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 자밀라

 

 

이해선| 샘터사| 2006.10.10

돈가스집 삽살개 치우 이야기

오랫동안 티베트와 같은 오지 사진만을 찍어 잡지에 기고해 온 오지여행 사진작가 이해선이 자신이 기르던 삽살개와 보낸 시간을 100여 컷의 감성 사진과 함께 담은 《울지 마, 자밀라》가 샘터사에서 출간되어 외로운 현대인들의 가슴에 조용한 파문을 던지고 있다.

《울지 마, 자밀라》는 이해선이 돈가스집에서 삽살개와 동고동락하며 보낸 4년여의 시간의 기록이자, 개와 사람 간 소통의 기록이다. 삽살개를 기르면서 작가는 전에 기르던 용맹하고 충직한 진돗개와는 다른 삽살개만의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붙임성 있고 애교 많으며, 마치 사람의 기쁘고 슬픈 마음을 꿰뚫어 보듯 곁에서 함께 기뻐하고 때론 위로하는, <치유견>으로서의 능력이다.

돈가스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힘없고 소외당한 사람들이다. 외국인 불법체류 노동자 자밀라와 그의 남편, 아버지에게 매를 맞아 정신적인 불안 증세를 보이는 영우 총각, 자폐아 상재,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 순지, 오갈 데 없이 약수터에 거처를 정한 아저씨, 매 맞는 이혼녀, 치매 노인까지. 이러한 약자의 이야기는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기견인 메리와 해피, 인간들의 싸움에 대한 욕망의 대리인으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투견 타이슨과 장군이 등 핏불 테리언 역시 학대받는 약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강자가 약자 위에 군림하는 세상에서, 작가는 자신이 기르던 개의 눈과 가슴을 빌어 세상을 향해 사랑과 돌봄, 거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철저히 개의 눈높이로 주변 환경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는 이 이야기가 값진 것은 내용의 대부분이 실화이며, 우리 주변의 실제 이야기라는 점에 있다. 삽살개 치우는 주변 사람들 개개인의 아픔을 보듬으며 치유해 준다. 그리고 그 마법 같은 치유의 힘은 작가 자신에게 이르러 세상을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아버지가 된 첫 감격도 잠시, 새끼를 분양하는 날도 아무렇지 않고 아내인 복실이와 밥그릇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면 치우는 영락없는 개다. 암캐의 사랑 냄새에 정신을 못 차리는 치우의 모습 또한 너무나 사랑스럽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사람이 개를 키우는 첫 번째 이유겠지만 치우는 그렇게 충직하지도, 영리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그러니까 사랑’하는 것이 아닌, ‘그럼에도 사랑’함을 잘 실천하고 있는 치우는 사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존재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닌 개의 눈으로 본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감동을 낳는다.

100컷이 넘는 사진
이 책은 두 가지 형식으로 읽을 수 있다.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순차적으로 읽어 내려가는 것이며 또 하나는 사진과 사진설명만을 단시간에 읽는 방식이다. 두 방식은 하나의 이야기이며, 각기 다른 감성으로 해석된다. 대부분 치우 모습이 담긴 사진들은 애완견의 예쁘고 앙증맞은 표정이 아닌, 인간사를 경험하고 이해하며 위로한 자의 해석이 곁든 철이 든 치우의 모습이다. 슬픔은 기쁨에 맞닿아 있다고 하지 않던가. 너무나 가슴 아픈 상황과 인물들의 이야기임에서도 치우의 장난스러운 표정 한 번이면 웃으며 읽을 수 있다. 책으로 엮을 것을 염두에 두기 전부터 찍은 사진이라, 내용과 적절한 거리두기가 가능하며, 내용과 관련된 사진 설명을 달아 둠으로써 또 하나의 읽을 맛을 제공한다. [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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