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주인을 기다리며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지쳐 쓰러져 소리 없이 죽어가던 빵이는
죽기 직전, 빵이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기억해 낸,
감사한 이웃 아저씨에 의해 발견될 수 있었습니다.
빵이의 주인은 작은 공장을 운영하였으나 어찌된 이유인지 갑자기 사라져 버렸습니다.
빵이를 이웃주민에게 부탁한 채 어디를 간다고 말하고 사라진지 3개월 후,
자살을 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웃에서 또 다른 공장을 운영하는 제보자는 그 소식을 들은 후
자살을 한 사람이 개 한 마리를 길렀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급하게 빵이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빵이를 부탁받은 그 이웃집마저 이사를 가 버린 것을 알고
제보자는 빵이가 죽었겠다란 생각을 하며 빈 공장의 문을 열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빵이는 죽지 않았고, 웅크린 채로 가느다란 숨만 몰아쉬며 살아있었습니다.
얼마나 굶었을까요? 제보자가 급하게 라면을 불려 넣어주었다고 합니다.
아무도 주인이 어떻게 되었는지 빵이에게 설명해 줄 수 없었고,
그렇게 또 다시 어두운 그곳에서 외롭게 주인을 기다리던 시간,
제보자는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문을 두드렸고 협회는 기꺼이 빵이를 품에 안았습니다.
동물사랑실천협회가 만난 빵이의 첫 모습은 잊을 수 없습니다.
어두컴컴한 구석, 박스 안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몸을 떨며 누워있던 빵이,
이 작은 녀석이 얼마나 무섭고 배고프고 외로웠을까요?
빵이는 나이도 많고 몸이 몹시 쇠약해졌습니다.
뒷다리도 좋지 않아 수술이 필요합니다.
얼마의 시간이 빵이에게 남아있는지 우린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주인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갔다는 사실을 모른채
하염없이 기다길 수밖에 없었던 순진무구한 아이에게
굶주림과 외로움의 깊이만큼 보상해 주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갇혀 있는 동물들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생력이 없습니다.
사람이 먹이를 주어야만 먹을 수 있고,
사람이 허락을 해야만 조금이라도 운동을 할 수가 있습니다.
평소 빵이의 존재를 가볍게 보지 않았던 제보자의 세심함이
빵이를 극한의 고통으로부터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많은 동물들의 구조요청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빵이의 사연과 처지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빵이를 도와주실 분들이 계시면 빵이의 남은 시간,
덜 고통스럽고 덜 외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빵이가 세상을 떠난 주인이 자신을 매정하게 버린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