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쓴 과학 동물실험

 

레이 그릭| 윤미연 역| 다른세상| 2006.04.03

[가면을 쓴 과학 동물실험 Specious Science]은 미국의 저명한 마취학자와 수의사인 레이 그릭과 진 스윙글 그릭 부부의 공동 저서로 동물실험과 관련된 일련의 저서 중 하나다.
이 책은 전작인 ≪탐욕과 오만의 동물실험 Sacred Cows and Golden Geese≫과 함께 저자들의 동물실험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다. 동물실험은 비과학적일 뿐 아니라 동물은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는 데 부적절한 모델이라는 사실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의학의 진보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동물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의 추론이 직·간접적으로 과학자들을 어떻게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왔는지를 말하고 있다. 동물에 근거한 연구는 시간과 돈과 재능의 낭비이므로, 거기에 들어가는 귀중한 자원을 인간의 건강과 안전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분야(시체해부 연구, 임상학적 연구, 역학, 시험관 연구, 예방 교육, 시스템 변화 등)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는 데 동물을 실험모델로 이용하는 것이 아무런 효과나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동물의 생존권이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과학만을 문제삼고 있다.

동물실험은 비과학이다
이 책은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는 것이 과학 그 자체의 철학적 근간을 어떻게 모독하는지에 관해 살피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질병과 치료를 목적으로 한 동물실험이 왜 과학에 해당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밝히면서, 동물실험이 인간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를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규명한다.

과학은 자연 현상들에 대한 관찰, 증명, 묘사, 실험 연구, 이론적 설명이다. 과학은 일관성뿐 아니라 체계적인 방법론과 연구를 요구한다. 과학의 세계에서는 그 어떤 가정도 정당성을 의심받지 않고 그대로 통과될 수 없다. 그러나 유사과학(또는 사이비과학, pseudoscience)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pseudo라는 어간은 ‘거짓, 가짜’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러므로 유사과학이란 문자 그대로 거짓된 과학, 가짜 과학이다. 동물실험이나 동물의 질병 연구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행해질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공리가 “동물과 인간은 공통점이 아주 많기 때문에 우리가 동물로부터 얻은 결과를 인간에게 응용할 수 있다.”고 할 때, 그 결과는 과학적 방법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공리가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 끔찍한 파멸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동물모델 연구가 사이비 과학인 것이다. 인간을 위해 동물을 모델로 이용한다? 그것은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예를 들면, 토끼는 탈리도마이드(진정최면제)에 인간처럼 반응하지만, 약물 실험의 다른 많은 사례에서는 인간과 똑같은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토끼를 이용하여 임신부들이 선천성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측해내지 못했다. 정직한 의도와 그 효용성, 그리고 그 외에 예측가능성, 반증가능성, 인과관계, 진보성 등을 포함한 그 외의 모든 과학 원칙들을 동물모델 연구의 문제에 적용시켜보면, 동물모델 연구는 이론과 적용 모두에 있어서 하나의 과학적 패러다임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동물실험은왜 계속되는가
동물실험이 줄어들지 않고 계속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이 변화를 꺼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계, 의학계, 동물 관련 산업계, 언론계의 수많은 사람들은 동물모델 연구를 계속 유지시킴으로써 기득권을 누릴 수가 있다. 동물실험을 하고 그 결과들을 과학지에 수백 페이지씩 게재한 과학자들은 그 즉시 직업적인 명성을 얻는다. 동물연구는 인간연구보다 훨씬 더 빠르게 결론이 날 수 있다. 쥐의 생식 기간은 불과 몇 주인데 반해 인간은 몇십 년이나 된다. 그러므로 한 임상의학자가 논문 한 편을 발표하는 기간 동안, 동물을 이용하여 연구하는 학자는 적어도 5편의 논문을 발표할 수 있다.
동물들에서 발견된 암 ‘치료제들’은 거의 매일같이 뉴스에 등장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왜 뉴스에서는 계속 그 치료제들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일까? 의학의 ‘놀랄 만한 기적들’은 실질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텔레비전과 신문은 어떤 신약을 보도할 때, 그 신약의 효능을 과장하는 대신 문제점이나 부작용들은 축소시킨다.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그런 뉴스들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의학의 진보를 방해해 온 동물실험
동물모델 연구의 실패가 어떻게 실제적으로 인간에게 위해를 가했고 내과의학, 의약품 개발, 외과의학, 소아의학, 뇌질환에 있어서의 의학적 진보를 방해해왔는지에 대한 수많은 사례 연구와 예들이 있다.
동물모델을 이용하는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정당화하기 위해 언제나 유인원과 인간의 밀접한 유사성의 논리를 앞세운다. 인간과 비인간 영장류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유전자의 비율이 99퍼센트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종들에 비해 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에 비해 엄청난 유사성이다(인간이 바나나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유전자의 비율은 50퍼센트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불과 1퍼센트의 차이가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 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인간과 비인간 영장류의 유사성은 자연스럽게 비인간 영장류를 연구를 위한 인간 대용물로 이용해야 한다는 타당성을 강화시켜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든 식물과 동물 종들은 같은 유전 물질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지만, 모든 차이를 만드는 것은 DNA의 조절 기능이다. 사람과 보노보 원숭이간의 1퍼센트의 유전자 차이는 실제로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차이이다. 세포와 하위세포 차원에서의 아주 작은 차이가 전체적 또는 거시적 차원에서는 엄청나게 큰 차이로 변한다.

 

OHSU(오리건 보건과학대학)에서 해파리를 몸에 이식시켜 어떤 유전자를 얻은 붉은털원숭이 ‘ANDi’(DNA의 철자를 거꾸로 한 것)를 만들어낸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과학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OHSU는 이것을 위대한 의학의 비약적 진보라고 과대 선전했다. OHSU 측은 유전적으로 변이된 비인간 영장류들을 근디스트로피와 암뿐 아니라 당뇨, 알츠하이머병, 유방암, HIV 등과 같은 많은 유전적 질환들을 연구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주장이 왜 과대 선전인 것일까? 그들은 그 주장을 증명할 증거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OHSU의 모든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거의 30년 동안 쥐를 가지고 실험했던 것을 단순히 원숭이에게 다시 적용시켰던 것뿐이다. 그들은 인간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그 데이터를 적용하는 데 있어서 쥐로도 원숭이로도 전혀 성공하지 못했다. 이 ‘의학상의 비약적 전진’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의학의 진보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동물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의 추론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과학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왔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동물실험의 한계를 넘어서
이 책은 순수하게 과학적 관점으로 동물실험에 대해 살펴보고 그 현주소, 다시 말해 인간의 건강에 이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가져올 뿐인 동물실험은 명명백백한 실패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 인간질환들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동물모델이 유용하다는 개념은, 과학 이론의 유효성에 대하여 과학이 설정한 엄격한 기준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특히 동물모델은 예측가능성, 검증 가능성, 그리고, 진보의 측면에서 무능력하다.
– 동물모델의 이용은 모든 현대 생물학이 기초한 원리, 즉 진화의 원리에 어긋난다.
– 동물실험들로부터 나온 데이터를 인간질환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환자들에게 심각한 해를 입히고 의학적 진보를 지연시킨 예들은 수없이 많다.

동물실험의 직접적 해악은 어떤 치료법이 동물에게는 안전하고 효과적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임상실험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그것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에 있다. 간접적 해악으로는 동물실험 데이터로 인해 인간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나 결과물을 찾으려는 연구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면서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동물실험의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 책의 풍부한 사례를 통해 그 실체를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동물실험을 통해 얻은 많은 성과물들이 굳이 동물을 이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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