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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사라진 것들

프란츠 M. 부케티츠 | 두행숙 역 | 들녘 | 2005.08.27

풍부한 사례와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접근법으로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는 종과 민족 그리고 언어를 살펴본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음과 종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것들 중에는 다양한 잠재력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수없이 많다.

저자는 근래에 사멸되어 가는 것들과 현재 사멸되어 가는 것들을 주로 다루면서 다양한 자연과 문화가 얼마나 강인한 생명 형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한다. 그리고 그 잠재력을 어떻게 하면 우리를 위해 사용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1, 2장에서는 생성과 소멸의 일반적인 관점을 다룬다. 3장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으로 엄청난 재앙을 겪게 되는 생물의 종을, 4장에서는 서구 문명의 영향으로 여러 민족과 문화가 사멸되어가는 상황을 고찰한다. 특히 5장에서는 근대에 이르러 사멸된 언어와 현재 사멸되어가는 언어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6장에서는 다양함의 상실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에게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조목조목 파악하고 있다.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종, 민족, 그리고 언어의 사멸에 대한 이야기

이 세상에서 살아 있는 모든 것 중에 과연 죽음에서 자유로운 것이 있던가? 산다는 것은 죽는 것이라 했듯이, 자연의 역사, 인류의 역사, 문화의 역사는 그 지난한 세월을 거쳐오면서 생성, 번영, 소멸의 과정을 거쳤다. 지구가 이 세상에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그동안 많은 학자들은 수많은 가설과 이론으로 그 진상을 규명하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정설이라고 딱히 내세울 수 없으며, 그저 발굴된 화석이라든가, 유적, 그리고 유해를 분석하여 다만 그 오랜 시간의 과정을 추측할 뿐이다.

오늘날 지구상에 살고 있는 유기체, 즉 생명체의 종 수는 얼마나 될까? 그러나 그 정확한 수치는 아무도 모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민족과 언어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역시 정확한 수치를 산출할 수 없다. 왜 이렇듯 그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일까? 이런 현상이 벌어진 까닭은 우리 주위의 종과 민족, 그리고 언어가 두려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사멸되어가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다양한 유기체들과 인간의 문화, 그리고 그들의 역사를 전체적인 차원에서 파악하는 일에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27권의 책을 발표한 저자 프란츠 M. 부케티츠의 이 책 ‘멸종, 사라진 것들’은, 그동안 우리가 외면해왔던 자연과 문화가 지닌 강인한 생명 형태의 잠재력을 이해함과 동시에 이런 잠재력을 어떻게 하면 우리 자신을 위해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오랜 세월 동안 종들이 사멸되어가는 것과 생물의 다양함이 훼손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근대 이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민족과 언어의 사멸에 대해 다루었다. 사실 이런 주제를 다룬 많은 저작물들이 있었으나 학술적인 고찰에 중심을 두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웠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여 저자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전체적으로 고찰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례를 풍부하게 담아냈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에서는 생성과 소멸의 일반적인 관점에 대해 다루었다. 여기에서는 유기체들의 사멸에 대해 아직도 명확한 원인이 해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진화의 틀에서 보면 아주 정상적인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며, 이렇듯 멸망이란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임을 밝힌다.

3장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으로 엄청난 재앙을 겪게 되는 생물의 종에 대해 다루고 있다. 4장에서는 서구 문명의 영향으로 여러 민족과 문화가 사멸되어가는 상황을 다루었고, 특히 5장은 서구 문명의 영향으로 근대에 이르러 사멸된 언어와 현재 사멸되어가는 언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6장에서는 결국 우리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다양함의 상실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물의 한 종이자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조목조목 파악했다. 맺는 글에서는 현재 사라지고 있는 것들의 보존 윤리에 대한 우리의 가능성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반성과 성찰을 보여준다.

이 책은 지구의 역사에서 멸종을 초래했던 다섯 차례의 대재앙을 조목조목 다루고 있으며, 현재 진행형이면서 우리 주위에서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여섯 번째의 멸종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상생 윤리가 왜 존속되어야 하는지, 저자는 가르치기보다는 마치 옆에 앉아 이야기하듯이 들려준다. 또한 몇십 억 년의 지구의 생성 과정에서 그 지난한 세월을 거쳐오면서 어떤 것이 지구상에서 언제 사라졌고, 다음엔 무엇이 등장했는가 등을 나열하기보다 사라진 원인에 보다 깊은 통찰력을 발휘한다.

모든 것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 인간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스스로 하나의 거대한 자연의 재앙으로 발전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우연적인 존재일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종이 되었다. 인간은 다른 종들을 밀어내고 그 생활공간을 점령하면서 자신의 종을 끊임없이 증식시키고 있다. 그 사이 인류의 수는 60억이 넘으면서 지구상에서 득세하고 있으며, 그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른다. 인간 지능의 발달로 이루어진 기술은 그 어떤 생물도 따라갈 수가 없다. 불도저, 연쇄식 톱, 그리고 자동화기 따위에 저항할 수 있는 식물은 물론 그 어떤 동물도 없다. 그러는 사이에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지속되어온 역사, 수백만 년에 걸쳐서 생성되어온 고유한 생물체의 형태들을 파괴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고도의 무장을 한 인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왔다. 그 극적인 현상은 현재에 이르러 종들의 엄청난 사멸 속에 반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의 여러 민족과 언어가 사멸되어가는 과정에도 반영되고 있다.

민족이 사멸되면 언어도 사라진다. 이미 오래전부터 멸망의 길을 걷던 민족의 언어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사용했으나 끝내 사멸되고 말았다.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에서는 유럽인들이 그 대륙으로 이주해온 이래로, 불과 수백 년 사이에 약 1천 종류의 부족들이 사용하던 그들 언어의 실체를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사멸하고 말았다. 수많은 민족과 언어는 현재 수많은 유기체들이 겪은 운명과 마찬가지로 극적인 운명을 맞고 있다. 종과 민족, 그리고 언어의 사멸에 대한 수많은 공통된 근거 중에 가장 핵심은 바로 생태 공간의 파괴다. 무엇보다도 열대 지역의 거대한 면적의 숲들을 개간함으로써 그곳에 살고 있는 모든 것들, 즉 생물의 종과 민족,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사멸을 초래하고 있다.

종과 민족, 그리고 언어의 사멸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진행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만의 유일한 것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모든 유기체의 종들은―비록 ‘가장 눈에 안 띄는 종’이라 할지라도―일회적인 존재들이며, 모든 문화와 모든 언어 역시 일회성을 띠고 있다. 그것들은 일단 사멸되면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되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멸망할 수밖에 없는 운명

진화라는 넓은 의미에서 볼 때의 발전과 변화는 오로지 종들의 다양한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생물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의 영역에서도 진화란 차별화로 진행되는 것이며 다양함을 창조해내는 과정이다. 그러나 다양함의 형성은 어느 정도의 ‘동등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다. 유전적인 또는 문화적인 ‘단일화’로 융합되면 발전을 허용하지 않는 정체 상태로 이어질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진화란 다름 아닌 변화, 즉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결코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리고 문화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물론 당연히 하나의 문화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하나의 폐쇄된 순환 속에서 살면서 그들 문화의 현 상태status quo에 만족하며, 아무런 변화를 원하지 않고 살 수는 있다. 어쨌든 예전의 문화에는 그런 상태로 머무는 일이 전적으로 타당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폐쇄된 문화’가 계속 존립하는 것은 오늘날에는 점점 더 그 개연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우리가 이룬 문명과의 접촉을 피해갈 수 있는 민족은 거의 없다. 그리고 역사에서도 보여지듯 일단 접촉이 이루어지면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한 민족에 속한 구성원들은 그런 문명을 ‘창조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제로 변화되거나 아니면 다른 문화가 지닌 요소들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종종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인간 문화의 역사는 ‘이념의 좁은 척추 위를 지그재그로 달리는 하나의 길’이며,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스쳐 지나가는 과정이다. 아무리 좋은 이념이라 할지라도 문화는 그것이 영원히 존속하도록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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