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소야, 하늘나라에선 할아버지와 함께 꽃밭을 거닐거라.






 

협회 일을 하면서 너무 마음이 아파 차마 글로도 옮기지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지금 올리는 이 글도 며칠간 멍으로만 마음 속 깊이 남아있었는데, 고인이 되신 김모 할아버지를 세상이 더 이상 기만케 할 수 없어 진실을 밝히고자 글을 씁니다. 아래 내용은 제보를 받고 소가 있는 곳을 알아내고 현재 주인과 통화 하루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박소연



<누렁소야, 하늘나라에선 할아버지와 함께 꽃밭을 거닐거라.>

 





할아버지는 청각장애인이었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서울로 떠나고, 홀로 남은 할아버지는 누렁소와 함께 살았습니다.
누렁소는 할아버지의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누렁소와 함께 산 지 12년이나 흘렀지만 할아버지는 누렁소를 팔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찬밥으로 대충 끼니를 때워가면서도 누렁소에게만은 극진했습니다.
요즘 세상, 쇠죽을 끓여 기르는 경우를 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심신이 쇠약해진 할아버지는 날마다 정성껏 따뜻한 쇠죽을 누렁소에게 끓여 먹였고, 질 좋은 사료만을 사다 먹였고 누렁소가 춥지 않도록 보살폈습니다. 누렁소는 남은 평생, 할아버지의 곁에서 늘 함께해 주는 고마운 자식이었습니다.

그날도 할아버지는 따뜻한 쇠죽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불씨가 축사로 날아갔습니다. . 불씨가 타닥타닥 타 들어갔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할아버지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결국 할아버지가 축사를 보았을 때는 이미 축사가 불길에 휩싸인 후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누렁 소를 풀어 구하고자 축사에 뛰어 들었고, 화마 속에서 겨우 누렁소를 풀어 주었으나 끝내 할아버지는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마당 한켠에 끓이다 만 쇠죽, 온 몸 여기저기에 화상을 입고 날뛰고 있는 누렁소, 다 타 버린 축사, 다 타 버린 할아버지의 작은 시골 집, 그리고 축사 안에서 나오지 못한 채 쓰러져 숨져 있는 할아버지. 이 모든 것이 그날의 상황을 다 말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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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죽음으로 구해 낸 누렁소를 서울에서 내려 온 가족은 이웃집에 백만원에 넘기고 는 돌아가 버렸습니다. 누렁소는 온 몸 불에 덴 상처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소독연고만 대충 바른 채 이웃집 똥밭이 가득한 축사 안에서 며칠 동안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회원 이승숙님이 이 사연을 알려 주셨고, 구조가 된다면 입양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셨습니다. 우리는 할아버지가 화마 속도 두려워하지 않고 홀로 뛰어 들어가 살리고자 애쓰셨던 누렁소가 그렇게 허망하게 도축장에 끌려가 고기용으로 도축되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누렁소의 화상상처가 방치되는 것도 염려 되었습니다. 이웃집은 소를 고기용으로 도축하여 판매하는 소 농가였기에, 더 이상의 것을 기대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누렁소를 다시 매입하여 치료하고 반려동물로 입양을 보내고자 긴박하게 구호 계획을 세웠습니다. 전채은 공동대표는 제보를 들은 즉시 누렁이의 매입비를 대겠다고도 하였습니다.

이웃집 농가의 주인은 누렁소를 물건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소식을 들은 직후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 누렁소의 매입을 원한다고 하자, 좋은 일 하는 것이니 돈도 더 필요 없고 130만원만 달라고 하며 이 ‘물건’ 언제 가져 갈 것이냐고 하였습니다. 당초 기사에는 고인의 뜻을 기려 잘 보살피겠다는 인터뷰를 한 주인이었으나, 물건이라고 표현하며 이야기하는 느낌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누렁소가 걱정되었습니다. 우리는 누렁소를 3일 안에 데려갈 공간을 만들겠다고 전하며 치료비도 보내 줄 테니 병원 왕진치료를 그동안 받게 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옆집 농가의 말이 계속 번복되었습니다. 누렁소가 이동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지 않는다, 당장 죽을 것이다. 죽으려고 앉았다 일어 섰다를 반복한다며 수의사가 지금 절대로 보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린 그럼 그동안 매일 치료를 받게 하겠다.수의사가 매일 직접 와서 치료를 받도록 비용을 댈 것이다고 하였는데, 옆집 주인은 수의사가 지금 방금 소를 보고 가망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두는 것이 오히려 잔인한 거다, 소가 누워서 숨만 쉬며 일어나지 못한다. 얼른 도축을 해 주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죽더라도 도축은 안 된다, 정 가망이 없으면 안락사를 해 주고 묻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여기서 죽으면 고기로도 못 파니까 당장 도축장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옆 집 주인의 말이 이상하여 마을의 수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는데 수의사는 사흘 전 처음 보고 아직까지 누렁소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옆집 주인의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되자, 우리는 지금 당장 소에 대한 매입비를 보내겠다. 그리고 돈도 더 달라는 대로 주겠다, 소를 내버려 둬 달라고 하였으나, 갑자기 옆집 주인은 사실은 소가 죽었다고 또 말을 바꿨습니다. 소가 죽었다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소가 정말 죽은 것이냐고 하자, 죽어간다, 죽는 것 같아서 두고 나왔다. 지금쯤 숨이 멎었을 것이다며 계속 말을 번복 하였고, 그럼 들어가시는 대로 소의 죽음 여부를 알려 달라. 죽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가겠다고 하였는데 이후로는 전혀 소식이 없었습니다. 한참만에야 전화가 되어 할아버지가 죽음을 무릎 쓰고 구한 소이니 반드시 살리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죽더라도 소의 매입비는 드릴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 , 몇 번이나 통화를 했는지 모릅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돌아가며 옆집 주인을 설득하였고, 모두 지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였습니다. 소가 쓰러져 있더라도 더 이상은 그 옆집 주인에게 있도록 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음 날 오전, 입양을 하신다는 회원 이승숙님께 안동으로 출발을 하시도록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후 우리에게 들려온 소식은 몇 시간 전, 누렁소는 도축장으로 끌려갔고 곧바로 도축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스를 많이 마셔 장기는 건질 것이 없었고, 고기만 겨우 건질 수 있었다는 무심하게 내뱉는 옆집 부인의 이야기, 그리고 이웃주민에게서 누렁이가 도축장 갈 때 자기 발로 건강하게 걸어올라 트럭을 타고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누렁이는 온 몸 여기저기 화상을 당했지만, 옆집 주인의 말처럼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거나 죽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렁이는 살 수 있었으나, 끝까지 목숨이 저울질되다 결국 도축장 트럭을 타고 간 것입니다.
누렁이가 화상을 당한 채 며칠간 묶여 있던 이웃집 농가의 축사는 온통 소들의 배설물로 그득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십여 년 이상 소를 팔지 않고 함께 해 온, 그렇게 소와 나눈, 소를 끝까지 살리고자 외롭게 애썼을, 그 마음을 결국 우리의 노력으로도 지킬 수 없었다는 사실이 속상합니다. 아직도 세상은 소를 소로 볼 뿐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고, 누렁소는 고기가 되었습니다.

“누렁소야, 하늘나라에선 할아버지와 함께 꽃밭을 거닐거라.”

ps. 김모 할아버님, 누렁이를 지켜드리고자 노력했으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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