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의 생명사랑 십계명

 

제인 구달| 최재천 역| 바다출판사| 2003.11.03

사람과 동물 사이에 맺은 제2의 십계명
스물여섯의 꽃 같은 나이에 아프리카 케냐로 건너가 야생동물의 삶을 관찰하고, 세월이 흘러 아예 자신의 평생 거처를 탄자니아 곰비 계곡 언저리로 못 박고 살아가는 여자. 그곳에서 같은 인간이 아닌 야생 침팬지를 가족과 이웃으로 정해놓고, 녀석들 하나하나에 고유의 이름을 붙여 절대적인 하나의 인격체로 교류하며 지낸 여자. 우리는 이 여자를 동물행동학의 절대적인 권위자 제인 구달 박사로 알고 있지만, 그녀는 이런 권위적이고 학자적인 호칭보다는 위의 설명, 그러니까 자연을 연구하는 과학자를 넘어 야생동물의 삶 속에 자신을 동화시켜버린 ‘자연인’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욱 옳을 것이다.
그 자연인 제인 구달 박사가, 절친한 동료이자 또 한 명의 동물행동학 박사인 마크 베코프와 공저로 책 한 권을 완성했다. 동물에 대한 연구와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내용임은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이 책은 구약성서 속의 십계처럼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책임 있는 실천을 촉구하는 열 가지의 계명으로 구성되었음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다시 말해, 성서 속의 십계명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정해진 열 가지 삶의 지침인 것처럼, 이 ‘생명 사랑 십계명’은 인간과 동물 사이에 암묵적으로, 그러나 너무나 간절한 촉구를 품고 있는 상호이해 조약인 것이다.

“우리가 동물세계의 일원인 것을 기뻐하자”
‘우리가 동물 사회의일원인 것을 기뻐하자’는 ‘제1계명’에서부터 시작하여, 결국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마지막 계명으로 끝을 맺는 것만 봐도 우리는 이 책의 기본 정신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동물(더 크게 확대하면 ‘자연’)과 사람의 차이는 고작 한끝 차이라는 것, 조금 더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인간이 동물을 ‘돌볼’ 권리는 있으되 ‘다스리고’ 혹은 ‘학대’하는 주인 역할을 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엄숙하게 주지시킨다. 이것이 본 저서가 단순히 동물을 사랑하자는 캠페인성 호소문과 구별되는 점이다. 이 책을 번역한 서울대 생명과학부 최재천 교수는 <옮긴이의 말>에서, 과학을 연구하는 기본 자세에 있어서 “알면 사랑한다”는 정신을 강조하며, 이를 이번 책에서도 여지없이 적용시키고 있다. 세계 인구를 다 모은 무게가 지구상에서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을 다 모은 무게에 비할 수 없으며, 세계 인구의 수가 지상의 곤충들을 합한 수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하였다.
모든 자연 위에 가장 뛰어난 것이 인간이라고, 그 어디에도 100% 확실히 증명되어 있는 바는 없다. 문제는 공생이다. 사람이 아닌 다른 자연을 인정하는 것, 그네들의 삶과 그네들의 생리와 그네들의 희한하기 짝이 없는 몸짓 하나라도 내 자식의 재롱처럼 소중한 것이라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성경의 십계명이 그랬던 것처럼, 이 생명 사랑의 십계명 역시 석판에 새겨둘 가치가 있다”고 한 세계적인 종교학자 휴스턴 스미스의 말처럼, 제인 구달과 마크 베코프가 전 인류에게 호소하는 이 간절한 바람이 ‘사랑’이라는 공통된 종교를 가진 전 세계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 새겨지길 바란다.

고유의 이름을 가진, 존재감을 얻은 동물들
앞서도 설명했듯이, 이 책은 제인 구달과 마크 베코프 두 사람이 함께 집필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 책을 쓰기 위해 한자리에 같이 있지 않았다. 구달 박사가 곰비 계곡에서 야생침팬지들과 함께 하고 있을 때, 베코프는 미국 콜로라도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국내외 여러 정보들을 팩스 혹은 전화로 알려주면서, 때로는 심각한 토론으로, 때로는 눈물나는 속내의 대화로 이 책의 내용 하나하나를 엮어나갔다. 본문을 보면 제인 구달의 글은 검정색 활자로, 마크 베코프의 글은 초록색 활자로 편집되었다. 공저로 씌여진 타 도서의 경우, 보통 한 목소리로 아우러져서 집필되고 편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두 사람에게서 엄연히 드러나는 개성, 각자만의 경험 이야기 등은 충분히 독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따로이 구성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생명 사랑을 실천하는 열 가지 계명은 어떤 내용으로 제시되어 있는가.
언뜻 보면 너무나 당연스럽고 진 부한 구절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어릴 적부터 공공캠페인으로 지겹도록 보아온 ‘자연을 보호합시다’라는 문구처럼 말이다. 하지만 본문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떻게 이 평범한 열 개의 문장이 각각 뼈저린 부탁처럼 인식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옥수수에 끼어있는 모래를 털어내기 위해 바닷물에 옥수수를 씻어 먹는 방법을 개발한 마카크원숭이나, 마을 사람들의 안경을 훔쳐 그것을 돌려주면 상으로 먹을 것을 얻게 되는 원리를 파악한 리서스원숭이들(이들의 침입을 피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안경을 벗고 다니자 영악한 리서스원숭이들은 그 지역을 처음 들르는 관광객의 안경을 훔치기 시작했다!)의 이야기는 인간과 동물의 두뇌가 과연 어느 만큼 차이가 있는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곧 ‘모든 생명을 존중하자’는 두 번째 계명의 실천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진다.
그런가하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동물을 인간보다 하등한, 그래서 인간 마음대로 ‘활용’하여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구달 박사의 지적을 피하진 못하다. 말의 고환에 전기충격을 주어 날뛰는 말을 상대로 놀이를 즐기는 로데오 게임도 동물학대의 일종으로 고발될 수 있다. 그리고 갱년기 증세로 시달리는 전 세계 여성들을 치료하기 위하여 쓰이는 여성호르몬제 에스트로겐 대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임신한 암컷 말의 소변에서 추출한 프리머린이다. 하지만 이 성분을 얻어내기 위해, 암컷들은 불편한몸에도 불구하고 임신 6∼17주 동안 좁은 마구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한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관절이 뻣뻣해지고 하지에 이상이 생긴다. 게다가 고무로 된 소변주머니 때문에 편히 앉지도 못하며, 소변이 진할수록 좋기 때문에 물도 충분히 먹지 못한다. 고름이 질질 흘러도 소변이 오염될 수 있으므로 항생제를 맞지도 못한다.

그물에 걸린 참치떼를 풀어주다가 해고된 사나이
그러나 이런 동물학대와 비존중의 실태를 고발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덟 번째 계명인 ‘우리 믿음에 자신을 갖자’는 청유형의 말처럼, 세상은 나쁜 것으로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믿음, 문제가 있다면 그 이면에는 반드시 해결책과 선이 존재하고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을 버리지 말고 부디 자신의 긍정적인 희망을 치켜세우자고 당부하고 있다. 동물을 도살해야만 하는 육식을 줄이고, 동물생체실험을 거쳐 완성된 화장품이나 주방세제 등의 구입을 피하는 것, 혹은 살충제와 화학비료로부터 새나 곤충을 지켜주는 유기농 채소를 많이 먹어주는 것 등도 작지만 큰 실천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동물을 사람과 동일한 인격체로 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화젯거리’를 넘어 듣는 이로 하여금 제법 숙연해지게 만든다. 참치잡이 배를 탄 한 어부는 그물에 돌고래 모자가 걸려버린 것을 보고 구해주다 못해 아예 한가득 잡아놓았던 참치 떼까지도 모두 풀어주어 결국 배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는 후에 초콜릿 회사 사장이 되어 순이익의 최소 10%를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새로 난 아스팔트 도로를 지나다 종종 차에 치어죽는 콜로부스원숭이를 위해 공중에 밧줄로 만든 구름다리를 만든 사람, 마찬가지로 큰 도로로 지나다니다 죽는 산란기의 두꺼비들을 위해 새로이 작은 터널 길을 만들어준 사람, 그리고 개와 고양이 외 수많은 가축들을 돌보겠다고 작은 손을 모두는 어린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내 한 몸, 내 가족을 위해 마음을 쓰는 것만도 충분히 벅찬 세상을 살고 있다. 어쩌면 동물의 생명과 존재의 소중함을 위해 애쓰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시쳇말로 ‘할일 없는 사람’처럼도 여겨질 수 있겠다. 그러나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진리는, 우리는 자연과 유리되어, 혹은 자연을 위배해서는 살 수 없다는 점이다. 그것은 자연의 생태환경이 인류의 생존과 관련되어 있다는, 거부할 수 없는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을 보호해야만 우리가 산다’는 계산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다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당연한 진리로 ‘생명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더 나으리라. 인류가 지구상에서 가장 힘 있는 존재인 만큼, 꼭 그만큼의 무거운 책임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인터파크 제공]

 


언제나 동물들의 편으로 남겠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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