 보여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였으나 관리인은 고장 나고 녹이 다 슨 살충 기계만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방역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끝까지 함구하다가 겨우 파리와 모기를 죽이는 살충제가 있다고 답하였으나, 그마저도 실제로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외부인 출입 시 간단하게 소독하는 발판용 소독 깔개 자체도 깔려 있지 않았습니다. 전염병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어떠한 소독 약품도 구비되어 있지 않았고, 평소 방역을 한 흔적 자체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비위생적인 장소에서 채혈된 피가 개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전국으로 공급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그 혈액들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지, 어떤 감염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혈액은행측은 홈페이지에 동물단체와 방송 측이 일부 병 걸린 개들만 촬영하여 사실을 왜곡하였다고 공지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곳의 모든 개들을 촬영하였습니다. 단 한 마리도 깨끗하고 괜찮은 환경에 있는 개는 없었습니다. 모두 더러운 우리(뜬장)에 갇혀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혈액은행은 대부분 이미 다 자란 큰 대형견들을 외부에서 구해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 잡혀 와서 감금된 채 강제로 피를 뽑힌 개들은 어떻게 될까요? 인근의 주민들은 ‘3년간 채혈을 당하다가 개고기 농장으로 팔려간다고 증언하였습니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한 누군가의 고통

공혈견 문제가 폭로된 후, 수많은 네티즌들은 영화 아일랜드와 비교했습니다. 영화 아일랜드에서 주인공들은 복제인간이었습니다. 선택받은 주류인 인간들의 건강을 위해 언제든지 장기를 내줘야 하는 존재였습니다. 마지막에 복제 인간들은 집단 탈출을 하고 그렇게 그리워하던 진짜 아일랜드를 찾게 됩니다. 그러나 이 공혈견들에게는 탈출구도 아일랜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201510, 300마리를 감금하여 피를 뽑는 공혈견 농장의 비위생과 비윤리성을 고발한 후에도 ○○○○혈액은행측에는 어떠한 제재도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곳에서는 개들의 피를 뽑고 있습니다.

 

 

공혈견의 채혈 기준

국제동물혈액은행(ABRI, Animal Blood Resources International) 기준으로 혈액은

개의 몸무게 1kg16mL 이하로 채취해야 합니다.

또한, 한 번 피를 뽑고 나면 최소한 6주가 지나야 다시 채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손님의 개를 위해 직접 공혈견을 관리하고 채혈하는 국내 대학 동물병원조차 국제적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대 수의대는 공혈견 한 마리가 연간 18회까지 채혈 당했으며 전남대 수의대는 그보다 더 많은 20회를 채혈했습니다. 충북대 수의대는 한 공혈견에게서 무려 440ml를 채혈하였습니다.

 

공혈견 관리 시스템

선진국에서는 ○○○○혈액은행과 같은 영리목적의 사기업이 아닌 비영리 기관에서 동물 혈액을 담당합니다. 마치 적십자같은 비영리 기관이 있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건강한 유기견 중 대형견들을 데려와 엄격한 기준에 맞춰 관리한 후 1년간만 두세 달에 한 번씩 채혈하며 공혈견으로 이용합니다. 이후에는 좋은 가정으로 입양을 가게 합니다. (팩트 확인 부탁) 나머지 부족한 혈액들은 반려견을 기르는 견주들이 개들을 데려와 헌혈하는 문화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비록 개들의 자발적 헌혈은 아니지만, 헌혈을 한 개들은 건강검진이나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는 등 또 다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케어 혈액을 공급하기 위한 개들의 집단 사육을 반대하며, 영리기업에서 공혈견 사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정부에서 비영리 기관을 설립하여 운영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헌혈문화의 확산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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