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펀딩] 사건, 그 후의 이야기 <케어TV> –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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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산채로 묻힌 3185116마리

 

기억이 습격처럼 덮칠 때가 있습니다.

찢어질 듯 차가운 공기, 하늘을 뚫을 듯 질러대던 비명소리, 두려움에 질린 눈동자.

돼지는 평생 하늘을 한 번도 볼 수 없다는데,

너희는 마지막 가는 길, 이렇게 하늘을 보는구나.”

동영상에 달린 댓글에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날의 감정이 또다시 복받쳐 올랐습니다.

수많은 돼지들이 구덩이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구덩이 가장자리의 어린돼지들은 흙을 주둥이로 파헤치거나 몸을 구르며 즐거운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평생 바깥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움막 속 스톨에서 생활하는 돼지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밟아보는 흙과 바깥 공기에 들떠 그것이 압사를 시키기 위한 잔인한 생매장 현장이라는 것을 모르고 마냥 기뻐하던 어린 돼지들. 뿌옇게 흐린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내리던 눈을 생전 처음으로 맞아본 돼지들. 하지만 곧이어 그 머리 위로 검고 무거운 흙이 쏟아졌습니다.

어떤 농민들은 다음 날까지 땅 속에서 돼지의 비명 소릴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가장 마지막에 던져진, 세상에 태어나 하늘을 처음 보았던 바로 그 돼지들이었습니다.

 

대량살상 현장을 담기까지

200712전북 김제시AI 조류 인플루엔자 대처로 가금류 살처분을 시작, 그 방법에 대해 시청 측은 가스사를 할 뿐 생매장은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에 케어에서는 인부로 위장하여 현장에 잠입,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결과 이는 새빨간 거짓말로 살처분이 대부분 살아있는 채로 땅에 묻는 생매장 형태로 이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담당 기관에 생매장 행위를 항의하며 강하게 시정요구를 하였지만 기관들은 이를 중단하지 않은 채 알릴 수 없도록 보안 경계만 높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수백, 수천 마리가 산 채로 묻혔습니다.

그리고 2010년 발생한 구제역과 조류독감 발생, 이로 인해 20112월까지 매몰된 동물의 수는 총 880여만 마리로 소 15726마리, 돼지 3185116마리, ·오리 5454835마리, 구제역과 관련 없는 동물인 까지 묻지마식 살처분이 이루어졌습니다. 개의 경우 살처분 된 수가 정확히 파악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 1050마리가 울부짖는 구덩이

 

<2011111, 경기도 이천시>

생매장 현장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습니다. 제보를 듣고 찾아간 경기도의 한 지역, 주변을 둘러본 후 살처분이 일어날 듯한 야산 쪽으로 무작정 향했습니다. 그렇게 표지판 하나 없는 산길을 오른 지 약 40, 어디선가 돼지의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눈 덮인 언덕 너머에서였습니다. 고개를 넘어서니 펼쳐진 건 생매장 현장.

 

(사진 생매장되는 부감 -)

지옥의 현장, 산 채로 묻힌다는 말이 얼마나 끔찍한 표현인지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가로 30미터, 깊이 10미터 정도, 학교 교실의 딱 3배 정도인 구덩이에 돼지 천 마리가 산 채로 묻히고 있었습니다. 맨 먼저 던져졌던 돼지들은 이미 압사되어 죽어있었고, 이제 막 던져진 돼지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이미 빽빽하게 들어찬 구덩이. 돼지들은 네발로 서있을 수 없어 두 발로 서있는 상태였습니다. 포클레인에 밀려 한 마리씩 떨어질 때마다 좁은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압사의 고통에 돼지들이 울부짖었습니다. 돼지 1050마리가 서로를 죽이는 흉기가 되어 생매장되고 있었습니다.

 

서로 겹치고 겹쳐 조금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돼지들의 몸이 한치의 틈도 없이 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잘려 귀는 하나같이 너덜거리고 있었고, 핑크색 몸은 배설물들로 잿빛이 되어 있었습니다. 잿빛의 돼지들이 잿빛 흙 속으로 꺼져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무작정 카메라를 집어 들었습니다. 찍어, 찍어, 빨리 찍어!” 김피디와 함께 정신없이 찍었습니다. 그동안 기존 방송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아니 촬영할 수 없었던 이 현실을 온 국민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살처분이라는 이 세 글자 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현재의 대한민국이 수천, 수백만 생명체를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지 알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던 도중, 갑자기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순간 복받쳤던 감정이 쏟아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어린애처럼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목 놓아 울어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실은, 이 영상을 찍기 수일 전, 저는 돼지꿈을 꿨었습니다.

핑크색 돼지 두 마리가 포근하게 내 품에 쑥 들어와 안기는 그런 꿈이었습니다. 돼지꿈을 꾼 모든 사람이 그러듯, 저 또한 꿈에서 깬 후 복권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돼지들의 가장 무서운 마지막을 보게 된 것입니다. 결국 돼지꿈은 단순히 복권 꿈이 아니라 메시지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없는 자신들을 대신해 고통을 알려달라는 간절한 바람이었던 것입니다.

 

한 축산농가의 주민은 매몰 후 다음날까지 땅 속에서 돼지의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돼지가 땅 속에서 살아있는 시간은 20시간 이상도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맨 처음 던져진 돼지들은 아래쪽에서 압사되어 바로 죽게 되지만 마지막에 던져진 돼지들은 다음날까지도 살아 있을 수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먹기 위해 키워진 동물들을 산 채로 묻어 처분하는 것이 그렇게 반대할 문제인가?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과학자들의 연구발표에 따르면 돼지들의 지능은 개보다 높으며 간단한 컴퓨터 게임도 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돼지들은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고통과 공포를 느끼는 감각이 있는 생명체였습니다. 먹거리를 이유로 사육한 동물일지라도 죽일 때 그 고통을 최소화할 의무가 인간에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진실을 밝히는 자리” 


 

<20101224, 서울>

이 동영상을 공개하기까지 1달이 걸렸습니다. 동물권을 위해 노력하는 케어의 일인 동시에 대한민국 사회가 생명체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영상이었습니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천도교 측과 함께 모여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 장에서 영상을 틀어 실태를 폭로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영상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처음에 올린 영상의 클릭 수는 약 80만 명, 그 후에도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됐습니다. 그 해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본 영상에 저희의 생매장 영상이 선정되었고, 이후 수많은 사찰과 교회, 모임들에서 저희의 영상을 요청하였습니다. 국회에서도 저희의 영상이 틀어졌다고 합니다. 이 영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영화 감기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바이러스 재난 영화인 감기의 시사회 자리에서 이 영상을 보고 저런 일이 우리 인간에게 일어난다면이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인터뷰하였습니다. ‘감기영화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은 카피가 적혀있습니다. ‘감염_10일째 인간 살처분 결정 진짜 재난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가축의 생매장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운동들도 펼쳐졌습니다. 결국 정부는 여론의 압력에 백기를 들고 소, 돼지를 산 채로 묻는 생매장을 중단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수많은 동물단체의 항의에도 자행되던 소, 돼지의 생매장이 이렇게 영상을 공개하고서야 멈춰진 겁니다.

 

진실을 담은 영상의 힘은 막강합니다. 케어TV는 말 못하는 동물들의 목소리가 되어 그들을 대변하고 진실을 알리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우리의 영상으로 그들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 그것이 케어 티비의 비전이자 가치입니다.

 

케어의 생매장 저지 활동은 현재진행형입니다. 20161116일에 발생한 AI로 가금류 살처분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2000만 마리의 가금류가 희생되었고 살처분 방식은 가스사도 있었지만 대부분 생매장 방식으로 이 모습은 버젓이 방송도 되었습니다. 식용 목적으로 길러진 닭, 오리라고 할지라도 살아있는 채로 땅 속에 묻힐 때의 고통은 똑같을 겁니다. 저희의 다음 목표는 살처분 시 가금류에게도 생매장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케어에서는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축의 전염병과 이로 인한 대량 살처분에 대한 근본 대책으로 현재 동물들이 살고 있는 환경, 공장식 밀집 사육에서의 탈피를 주장합니다. 공장식 밀집사육은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건강, 자가 면역력의 약화를 불러 전염병 발생을 부추기고, 바이러스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문제의 근원으로 생명체가 기본적으로 누릴 자유를 박탈하는 동물학대이기도 합니다.

몸을 돌릴 수도 없는 다다다닥 붙은 좁은 우리 속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가축의 환경을 바꿔 줘야 하며, 불가피하게 살처분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인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케어의 입장입니다.

앞으로도 케어는 함께 행복한 세상, 가축일지라도 최소한의 환경이 지켜지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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